잘 지내시나요? 정말 오랜만에 편지를 씁니다. 언젠가 SNS에서 했던 말처럼 잊고 나서도 한참 뒤에야 보내는 메일이 되었네요. 늦은 밤에 여러 고민을 하다 펜을 잡았습니다.
마지막 편지를 보냈던 지난 겨울부터 수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여전히 모든 것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오차현에서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같은 커피를 마시고, 여전히 새 책의 준비를 하고 있고, 고양이들은 여전히 종종 찾아와 마당의 풀을 헤집거나 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별다른 일이 있다면 늦은 감기에 걸려 자그마한 고생을 하고 있다는 점 정도일까요. 여전히 대단할 것 없는 생활입니다.
당신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 친구 녀석이 그런 말을 했어요. 몸은 다 어떻게든 살아간다고. 대단한 병에 걸리지 않은 이상 항상 마음이 문제인 거라고. 문득 당신의 마음은 어떻게 지내시는지가 궁금해 편지를 합니다.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저는 요즘 김미현 작가님의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작고 얇은 책이에요. 지난 4월 광주에서 열렸던 북페어에서 데려왔습니다.
책에 그런 내용이 있었어요. 껴안는 것에 대한. 사람을 힘껏 껴안고, 잔뜩 내어준 품에 안기는 것이 얼마나 간단하고 힘이 있는 것인지. <겨울의 작은 집>에도 간단히 적은 이야기 같지만, 사랑이나 사심을 품지 않더라도 서로를 안고 있는 일이 주는 평화를 문득 생각했습니다. 저는 너무 멀리 있고 감기에 걸려 포옹을 해 드리지 못할 것 같으니 이 편지에 아주 힘껏의 포옹을 담아 보냅니다.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봄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울해진다는 뉴스 기사를 보았습니다. 저 또한 그중 하나인 것 같기도 했던 봄이었고요. 이제는 여름이 조금씩 오고 있는 것 같아 내심 걱정이 되면서도 조금 반갑습니다. 당신은 여름을 좋아하시려나요. 부디 슬프거나 기쁘더라도, 후련하거나 서운하더라도 떠나가는 봄을 잘 배웅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가오는 여름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요. 보내는 시간이 너무 늦을까 하여 이만 줄입니다, 좋은 밤, 포근하고 넉넉한 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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