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3개월 만에 보증금 2억 2천만 원이 증발했습니다.

확정일자, 전입신고, 중개사의 "안전합니다"라는 말. 이 세 가지를 다 갖추고도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사기가 있습니다. 신탁 부동산에서는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6.04.07 | 조회 10 |
0
|
from.
송현영 변호사

 

신축 아파트, 시세보다 4~5천만 원 저렴한 전세, 중개사의 "안전합니다"라는 확신에 찬 말. 30대 맞벌이 부부 A씨는 첫 신혼집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확정일자도 받았고 전입신고도 마쳤습니다. 법적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입주 3개월 만에 아파트 게시판에 낯선 안내문이 붙었습니다. "본 부동산은 신탁 재산으로, 신탁사의 동의 없이 체결된 임대차 계약은 무효임을 알립니다." 보증금 2억 2천만 원이 순식간에 증발한 순간이었습니다.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만으로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먼저 신탁 등기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신탁 등기란 건물주가 자신의 부동산의 소유권 자체를 신탁회사에 넘기는 제도입니다. 단순히 관리를 맡기는 것이 아닙니다. 등기부등본상 소유자가 신탁회사로 바뀝니다. 원래 건물주는 더 이상 그 부동산을 팔거나 빌려줄 법적 권한이 없어집니다.

 

소유권이 없는 사람이 체결한 계약은 무권리자의 처분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적으로 무효입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사기예방센터에서도 "신탁회사 동의 없이 계약하면 계약 자체가 무효로 취급될 수 있다"고 공식 안내하고 있습니다.

 

계약이 무효라는 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아예 받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많은 분들이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를 하면 법적으로 보호된다고 알고 있지만, 신탁 부동산에서는 이 상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확정일자도, 전입신고도, 아무런 방패가 되지 못합니다.

 

다만 한 가지 구분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신탁 부동산이라고 해서 전부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신탁계약에서 수탁자(신탁회사)가 "위탁자(건물주)에게 임대 권한을 준다"고 정해놓고, 이 내용이 신탁원부라는 문서에 기재되어 있으며, 실제로 수탁자의 서면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임대차 계약이 유효합니다.

 

쉽게 말해, 신탁회사가 "이 집을 빌려줘도 좋다"고 정식으로 허락한 계약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이 동의가 실제로 있었는지를 임차인이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A씨 부부처럼 허위 동의서에 속아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A씨 부부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A씨 부부는 결혼 2년 차 맞벌이 부부였습니다. 첫 아이를 준비하면서 경기도 외곽의 신축 대단지 아파트를 전세로 계약했습니다. 보증금 2억 2천만 원. 비슷한 평형대 시세보다 4~5천만 원이나 저렴했습니다.

 

살짝 의심이 들었지만 중개사는 "신탁 등기가 되어 있지만 신탁사 동의도 다 받아놨고 소유권도 확실하다"라고 확신에 찬 말투로 안심시켰습니다. 계약서에는 신탁사의 동의가 명시되어 있었고, 등기부등본에도 신탁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완전히 잘못된 착각이었습니다. 신탁사에 확인해 보니 임대인의 계약 권한 자체가 없었고, 계약서에 적혀 있던 동의는 허위였습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사기꾼은 신탁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놓은 상태였고, 이자를 갚지 않자 신탁사가 그 부동산을 공매에 넘겼습니다. 소유자가 바뀌면서 A씨 부부는 집을 비워야 했습니다.

 

여기서 일반적인 전세 사기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드러납니다. 기존 전세 사기에서는 계약 자체는 유효했기 때문에 대항력이 있었고, 경매나 공매가 진행되더라도 최우선 변제금이라도 일부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탁사 동의 없는 계약은 처음부터 무효이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A씨 부부의 경우가 바로 그랬습니다.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신탁사는 A씨 부부를 상대로 불법 점유에 따른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시작했습니다. 공매 이후에도 집을 비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주한 기간 동안의 월세를 청구하는 소송이었습니다. 비슷한 피해자 중 한 분은 1억 가까운 금액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습니다. A씨 부부는 전세보증금 반환을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했지만, 사기꾼은 이미 재산을 빼돌렸고, 신탁사도 "법적으로 무관하다"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중개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피해자로 시작해서 불법 점유자, 월세 미납자로 전락하는 구조. 이것이 신탁 부동산 사기의 가장 무서운 점입니다.


이 사기는 왜 가능한가

 

첫째, 가격입니다. 급전이 필요한 임대인이 신탁 동의 없이 시세보다 싸게 임차인을 받으면, 임차인은 좋은 조건에 끌려 계약하게 됩니다. A씨 부부의 경우에도 시세보다 4~5천만 원 저렴한 가격이 미끼였습니다.

 

둘째, 중개인의 무지입니다. 부동산 중개인 중에도 신탁 등기의 법적 구조를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신탁사 동의를 문서로만 확인하거나 아예 확인하지 않고 "안전하다"고 안심시키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셋째, 임차인의 오해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직도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만 있으면 안전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기존 전세 사기에서는 이것이 어느 정도 보호막이 되었지만, 신탁 부동산에서는 계약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이 보호막이 아예 작동하지 않습니다.

 


신탁 부동산 사기를 막는 5가지 체크리스트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런 피해를 피할 수 있을까요? 계약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다섯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첫째, 등기부등본 '갑구'에서 신탁 등기 여부를 확인하세요.

 

등기부등본은 표제부, 갑구, 을구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을구에 적힌 근저당 설정 여부만 보고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신탁 등기는 을구가 아니라 갑구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갑구를 보지 않으면 그 집이 신탁 부동산인지 알 수 없습니다.

확인 방법은 간단합니다.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갑구를 열어보세요. "신탁"이라는 글자가 보이면 이 집은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넘어가 있는 부동산입니다. A씨 부부의 등기부등본에도 신탁 내용이 있었지만, 그 의미를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그냥 넘어간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둘째, 신탁원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신탁원부란, 신탁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문서입니다. 누가 위탁자(건물주)이고 누가 수탁자(신탁회사)인지, 대출은 얼마나 설정되어 있는지, 위탁자에게 임대차 권한이 허용되어 있는지가 모두 이 문서에 적혀 있습니다. 등기부등본만으로는 이런 세부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신탁원부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2025년 1월 31일부터는 대법원 인터넷등기소(iros.go.kr)에서도 열람이 가능해졌습니다. 등기사항증명서를 열람할 때 '영구보존문서목록'을 선택하면 신탁원부를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법적 효력이 있는 제출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등기소를 직접 방문하면 되고, 비용은 약 1,200원입니다.

예를 들어 신탁원부에 "위탁자는 수탁자의 사전 승낙을 받아 임대할 수 있다"라고 적혀 있다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 실제 동의서를 확인하면 됩니다. 반대로 임대 권한에 대한 언급이 아예 없다면, 그 집은 위탁자가 임대할 수 있는 집이 아닙니다.

 

셋째, 신탁사의 임대차 계약 동의서 원본을 확보하고 그 진위를 확인하세요.

 

동의서란, 신탁회사가 "이 집을 임대해도 좋다"고 공식적으로 허락한 문서입니다. 이 문서가 없으면 위탁자가 체결한 임대차 계약은 법적으로 무효입니다. 중개사가 "동의 다 받아놨다"고 말하더라도 그 말만 믿어서는 안 됩니다.

A씨 부부의 계약서에도 신탁사 동의가 명시되어 있었지만, 알고 보니 허위였습니다. 반드시 신탁사가 발행한 공문 형태의 동의서 원본을 직접 받고, 신탁사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이 동의서가 실제로 유효한 것인지"를 확인하세요. 전화 한 통이면 확인됩니다.

 

넷째, 계약서 특약란에 신탁사 동의서 첨부를 명시하세요.

 

특약이란, 계약서에 별도로 추가하는 조건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면, 나중에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법원이 "이 계약은 신탁사의 동의를 전제로 체결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넣어야 할 문구는 이렇습니다. "본 계약은 OO신탁의 서면 동의를 취득한 상태이며, 해당 동의서 사본을 첨부함." 만약 A씨 부부의 계약서에 이 특약이 있었고 동의서 원본까지 확보했더라면, 적어도 중개사의 과실을 입증하는 근거가 될 수 있었습니다.

 

다섯째,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꼭 확인하세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보증기관이 먼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해주는 보험입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 HF(한국주택금융공사), SGI(서울보증보험) 세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보험 심사 기준을 통과한 계약이라는 뜻이므로, 일종의 안전 검증 장치 역할을 합니다. 가입을 시도해 보는 것만으로도 그 집이 안전한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신탁 등기 물건 중에는 이 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경우도 많은데, 거절 자체가 위험 신호입니다. 예를 들어 계약 전에 HUG에 가입 가능 여부를 문의했는데 거절되었다면, 그 계약은 다시 한번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참고로 2026년 현재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증료를 최대 40만 원까지 지원하는 사업도 시행 중이니, 비용 부담 없이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확인하면 지킬 수 있는 것

 

이 다섯 가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A씨 부부처럼 보증금 전액을 잃고, 불법 점유자로 전락하고, 부당이득 반환 소송까지 당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사기꾼은 잠적하고, 신탁사는 책임을 지지 않고, 중개사는 회피합니다. 남는 것은 매달 수백만 원의 월세와 소송 비용뿐입니다.

 

반대로 계약 전에 잠깐만 시간을 내서 등기부등본 갑구에서 신탁 여부를 확인하고, 인터넷등기소에서 신탁원부를 열람하고, 신탁사에 전화 한 통만 하면 수억 원의 피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사전에 점검하는 것만이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과 가족을 지킬 수 있습니다.

 


 

지금 전세 계약을 앞두고 계시거나, 이미 살고 계신 집의 등기부등본을 한 번도 다시 확인하지 않으셨다면 오늘 바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신탁"이라는 두 글자가 보이는 순간, 반드시 멈추고 점검하세요.

 

앞으로도 우리 주변의 사건·사고와 유익한 법률 정보를 알기 쉽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유튜브 해결하는 변호사 송현영 채널을 구독해 두시면 새로운 영상을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해결하는 변호사 송현영'의 법률 상담이 진행 중입니다.

 

사건 검토와 함께 지금 상황에서 가능한 법적 조치를 구체적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상담을 신청해 보세요. 문제는 '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것'입니다. 지금 법적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과 함께합니다.

 

변호사 직접 1:1 법률상담 신청

 

 

* 본 뉴스레터는 법률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동일한 유형의 문제라도 개별 상황에 따라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뉴스레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으로 발생하는 직접적·간접적 손실에 대해 본 뉴스레터 운영자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해결변의 뉴스레터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6 해결변의 뉴스레터

"당신의 삶과 일상을 안전하게" 법률 사건의 핵심을 글로 정리해 드립니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8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