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이 말하는 팬과 인성이 가장 중요한 이유(2)

인성, 좋은 음악, 그리고 탄탄한 팬덤

2024.04.08 | 조회 1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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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리서치 클럽

그 사람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성공의 본질을 파헤친다

안녕하세요. 히어로 리서치클럽입니다.

지난 방시혁 1편에서 방시혁의 성공 포인트가 (1)자유와 (2)위임 이라고 했습니다. 방시혁의 가장 큰 두 줄기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죠. 오늘은 그 자유와 위임이라는 가치가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포인트1. 소비자 중심으로 사고하라, 위버스의 탄생

BTS 멤버들의 군입대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들이 하이브의 전망을 밝게 본 요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위버스입니다. 위버스는 아이돌과 팬이 소통할 수 있는 팬덤 플랫폼인데요, 하이브의 위버스가 팬덤 플랫폼 천하를 통일한 모양새입니다. 위버스는 소비자 중심으로 사고를 바꿔야 한다는 방시혁의 의지가 보이는 아이디어입니다.

요즘은 위버스 플랫폼에서 아이돌과 이렇게 DM하는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요즘은 위버스 플랫폼에서 아이돌과 이렇게 DM하는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방시혁은 과거 음악방송을 보러 줄을 선 팬들을 소위 ‘빠순이’ 취급하는 방송국의 관행에 분노했다고 합니다. 자유를 중시하는 사람인 만큼 아티스트와 팬은 인간 대 인간의 관계라는 것이죠. 더군다나 팬들은 음악을 소비해주는 소비자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무시하는 관행에 분노했고 그 작은 화를, 불편을 바꾼 것이 위버스입니다.

소비자인 팬 중심의 사고는 방시혁의 초기 작곡 커리어에서도 드러납니다. 방시혁은 작곡가로 데뷔하고 초창기에는 꽤 실험적인 곡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자 그 다음부터는 스승인 김형석, 박진영의 히트곡 공식을 철저히 배워 이를 실천합니다. 하도 히트곡이 많아서 ‘히트맨 뱅(Hitman Bang)’이라는 닉네임이 뒤에 빅히트라는 회사명이 된 것이지요. 

BTS 자체가 SNS로 팬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호감을 높였습니다. 이제는 대부분의 아이돌이 위버스에 입점해 팬들과 소통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또 이 플랫폼을 통해서 팬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팬들의 목소리도 직접 들을 수 있고요. 회사와 아티스트의 반응도 빠릅니다.

하버드 MBA의 애니타 엘버스 교수팀은 빅히트와 BTS의 성공 요인으로 '팬들과의 밀접한 소통'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팬들은 과거 귀찮은 빠순이에서 엔터 산업의 단단한 주체가 된 것입니다.

 

포인트2. 컨텐츠가 왕이다

방시혁이 엔터 산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팬과 컨텐츠입니다. BTS의 팬과 컨텐츠는 BTS의 자유로움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기획사의 통제를 받아서 로봇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닙니다. BTS는 자신들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SNS로 팬과 소통하다보니 수많은 컨텐츠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음악이라는 본질이 중요하다면서 무슨 컨텐츠냐? 음원으로 돈 버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엔터 업계에서 음원 수익은 점점 포기하는 추세로 가고 있습니다. 대신 방시혁이 수익원으로 본 분야는 콘서트와 굿즈, 그리고 IP입니다. 이 차세대 수익원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컨텐츠죠.

아이돌의 컨텐츠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팬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날 접점이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많이 쌓아둔 BTS의 SNS ‘떡밥’ 때문에 팬들은 매력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려워집니다.

소탈하고 자연스러운 아이돌의 모습에 입덕한다죠
소탈하고 자연스러운 아이돌의 모습에 입덕한다죠

양질의 컨텐츠도 중요하지만, 컨텐츠 비즈니스에서 그보다 중요한 건 양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획사에서 철저하게 트레이닝 받은 아이돌이 수많은 컨텐츠를 찍어낼 수 있을까요? 방시혁은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엄청난 컨텐츠가 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 같습니다.

 

포인트3. 엔터산업의 트렌드와 본질을 조화시키는 능력

방시혁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엔터 산업의 트렌드를 정말 잘 포착하고 따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트렌드가 있으면 공부하고 따르려고 노력해야지, 그걸 아니라고 하는 건 꼰대 마인드라고 말합니다. 음악 외의 결정사항들은 모두 실무자들에게 맡기는데, 자신은 왜 A가 B보다 나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신 아티스트들과 같은 세대의 팬인 실무자들은 그냥 직관적으로 팬들이 더 좋아할 것을 안다는 거죠.

그렇다고 나는 잘 모르니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고 놔두는 것이 아닙니다. 이 트렌드에서도 세부적인 것들은 위임하되, 트렌드의 큰 틀과 본질을 꿰뚫는 능력이 방시혁에게 있습니다. 그의 핵심 가치가 팬과 컨텐츠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인성의 중요성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인성이 좋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팬들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날 엔터사 대표들의 가장 큰 고민이 소속 연예인들이 사고치는 것입니다. SNS가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어 인성논란이 그 어느때보다 문제가 되고 있죠. 그래서 방시혁은 무조건 인성이 좋은 친구들을 뽑고 그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SNS로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이 글로벌 팬들을 끌어들인 BTS의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고요. 아이돌을 잘 모르는 세대인 제가 봐도 BTS에게는 틀에 박힌 인공적인 모습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친구의 인성은 UN도 인정하지 않았나...
이 친구의 인성은 UN도 인정하지 않았나...

방시혁은 빅히트 초창기부터 무조건 케이팝은 글로벌로 진출해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서구팬들에게는 자기 음악을 하지 않는 가수는 어필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그 음악에서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하고요. 그런데 인성이 좋지 않으면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없겠죠. BTS 연습생을 모집할 때부터 첫째도 둘째도 인성을 강조한 이유가 있습니다. 인성이 좋지 않고 음악에 관심 없는 친구와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거든요. 이제보니 인성은 좋은 아티스트의 본질이자 트렌드가 되어버렸네요.

방시혁 자신은 팬들이 좋아하는 걸 정확히 모르니 실무자들에게 맡긴다고 했지만 거대한 트렌드의 변화는 기가 막히게 잘 포착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아시아의 보이밴드가 이런 인기를 얻을지 몇 년 전에 상상이나 했었나요? 미국 시장에서 들려오는 BTS에 대한 반응이 기존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방시혁만 눈치 챕니다.

미국향 테스트곡이었던 불타오르네(FIRE). 해외 팬들의 리액션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미국향 테스트곡이었던 불타오르네(FIRE). 해외 팬들의 리액션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과거 박진영과 원더걸스처럼 짐 싸들고 미국으로 바로 건너간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도 철저히 스타트업의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미국향의 음악을 내서 미국 시장을 테스트해보고 판단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나온 곡이 BTS의 ‘불타오르네’입니다. 이 노래가 빌보드 진입은 물론 유튜브에서 서구 팬들의 각종 리액션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의 가설이 맞았습니다.

그리고 소위 ‘유명해서 유명한’ 전략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합니다. 남미에서 월드투어를 먼저 시작하는 것이죠. 지리적으로 미국과 가장 가까운데다 라틴계 인구가 상당합니다. ‘남미에서 BTS가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대체 누구야?’라고 뉴욕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도록 만드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과거보다 미국 내 인종 구성의 다양성이 더 높아진데다, 유튜브와 스포티파이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로 인해 다른 문화권 컨텐츠에 대한 장벽이 낮아졌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밑바닥부터 올라갈 필요 없이 그 주변부를 공략해도 먹힐 수 있는 시대라는 걸 방시혁은 포착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방시혁의 강점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방시혁을 성공으로 이끈 그의 인간적인 강점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첫번째 강점은 음악적 완벽주의입니다. 뭐가 됐든 본업을 가장 잘해야죠. 박진영을 따라다니면서 박진영이 입으로 내는 소리를 사운드로 완벽히 구현해낸 게 방시혁이었습니다. 그 까다로운 JYP 마음에 쏙 들게 완벽하게 뽑아냈다고 하죠.

편곡만 한 게 아니라 지금까지도 무수한 히트곡을 직접 만들기도 했고요. 위대한 탄생이라는 오디션 프로에 나와서 굉장히 무서운 독설가 이미지를 뿜었는데요. 실제로 그를 거쳐간 가수들이 녹음할 때는 매우 무섭다, 하지만 녹음 끝나면 원래대로 친절해진다고 평가했습니다. 확실한 그의 실력을 믿으니 그를 끝까지 따를 수 있었겠죠. 평소에는 친근해도 일을 할 때만큼은 완벽주의자라는 점이 방시혁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두번째 강점은 구성원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BTS가 등장하기 이전의 엔터업계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파격적입니다. 문화예술계가 대부분 그렇듯 도제식이어서 위계질서가 엄격하기로 유명하죠. 특히 한국 아이돌 제작 환경은 지금도 해외에서 공장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엄격한 트레이닝이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방시혁은 그렇게 구속하고 억압하는 걸 못 참았던 사람입니다. 예술계통의 사람들이 본인은 자유로운 걸 좋아해도 자기 사람들을 정말 자유롭게 풀어주는 건 또 보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방시혁은 정말로 경영에서 손을 떼고 음악만 했고요. BTS를 그렇게 풀어놓고 키웠습니다. 자유분방한 모습이 SNS에서 매력을 끌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팬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통합해야겠다 생각했고 위버스가 탄생했습니다. 요즘은 웬만한 아이돌 컨텐츠를 거의 위버스에서 소비합니다.(다음 카페에서 덕질했던 시대는 갔습니다.) 예전 코로나 때 BTS가 온라인 콘서트를 위버스에서 개최하면서 가능성을 인정 받았고, 지금은 하이브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연령대가 높은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각 팀의 색깔이 확연히 다릅니다.
연령대가 높은 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각 팀의 색깔이 확연히 다릅니다.

자율성은 하이브의 레이블 체제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존 엔터 기획사는 온 회사가 하나로 뭉쳐서 사활을 걸고 아이돌을 제작했죠. 원래 게임 업계가 그랬다가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오면서 여러개의 중소 스튜디오로 나눠져 게임을 만드는 일종의 레이블 형태를 먼저 만들었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아이돌을 제작하는 하이브도 이런 레이블 체제를 구축합니다. 모든 회사 역량을 아이돌 한 팀 제작에 몰빵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거죠. 대신 각각의 독립적인 레이블에 완전히 자율성을 줘서 창의적인 팀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태어난 팀이 바로 뉴진스입니다. SM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많은 아이돌을 성공시켰던 민희진을 영입했고, 그에게 독립 레이블인 어도어를 맡깁니다. 뉴진스는 민희진이 자신이 그동안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걸그룹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만들었다며 매우 만족해합니다. 이 말만 들어도 방시혁은 하나도 개입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인생의 치트키, 좋은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이유

성공하는 사람 옆에는 좋은 사람이 항상 있습니다. 인연이라고 하는데, 대체로 그 좋은 인연도 스스로 준비하고 있어야 맞이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 밴드 정도 했던 방시혁이, 그것도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에 들어갔던 사람이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수상을 했다는 건 혼자 엄청 진지하게 음악을 해왔다는 뜻일 겁니다. 박진영과 김형석 같은 시대의 예술가들이 범상치 않은 아이를 한눈에 알아본 것이죠.

방시혁은 자신의 냉소적이고 낯을 가리는 성격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재수 없게 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단 그의 강점인 음악성이 갖춰져 있으니 그런 성격적 단점도 부차적인 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 그렇게 냉철하고 진지한 성격이 박진영과 잘 맞았나봅니다. 유퀴즈에서 둘의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이 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고차원의 대화를 진심있게 나누더라고요. 그런 냉소적인 성격이 단점처럼 보일지 몰라도 또 적절한 인연을 만나면 서로 통하는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하이브와 BTS를 성공시킨 방시혁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 정도면 방시혁이 BTS와 글로벌 트렌드 변화를 직접 개척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본인이 한 건 그냥 열심히 음악을 한 것 뿐입니다. 나머지는 뛰어난 주변 사람들에게 맡겼고요. 정말 알아서 잘 하라고 자율을 줬습니다. 물론 위임을 잘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진짜 고수는 기본에 가장 충실하고, 기본을 가장 잘 한다는 말이 있죠. 아, 잘 시키면 되는구나? 과연 내가 얼마나 위임을 잘 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얼마나 잘 자율성을 주기 위해 고민했는지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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