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최고의 앨범은 허클베리피의 점이다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앨범을 들어보자.

2021.06.13 | 조회 8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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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뀽이의 힙합 이야기

오직 힙합 관련 이야기만 올릴 예정입니다.

 구독자씨는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앨범을 들어보자.

앨범커버
앨범커버

 

 내게는 허클베리피의 점이 최고의 앨범이다. 문샤인, 킁, 랭귀지, 에넥도트, 누명, 라이프 라이크, 파급효과, 디톡스 등 위대한 앨범들이 많다. 감히 내가 평가할 수 없는 앨범들이다. 다른 앨범들에 순간순간 빠지는 순간이 있다. 그럼에도, 꿈에 대한 열망을 노래하다, 꿈보다 삶이 위대하다는 깨달음을 주는 이 앨범이 나의 가슴에 가장 큰 울림을 준다.

Base Camp
Everest

Espresso
아름다워 (Feat. Soulman)
달마시안

점 트랙리스트

트랙리스트는 위와 같다. 하나하나 이야기를 해보자.

Base Camp

천천히 즐겨보자

 본격적인 앨범의 음악을 시작하기 전에 나오는 인트로다. 앨범의 분위기를 맛깔나게 느낄 수 있다. 상당히 잘 만들어진 인트로로 천천히 즐겨보자. 다음에 나오는 Everest와 잘 이어진다.

Everest

국힙 최고의 명곡을 뽑으라면...

 감히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너무나도 주옥같은 곡이다. 이제 앨범에서 꿈에 대한 열망에 대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MC 메타의 내레이션을 시작으로, 가볍게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1절이 시작된다.

하늘 아래 가장 높게 솟은

새하얀 구멍

꼭대기에 대한 상상은

내겐 오래된 즐거움

정복을 쉽사리 허락지 않는 그곳

덕분에 어떤 이들에겐

영원한 바늘구멍

허나 모두의 마음을 뺏는

요소도 바로 그것

그래 나 역시도

그것 때문에 가려는 거야서로의 어깨를 두들기며 약속해

모두 정상에서 보기로

에베레스트 1절 가사 일부

 꼭대기에 대한 열망을 가장 잘 나타내는 가사가 아닐까 싶다. 성공, 자신의 분야에서 정점을 찍는 것은 어떤 이들에겐 영원한 바늘구멍일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이루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아직까지는 서로 성공을 이루자고 약속하며, 희망이 돋보인다. 이제 더 공격적인 2절이 시작된다.

뭔가를 따라가는

방식에만 길들여진

나에게 그 상실감은

꽤 견디기 힘들었지

오늘 또 한 명의

동료를 보내야만 했네

에베레스트 2절 가사 일부

 꼭대기를 올라가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천천히 털어놓는다. 성공, 정점을 찍는 것은 누군가를 따라가기만 해서는 이룰 수 없다.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의 어려움은 경험해본 사람들만이 알 수 있다. 동료들이 하나, 둘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복잡해질까?

 천천히 클라이맥스로 진입한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을까

고개를 저으며 발을 떼

가던 길을 계속 가

...

마주친 모든 이에게 들은

불가능이란 단어

듣기도 뱉기도 싫어

내 두 귀를 틀어막아

시체로 발견된 그는

어린 시절 나의 영웅

...

허나 무엇보다

보고 싶지 않은 건 돌아선 후

모든 게 부질없다며 비웃는

저 패배자들의 얼굴

그들 중 한 명으로

기억되길 원치 않아 난

...


애초에 오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을 호흡곤란도

숨 쉬고 있다는 증거쯤으로

여기며 나아가 난

에베레스트 클라이맥스 부분

 이보다 꿈에 대한 열망을 잘 표현한 이야기가 있을까? 특히 이 부분은 직접 들어보길 바란다. 상상 이상으로 좋다.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생각. 모두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현실. 어린 시절 영웅마저 시체로 발견되는 모습. 정말 대단한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이런 모든 것을 뒤로하고 꿈을 포기하며, 부질없다고 비웃는 패배자가 되기 싫은 자존심. 그것만으로도 포기할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허클베리피는 인터뷰에서 꼭대기에서 내려다볼 풍경을 상상하는 것으로 나아간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해당 리뷰에서는 내가 더 공감이 되는 가사와 이유를 강조했다)

 무모하고 자신을 챙기지 못하고 나아가는 모습. 꿈에 자신감과 열망을 보여줬다. 이어지는 숨에서는, 이루기 힘든 꿈에 대한 모습을 더욱 처절하게 묘사한다.

재평가가 필요하다

 꿈에 대한 두려움과 열망을 노래한다. 색소폰 연주자에 빗대어서 꿈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소름 돋았다. 개인적으로 허클베리피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스토리텔링이 아닐까 싶다. 적절한 라임, 강조, 가사를 나열하는 방식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사실 헤어질 수 없음을

나도 잘 알기에

내다 버린 악기를

다시 가져오는 발걸음

그 덕분에

곰팡이 냄새가 낀 밥그릇

자랑스러운 남편으로

살고자 마음먹은

몇 년 전의 다짐은

TV 속에 환상일 뿐

여전히 아이 같은

미소 지으며 소리 내고 있어

이것마저 지우면

그 차가운 방바닥을

견뎌낼 자신이 없기에

악기의 무게보다

무거운 벽돌을 어깨에

숨 가사 일부

 이루기 힘든 꿈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잘 표현한다. 꿈과 현실은 다를 수 있다. 그런 현실을 차갑게 이야기한다.

허나 그들에게 내 모든 게

부질없다 해도

입에 물고 손에 쥐고

전부 쥐어짜네

낡은 지갑에

껴놓은 사진을 바라보네

가끔 사진 속 모두가

나에게 말하곤 해

결코 영원히 잡고

있을 수는 없어

숨 가사 일부

 주변 사람들, 스스로의 생각도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다. 정말 가사를 잘 쓴다고 느껴진다.

이미 나와 있는 정답을

온몸으로 부정해

몇 일째 굶고 있는

내 낡은 잠바 주머니에게

주먹 쥔 손을 구겨 넣어

입을 다물게 해

어찌 보면 이건

일종의 산소호흡기

떼어내는 순간

난 더 이상 살 수 없지

나에게 꿈이란

일종의 낭떠러지

한 번 뛰어들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지

숨 가사 일부

 꿈이라는 것을 산소호흡기와 낭떠러지로 표현한다. 이미 정답이 나왔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이에 대한 대답을 다음 곡 Espresso에서 해준다.

Espresso

참 따뜻하다

 이 곡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일까? 내가 그 친구라면 감동의 눈물을 흘릴 거 같다. 꿈에 도달하지 못한 친구에게 하는 이야기다.

네가 만든 커피가 제일 맛있다는 너스레에

사람 좋은 웃음으로 화답해

우리가 어느새 알고 지낸지도 15년을

훌쩍 넘겼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며

앞에 놓인 컵을 살짝 감싸 쥐네

그 온기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씨

다들 좋아했지 네가 모두를 대하는 방식

그래서 꿈이 선생님이라며 짓던

그 확신에 찬 표정에

난 천직이라 생각했지 당시엔

허나 정복을 쉽사리 허락지 않는 그곳

덕분에 어떤 이들에겐 영원한 바늘구멍

Espresso 가사 일부

 꿈에 도달하지 못한 친구의 이야기로 곡이 시작된다.

내려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그 무게를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던 나

Espresso 가사 일부

 꿈을 포기한 사람도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 꿈을 포기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

네가 공연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봤어

왠지 끝까지 보기 힘들어서 창을 닫았어

가끔 머릿속에 네가 떠오를 때마다

괜히 짜증이 났어 나도 모르게

너의 잘못도 아닌데 대체 내가 왜 이럴까

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게 싫은 거야

마지막으로 떨어진 그 날 이후로

매주 나가던 교회를 잘 나가지 않게 됐네

유독 내 기도만 피한다는 생각이 들어

가끔 남몰래 그분을 원망하기도 했네

모두에게 큰소리치던 그 날이 기억나

그때 너희가 보낸 미소는 무슨 의미였나

그걸 비웃음으로 받아들이게 된

내가 너무 초라해 보여 이런 마음이 이해돼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말은 다 헛소리야

그것만으론 자랑스러운 아들일 수 없으니까

그것만으론 자랑스러운 남편일 수 없으니까

그것만으론 자랑스러운 친구일 수 없으니까

자기 전마다 머릿속에 그리던 모습

그게 오늘의 나의 모습과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이 거대한 구멍은 과연 무엇으로 채워질까

Espresso 가사 일부

 꿈을 이뤄가는 사람을 보면서 생기는 마음을 잘 표현했다. 친구가 정말 이렇게 이야기했을까? 정말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드는 말이다. 꿈을 포기한 사람을 더욱 이해할 수 있는 가사가 아닐까?

허나 그것이 너의 인생을 채점하는 기준이 될 순 없어

꿈은 그저 삶의 거대한 일부

너를 볼 때마다 말해주고 싶었어 항상

넌 너에게 묻은 꿈의 흔적들보다 아름다운 사람

그 누구도 그걸 얼룩이라 생각지 않아

그 흔적들 모두 삶 자체로 인정하고 감싸 안아

짊어졌던 배낭의 무게 네가 뱉어놓은 말의 무게

더는 느끼지 않아도 돼

그 시간 속에만 담아두기엔

네가 방금 만든 커피의 맛이 너무 좋아

이 향기가 오래 남아있길 진심으로 기도할게

Espresso 최고의 가사

 이보다 좋은 답변이 있을까? 이전까지 와의 노래와 달리, 꿈은 그저 삶의 일부라는 이야기를 한다. 더더욱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고 할까? 멋진 전계다. 다음 곡 아름다워에서는 친구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노래한다.

아름다워 (feat. Soulman)

정말 아릅답다. 국힙 최고의 곡을 뽑으라면 나는 이거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본격적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다.

모든 씨앗이 나무로 자라나는 건 사실 불가능하지

어린 시절 꿈꾸던 모습 그대로 나이 먹기를 계속 원하고

아무리 간절히 기도해도 쉬운 일이 아니야 절대로

포기하거나 맞서거나 맞서는 것을 포기하거나

셋 중 하나를 선택하기란 너에겐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야

아름다워 가사 일부

 꿈을 포기한 사람도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 사실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을 가진 것도 행운이다. 이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런 행운을 가지고 행운을 못 가진 사람들을 비웃으면 안 된다.

허나 그분은 우리를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인도하지

결국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될 거야 반드시

우릴 다른 모습으로 만든 이유를 우린 알지 못하듯이

아름다워 가사 일부

 이 가사를 무조건 기독교적인 신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그저 세상이 결국 바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낙관적인 태도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참 아름다운 생각이다.

You are so beautiful

걸어가도 멈추어도 이 순간을 살아내는 걸

흑과 백 그 사이에 무한한 회색들을 바라봐

모두가 아름다워

아름다워 가사 일부

 개인적으로 훅도 너무 아름답다. 제목처럼 아름답다. 걸어가도, 멈춰도 우린 이 순간을 살아가는 거다. 그런데 성공에 대한 열망은 이를 무시하게 만든다.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세상에 흑과 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무한한 회색만이 존재한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허나 꿈은 삶의 거대한 일부 절대 너의 전부가 될 수 없지

참 아름다운 아름다워 가사

 그렇다. 꿈은 그저 삶의 일부이다. 전부일 수 없다. 꿈을 이루지 못해도 된다. 삶의 한 부분일 뿐이다. 우리의 생명은 가장 신비롭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행복할 자격이 있다. 실패했다고 좌절하지는 말자. 그저 삶의 일부다. 다른 일부를 찾으면 된다.

네가 짊어지고 있던 배낭의 무게 견디지 못하고 내려놓았을 때

당시의 난 어리고 오만한 마음에 너의 선택을 깔보고 비웃었네

...

어리석은 나의 지난날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감싸 안아준 나의 친구여

너가 앞으로 짊어질 배낭은 이전보다 편안하길 바랄 뿐야

아름다워 가사 일부

 반성하는 마음... 나 또한 많은 반성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사정, 생각을 모르면서 함부로 판단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를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다니. 동시에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하다니, 대단하다.

내가 아직 여기 남아 랩을 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너의 삶은 꿈보다 크고 아름답다는 걸 전파하기 위해서란 걸

국힙 최고의 라인

 이보다 아름다운 라인이 세상에 존재할까? 정말 소름이 돋으면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어떻게 이 앨범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마지막에 허클베리피가 노래를 한다

 이 버전도 한 번은 들어보길 추천한다.

 마지막 타이틀 곡인 달마시안으로 점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마무리한다.

달마시안 

 타이틀곡이다. 가장 통찰력이 깊은 곡이다. 

우린 모두

백지상태로 태어나

저마다의 모양새를

가진 점으로 채워가

삶의 크고

작은 순간들로부터

만들어진 흔적들이

온몸에 들러붙어

그 점들의 크기와

모양이 각기 다른 것은

삶에는 일정한 패턴이

없다는 증거물

매번 아름다운

흔적만 남기는 건 불가능

그러니 두려워 마

달마시안 가사 인부

 어떻게 삶에 일어나는 일을 점으로 표현하고, 우리가 달마시안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상상력이 대단하다. 앨범 명인 점을 가장 잘 표현한 곡이다.

젊은 날의 치기

또는 지저분한 기억쯤으로

여기던 순간들

모두 삶 속 작은 점

그 점들이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거야검은 건반이

빠진 악기로는

절대 완벽하게

연주할 수 없어

이 삶이라는 연주곡

그저 아무렇게나

찍어놓은 듯한

점들로 인해 완성되는

화가의 그림처럼

무심코 보기엔

초라한 날들일지언정

그 날들이 삶을 완성하고

마무리 지어 줘한 날들일지언정

그 날들이 삶을 완성하고

마무리 지어 줘

달마시안 가사 인부

 어떻게 이런 가사를 썼을까? 얼마나 많은 고민을 가쳤을까? 비유를 엄청 잘 들어서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실수를 해야지 배울 수 있다. 슬퍼봐야지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세상에 어두운 면이 존재하지만, 그 어두운 면 마자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누군가의 무늬가

훨씬 아름다워 보여도

너의 무늬가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니야 결코

달마시안 가사 인부

 감동적이다.... 이 앨범을 관통하는 라인이다. 특히 요즘 사회에서 들어야될 이야기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냥 듣기만 해도 그 가치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앨범이다. 너무 많은 설명을 한 게 아닌가, 걱정이다. 천천히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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