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주간 실리콘밸리는 경제, 테크, 스타트업, 부동산, 재정적 자유, 비지니스에 관한 정보들을 함께 토론하면서 제가 배워가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들도 함께 배워나가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본 커뮤니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이며 투자에 대한 조언이 아닌 전반적인 트렌드와 그에 대한 의견들입니다.
평일 매일 실리콘밸리 시간으로 아침 6시 (서울 밤 10시)에 세계 각국에 계신 패널분들과 1시간동안 최신 뉴스를 읽고 녹음과 기사모음을 뉴스레터로 보내드립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트렌드와 VC 동향에 실밸과 한국에 계신 VC +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과 매주 서부시간 토요일 저녁 6시(서울 일요일 오전 10시) 에 정기세션을 갖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창업자분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다함께 대화할수있는 세션을 가지려고 합니다.
오픈채팅방: 기사 공유, 정보 (비번:2045, 1500명 가득찼는데 가끔 자리가 납니다)
어제 우리 카톡방에서 올라온 Vinod Khosla 이야기 다들 보셨나요? 제가 3월에 Upfront summit에 갔을때 세션에 왔었고 그때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었고 개인적으롤 너무 와닿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다보니 제가 투자자의 입장에서의 좋은 VC가 되는 법만 생각했지 스타트업의 입장에서의 좋은 VC에 대해서 한동안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아서 제 개인적인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해봤습니다.
감히 스타트업이 VC를 고르다니?
제가 지난주에 제가 마음에 드는 seed stage 회사 대표와 1시간동안 커피타임을 가졌는데 제가 한시간동안 면접을 당하면서 왜 본인의 스타트업이 잘될거라고 생각하는지, 본인 업계 동향과 트렌드는 어떤것 같은지, 앞으로 로드맵에는 어떤것들이 좋을지, 본인이 왜 제 돈을 받아야되는지에 대해서 답변하면서 제가 위의 비노드의 말을 그대로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 사업에 대해서 제일 잘알고 가장 많은걸 바친사람은 너고 난 너를 믿고 네가 도움을 요청하면 그걸 해결해주는 서포터라고 생각한다." 그날 밤에 이번에는 자리가 없을수도 있지만 길게보고 같이 해결해보자고 문자가 왔습니다 (비노드형 고마워요).
이 창업자가 특이한건 아니고 보통 좋은 VC들의 투자를 받았거나 성과가 잘나오고 있는 회사들을 만나면 대화는 이런식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상대방이 먼저 만나자고 한 경우는 약간 반반으로 흘러가지만 제가 찾아내서 인맥을 통해 혹은 콜드콜을 통해 만나는 경우에는 이미 이메일부터 "왜 내 돈을 받아야하는지"부터 설명이 되어있고 만나서도 위와 같은 대화는 빠지지 않습니다.
그만큼 실리콘밸리에는 (요즘 특히...)투자자가 많고 또 유동성이 높은 반면에 좋은 스타트업의 수는 한정되어있기때문에 투자자들도 세일즈가 중요한 분위기입니다. 그러다보니 VC들은 돈이나 인맥만 가지고는 최고의 회사들에 투자할수가 없게되었고 본인들의 value-add를 고민하고 개발하는데 신경을 많이 쓰고있습니다.
VC를 고를때 체크할 것들
1. 나를 담당할 파트너가 누구인가, 나랑 잘 맞는가
제 생각에 제일 중요한건 내가 함께 일할 파트너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회사에 대해서 얼마나 진심인가, 업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고 네트워크가 있는가, 얼마나 나를 믿어줄 것인가, 얼마나 경험이 있는가, 이직할 위험은 없는가 등등이 앞으로 나와 이 파트너, 그리고 펀드, 나아가 VC업계와의 관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때문에 창업자 본인과 담당 파트너와의 핏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관리 스타일도 중요한게 투자자들중에는 돈만주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투자자들도 존재하고 매주 통화하는 투자자들도 존재합니다. 이건 스펙트럼이 워낙 넓기때문에 여러번 만나면서 그리고 다른 창업자들과의 레퍼런스를 통해서 자세히 파악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건 투자자 입장에서도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 우선 투자를 하고 나면 어쨋든 5년에서 10년은 함께 일하고 봐야하는 사이이다보니 나랑 잘 맞는가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될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창업자가 문제가 생겼을때 "first call"이 되면 여러모로 도움주기도 쉽고 대응하기도 쉬우니까요.
저는 동시에 과연 내가 이 사람밑에서 이 회사에서 일할수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해보는데, 앞으로 저보다 더 나은 인재를 찾아내고 그들을 유치(?) attract해야할텐데 고작 나조차도 이 사람을 위해 이 회사를 위해 일하고 싶지않다면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과연 일할까?라는 부분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중요한건 팀이고 인재라고 생각해서 그런 면도 있을것 같습니다.
2. 네트워크
VC는 누가뭐래도 relationship business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그 VC에게 투자를 받는 것이 곧 그 투자자의 네트워크를 얻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객사 소개, 좋은 임원/직원 소개, 다른 투자자 소개, 벤더 소개등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네트워크로 해결할수 있는 문제들을 VC들이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수있기 때문에 중요한 역량이죠.
따라서 다양한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이 VC의 네트워크가 얼마나 뛰어난지 체크해보는게 중요하고 실제로 VC들은 투자를 하기도 전에 좋은 인재를 소개해주거나 고객을 유치해주면서 본인들의 네트워크를 뽐내는게 실리콘밸리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입니다.
3. 정보력과 전문성
VC들은 여러회사에 투자를 집행했고 현재 다른 이사회에서도 있고 매일 비슷한 새로운 회사들을 보기때문에 시장이 돌아가는 분위기와 소문에 밝습니다. 물론 개인 네트워크도 뛰어나기때문에 다양한 정보들을 취합할수있죠. 따라서 시장 동향과 본인 회사의 실적이 어느정도인지 어느정도 큰 그림에서 파악하고 있을 것이고 그중 confidential 하지않은 정보를 전달해주는 역할도 할수있습니다. 그리고 이전 다른 회사들의 실패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제공해줄수있어 어느정도 벤치마크와 동향면에서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미래의 투자자가 회사와 업계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잘 체크해야하고 관련 깊이있는 질문을 통해 투자자가 이 분야에 대해서 얼마나 진심이고 얼마나 공부했고 어느정도의 정보력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과연 내가 아이디어와 전략을 체크해볼수있을 정도의 sounding board 이 될수있는가도 따져보는게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thesis와 data-driven한 VC들의 콜드메일은 "네 회사는 우리가 정의한 이 섹터의 이 세그먼트에 존재하며 그 안에는 xxx개의 회사가 있고 그 중에 네 회사는 xx등이다. xxx한 이유때문에 우리는 네가 속한 세그먼트가 그 섹터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중에서도 네 회사가 이 세그먼트의 리더가 될 것이라고 믿기때문에 미팅을 하고 싶다" 라는 식으로 본인들의 지식과 전문성을 보여주는데 이게 반응이 아주 좋다고 합니다.
4. 하우스의 평판
해당 업계에서 평판이 좋고 인정받는 VC의 투자를 받으면 그것만으로도 시장에 아주 좋은 시그널을 주게됩니다. 좋은 펀드의 투자를 받으면 회사가 유명해지면서 세일즈와 고용이 그리고 다음라운드 자금 모집이 쉬워지게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는 크고 좋은 하우스도 좋은 선택이지만 요즘 대세는 스페셜리스트 펀드들이 뜨고있기도 하고 (큰 하우스들이 내리막인것도 있고) 아무래도 #2와 같은 이유로 전문성이 있는 펀드의 투자를 받는게 더 좋은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위의 2번과 비슷하게 하우스의 특성과 전문성 그리고 명확한 thesis를 파악하고 또한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업계내의 평판이 어떤지도 파악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바닥은 네트워크 비지니스기때문에 서로 대부분 다 알고있는 경우가 많고 대중 미디어에는 공개되지 않는 명성과 평판이 업계 내부에서 암암리에 공유되고 있기때문에 기존투자자나 지인 혹은 주실밸(ㅋㅋㅋ)을 통해 한번쯤 체크해보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5. Functional value-add
요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것인데 전통적으로는 VC들이 대부분 뱅커출신이다보니 파이낸스 분야를 많이 도와줘었는데 그뿐만아니라 Storm과 같은 경우는 SaaS 회사들의 go-to-market을 전문적으로 도와주고 있고 대부분의 VC들이 talent team을 운영하면서 회사에 필요한 인재들을 구해주고 있으며 data team을 운영하면서 사내 인사이트 제공 및 시장 정보와 경쟁사들 정보를 수집해서 제공해줍니다. 다른 것보다 talent팀은 요즘 없는 곳을 찾아보기가 힘들정도로 중요한 function이 되어가는 추세입니다. 사실 파트너들이 사람찾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쓰고 외부 에이전시를 쓰기에는 비싸고 소통이 잘 안되니까 인하우스화 시켜버리는게 유행인데 한동안 지속될 트렌드로 보입니다.
따라서 창업자들은 본인이 VC들이 직접적으로 도와주기를 바라는 분야가 어디인지 잘 생각해서 핏이 맞는 곳을 찾는게 좋습니다. 인재 채용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싶다면 그쪽으로 잘하는 펀드들의 해당 팀과 미팅을 하면서 역량을 파악해가는 형식으로 직접적인 기능적 도움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6. 목표가 같은가, 스타일이 맞는가
투자자와 창업자가 그리는 미래가 같은지도 중요합니다. 적당한 선에서 M&A를 할건지, IPO를 할건지, 아니면 제 2의 구글을 만들건지도 중요하고 돈을 벌고 싶은건지 세상을 바꾸고 싶은건지 아니면 그냥 스타트업 그자체가 너무 재미있는건지등등 이 모든 것들이 투자자들과 솔직하게 소통하고 서로 도와주는게 가장 좋은 형태가 아닐까합니다. 지금 당장 투자를 받으려고 적당히 둘러대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서로의 목표가 다르다는걸 알았을때는 지옥이 벌어지고 그런 상황을 지나고나면 업계 평판과 명성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버릴수도 있으니까요.
7.어렵지만 중요한 질문을 할수있는가
창업자들의 관점에서는 과연 이 투자자가 이사회에서 나를 믿어주고 지지해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건 어렵지만 중요한 질문을 해주는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단 보드룸에서는 잘되든 못되든 편 가르기가 많고 그게 다음 라운드 allocation이나 목표같이 다양한 부분에 영향을 미치기때문에 특히 잘되는 회사의 보드미팅에서는 서로 매니지먼트를 칭찬만하기 바쁜 인기투표 분위기가 되어버릴때도 있습니다. 이러다보면 회사 경영에 대해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순간들이 생길수가 있는데 과연 이 투자자가 솔직하게 회사를 위해서 인기를 잃으면서 충언을 해줄 사람인가도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걸 꿰뚤어보는 창업자의 오픈마인드도 동시에 중요할거구요.
혹시라도 미국 VC들에 대해 추천이나 레퍼런스가 필요하신 분들은 언제든 주실밸 오픈챗에서 질문하시면 제가 아무도 화내지 않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지난 6개월간 탑VC들만 200명이상 만남ㅋㅋㅋ)
사실상 창업자에게 매력적인 VC가 되는법
VC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위의 내용들은 반대로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인 VC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질문의 답변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나에게 맞는 창업자를 찾는데 도움이 될수도 있을 것 같구요. 물론 실리콘밸리 이야기고 개인적인 견해이다보니 뇌피셜이 많지만 제가 업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정리한 노하우정도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인 다짐과 반성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해보지 못한 저는 한국 회사에서 "상사가 혼낸다"라는 표현을 들었을때 경악을 했었는데 가끔 "코칭할 수 있는 창업자"를 고른다거나 "가르침을 받을 준비가 되었는지 테스트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을때도 좀 투자자들 특유의 우월감이 비치는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인상이 찌푸려집니다.
왜 다들 한번쯤은 보셨을텐데 투자자들 중에는 유독 나는 돈을 주고 너네를 판단하는 "심사역"(백번 강조함...벼슬인줄...)이니까 넌 나에게 잘보여야하고 내가 선택해주는걸 감사해라라는 근본없는(?) 우월감과 자부심을 뿜어내는 분들이 종종 존재하죠 (근데 다들 괜히 찔리시겠지만 혹시모르니 저포함 항상 반성합시다ㅋㅋㅋ).
물론 실리콘밸리에도 이런 사람들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창업자들에게 본인을 어떻게 세일즈하고 평판과 명성을 쌓을지가 더 큰 고민처럼 보입니다. YC내부에도 투자자 명부가 있고 개인별로 점수가 매겨지는만큼 평판과 명성이 전부인 실리콘밸리에서 갑질하다간 이 바닥 왕따되는건 순식간이니까요.
결국 여러 포트폴리오 중에 하나인 회사에 대한 투자자의 어설픈 조언보다는, 본인의 인생을 바쳐 하나에만 몰두하며 묵묵히 노력하는 창업자를 옆에서 응원해주고 언제든 도움을 요청할때 완벽하게 그 요청을 수행해주는 투자자가 되어야지, 내가 투자자로써 보드멤버로써 이 회사를 성공시키겠어라는건 오만한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VC들이 본인들의 과거 경험을 토대로 조언하고 투자하는건 패턴 인식이라고 생각하고 그건 PE들의 플레이지 아웃라이어를 찾는 VC들의 플레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발하고 끈기있는 미친 대표를 찾아서 마음대로 이끌어가게 도와주는게 100x를 내는데는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물론 합법적으로!!!)
그래서 오늘도 감놔라 배놔라 하지말고 열심히 치어리딩을 해주는, 도구로써의 역할에 충실한 서포터같은 투자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시한번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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