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주간 실리콘밸리는 경제, 테크, 스타트업, 부동산, 재정적 자유, 비지니스에 관한 정보들을 함께 토론하면서 제가 배워가는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들도 함께 배워나가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본 커뮤니티의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이며 투자에 대한 조언이 아닌 전반적인 트렌드와 그에 대한 의견들입니다.
평일 매일 실리콘밸리 시간으로 아침 6시 (서울 밤 10시)에 세계 각국에 계신 패널분들과 1시간동안 최신 뉴스를 읽고 녹음과 기사모음을 뉴스레터로 보내드립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트렌드와 VC 동향에 실밸과 한국에 계신 VC +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과 매주 서부시간 토요일 저녁 6시(서울 일요일 오전 10시) 에 정기세션을 갖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창업자분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들어보고 다함께 대화할수있는 세션을 가지려고 합니다.
오랜만에 VC에 대한 주간 글을 쓰네요. 집을 파는 것도 아직 바쁘게 돌아가고 마켓에 딜들이 많아지면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가까워지는 있는 느낌이라 열심히 딜들을 찾아보고는 있는데 아직까지는 많은 회사들이 그동안 너무 많은 돈들을 모아둔 상태라 "지금이다!"라는 느낌의 딜들이 나오지는 않는 느낌입니다. AI딜들도 재미있는건 많은데 돈되는건 아직 많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구요.
세컨더리를 보자면 타이거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DPI때문에 세컨더리 딜들이 많이 나오고는 있는데 동시에 세컨더리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커지고 많아지다보니 생각보다 가치가 내려가지도 않게되고 그러다보니 어머 이건 꼭 사야돼라는 딜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답답하지만 이 상황속에서도 좋은 딜을 찾으면서 또 끈기를 가지고 여전히 꼼꼼하게 딜을 봐야할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제가 지난 몇달간 가지고 있던 생각을 너무 잘 정리해준 뉴스가 있어서 이 내용에 제 생각을 보태서 설명했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왜 초대형 펀드들의 시대가 끝났는지는 제가 지난번에 쓴 글이 예고편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세쿼이아가 내부적으로 팀은 재편하고 인도와 중국을 독립시키는 등 분위기 쇄신의 노력을 보이고 있기때문에 재기에 성공할지도 모르지만 일단 상황이 좋지않아보인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건 세쿼이아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펀드가 너무 크면 안좋은 이유
구조적으로 펀드가 너무 커지면 한정된 시장에 펀드를 소진하여야하기때문에 (1) 비싸게 투자할수있고 (2) 기준미달의 회사에 투자할수도 있게 됩니다. 더군다가 펀드가 커지면서 인력이 더 필요하고 지속적인 새로운 인력 충원은 회사의 core value나 문화를 유지하고 (3) 과거의 성공을 지속할수있기가 쉽지 않아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펀드가 커지면 펀드에 투자하는 투자자 LP들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기 마련이고 더군다나 전에 투자한 펀드들로부터 수익을 배분받지 못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이런 분위기가 꺼려지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펀드들을 키워온 이유는 뭘까요? 네, 여러번 들으셨다시피 운용보수때문입니다. 펀드 사이즈에 비례하여 2%이기때문에 펀드가 많으면 많을수록, 크면 클수록 좋기때문이죠. LP들이 투자안하면 되지 않느냐구요? 지난 15년과 같이 유동성이 넘치던, 특히 지난 3년간 유동성이 넘치던 시절에는 펀드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투자를 안하면 그 LP는 다음 펀드에는 투자를 못하게 될수도 있기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투자를 해온거죠.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습니다.
초대형 펀드들의 종말
최근 스타트업들 밸류에이션도 낮아지고 있고 다운라운드도 점점 눈에 띄기 시작하고 있죠. 작년 이맘때 세쿼이아도 스타트업들에게 “팬데믹 직후 스타트업 업황이 ‘V 자’로 회복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했던 예측이지만 어쨋든 잘한 예측이죠.
그래서 저는 VC들이 상황을 잘 파악하고 스타트업들에게 적절한 조언을 했다고 생각했고 동시에 결국 스타트업들의 위기는 본인들의 위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펀드사이즈를 줄일줄 알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행동을 보인건 Founders Fund 뿐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행동을 보인 Thiel의 Founders Fund는 본인들의 최근 펀드인 8호의 사이즈를 $1.8B에서 $0.9B으로 절반으로 줄였고 남은 펀드는 다음 9호 펀드로 이월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누구보다 먼저 움직였기에 "역시 파운더스펀드"라는 의견과 "쟤는 또 왜 저렇게 착한척 똑똑한척 오바해 눈꼴시렵네"라는 의견이 동시에 존재했었죠ㅋㅋㅋ
사실 제 기억에 VC들이 펀드레이징을 시도해보기 전부터 사이즈를 줄인건 Founder Fund가 유일한 것 같습니다. 불행히도 나머지 펀드들은 일단 펀드레이징을 해보고 생각보다 펀드가 모이지 않자 결국 펀드사이즈를 줄인 경우였습니다.
예를 들면 Insight Partners는 빠르게 펀드사이즈를 두배씩 키우면서 2022년에 $20B 펀드를 모았었고 현재 2024년을 목표로 또 $20B펀드를 모으고 있었죠. 현재 스타트업 시장이 식어가는걸 보면서도 지난번과 똑같은 $20B을 모으는걸 보면서 저는 "LP들은 이걸 또 두배로 키우지 않아서 감사해야하나..."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ㅋㅋㅋ 시장에 돈이 마르면서 밸류에이션은 떨어질거고 그럼 마켓사이즈가 줄어들텐데 아직 $10B이나 되는 현금을 투자하지 못해 가지고 있으면서 $20B을 더 모은다는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죠. 저만 그런 생각을 한게 아니었는지 생각보다 돈모으기가 쉽지않다는 것을 실제로 돈을 모아보고나서야 느낀 Insight는 최근 이번 펀드의 사이즈를 $15B으로 25% 줄이기로 결정합니다.
TCV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5.5B 펀드를 목표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절반밖에 모으지 않았다는 뉴스가 들리고 있죠. Tiger는 두번이나 펀드사이즈를 줄인 끝에 $12B에서 시작했던 목표치를 $5B로 수정했습니다. Coatue는 아직 소식이 없는데 아마도 분명히 줄여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부터 줄였다면 더 좋았을텐데 왜 꼭 해보고 안되는걸 알고나서야 줄이는지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마켓분위기 파악이 그렇게 안되나 싶기도 하고 LP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렇게 트렌드를 못읽는 VC들에게 투자해도 되는건가?라는 현타도 오는거죠. 처음부터 줄였으면 오히려 "오 Founders Fund 같이 앞서가고 좀 잘 읽는데?" 였지만 사이즈를 크게 그대로 시도 해보고 실패해서 줄이면 "와 진짜 안되나보다 나도 안해야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거든요.
결론적으로 한동안 초대형 펀드의 시대는 끝이 난것 같고 펀드들은 스타트업들에게 "다운라운드를 두려워말라"라고 했던 충고처럼 본인들 펀드사이즈의 "다운라운드"도 부끄러워하지말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흐름을 읽어가면서 투자자들에게 본인들의 기민한 대처를 보여주는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그냥 줄이면 다 해결돼?
이처럼 초대형 펀드들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는데 여기서 드는 제 생각은 "이제와서 해보고 안된까 줄이면 다 해결이 되느냐"입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다보니 지금 이렇게 펀드가 안모이고 투자가 줄어들면 여태까지 비싸게 투자해놓은 것들은 누가 받아주냐...라는 질문에까지 도달한거죠.
투자는 누군가 본인이 지불한 비용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줘야되는데 지금 펀드레이징도 힘든 이런 시기에 과연 내가 지불한 비용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줄 다른 투자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물론 뛰어난 VC들은 최고의 자산을 골랐기때문에 누군가는 투자해줄거야라고 생각할거고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만약 세쿼이아가 주장한대로 경기회복이 생각보다 오래걸리게 된다면 많은 스타트업들이 자금부족으로 파산을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되면 VC펀드들의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게되고 결국 여태껏 VC 투자를 늘려온 LP투자자들이 VC펀드 투자를 꺼려하게 되는 결과가 나오면서 스타트업 시장 전체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질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런일이 벌어진다면 이게 다 영원할줄만 알았던 넘치는 유동성 취해 사이즈를 키우면서 시장에 돈을 뿌려온 메가펀드들의 잘못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좀 더 소름돋는건 더 많은 LP투자자(카톡방에서 보셨던 일본 우정 은행등등...)들이 지금 VC투자 비중을 높여가겠다고 선언했는데 이게 맞는건가 싶긴 합니다. 동시에 기관이 이렇게 확대해서 들어오면 역시 고점이다...!라는 느낌도 들구요. 이들의 논리는 "원래 리세션 빈티지가 정말 좋은 빈티지이다"인데 제가 아래 글에 썼듯이 이게 생각보다 lag이 있거나 모바일폰같은 새로운 기술 발전과 더 연관성이 있었지 리세션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차라리 "미래의 기술 AI에 투자하기위해서 벤쳐비중을 늘린다!"라면 더 설득력이 있겠네요. 아 그리고 지금이 너무 늦어서 타이밍이 맞아버릴수도 있겠다라는 가능성도 있긴하겠네요; 지금이 12시야! 라고 했지만 이미 12시간이나 늦어버려서 정답이 되어버리는 느낌일수도 있겠네요 ㅋㅋㅋ함께 지켜봅시다.
그래서 어쩌라고 So what?
결국 그래서 어쩌라고는 스타트업 시장은 앞으로 조금 더 힘들거고 드디어 버블의 끝의 시작이 보인다정도 인것 같습니다. 초대형 펀드들의 사이즈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들이 2021년에 고가에 사들인 스타트업들이 무너지면서 앞으로 더 사이즈가 줄어들수도 있고 또 이로인해 VC들의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시대의 변곡점에서 next Sequoia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지않을까요?
물론 emerging VC들이 펀드레이징하기 너무 힘든 시점이기도 하지만 긍정회로를 돌려보자면 오히려 VC투자에 익숙해진 LP들이 초대형 VC들의 문제점을 알아채고 본인들의 학습을 기반으로 새로운 VC들을 찾아서 투자해주는 시점이 올수도 있지않을까요? 아 제가 너무 과대망상을 했군요 ㅋㅋㅋ오히려 반대로 "야 VC이거 손대면 안되겠다"라고 도망갈 확률이 더 높아 보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정말 VC/스타트업판이 난세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럴때야말로 영웅이 등장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솔직히 설레기도 합니다. 그런의미에서 다음주에는 도대체 emerging VC가 뭐고 next Sequoia가 뭔데? 라는 생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결국 제 글들의 끝은 next Sequoia를 만드는 방법 혹은 그걸 남들보다 먼저 빠르게 찾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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