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레터 18호
🎈10월 셋째주, 인디&임팩트 18번째 뉴스레터입니다~
이번 호는 미디어 활동가가 눈여겨볼 만한 해외 활동 소식들을 가지고 찾아왔습니다.
🎨 먼저, 단편영화를 통해 정신 건강에 대한 낙인을 줄이고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다양한 공동체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Art With Impact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정신 건강 일반 뿐 아니라 성폭력과 인종차별 등 사회적 폭력이 개인과 지역사회에 초래하는 정신적 피해와 치유에 대해 예술을 통해 지원하고자 해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리틀 도쿄의 역사를 다룬 온라인 전시 프로젝트 퍼스트 스트리트 노스 : 오픈 (FIRST STREET NORTH : OPEN) 사례도 흥미로워요. 도시 역사를 기록하는 새로운 방법을 경험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딥페이크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독립영화 제작 사례를 소개합니다. 이 기술의 사회적 파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독립영화는 과연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독립영화를 통해 창의적 실험들이 앞으로도 활발히 펼쳐지길 기대해봅니다. 👍
📚 목록
1. [동향] 5분짜리 영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 Art With Impact
2. [동향] 도시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 : <FIRST STREET NORTH : OPEN>
3. [동향] 딥페이크 기술과 독립영화의 만남
#1. [동향] 5분짜리 영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 Art With Impact
‘Art with Impact’는 5분 길이의 단편영화를 활용해 대학과 지역 사회 구성원의 정신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미국 및 캐나다에 기반을 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2012년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정신 건강에 대한 낙인을 줄이고 젊은 세대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정신 건강을 주제로 하는 105편의 단편영화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대학 및 지역 구성원과 함께 800회가 넘는 워크숍 및 영화제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이미 만들어진 영화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단편영화 보조금을 통해 정신 건강에 대한 단편영화 제작을 지원한다. 매년 영화 제작 제안서를 평가한 뒤 최종적으로 선정된 10개의 팀에게 단편영화 제작을 위해 각각 7,500달러를 지원한다. 영화의 주제는 정신 건강, 퀴어, 성폭력 등 과소 대표되는 그룹의 정신 건강에 대한 이야기이며, 2023년 5분 단편영화의 주제는 기후 변화와 탈진이다. 이렇게 제작된 영화는 커뮤니티 축제에서 공개되고, ‘Art with Impact’의 워크숍을 위한 자료로 활용된다.
정신 건강을 위한 영화
Art With Impact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인 ‘Movie for Mental Health’는 예술이 우리 내부 세계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기반하여 영화를 통해 정신 건강 및 정신 질환이라는 주제에 관해 소통하는 2시간짜리 워크숍이다. 참가자들은 정신 건강에 관한 단편 영화를 보고, 소외된 지역사회의 문화적 낙인과 정신 질환에 대한 토론을 한다. 이들은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정신 질환에 대한 낙인에 대해 검토하고, 참여자의 마음과 몸이 연결되도록 격려하는 신체활동을 함께 하기도 한다. 그리고 정신 건강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 손을 내밀 수 있는 지역의 자원이 무엇인지,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를 Q&A를 통해 배운다. 정신 질환과 건강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만큼 워크숍은 참여자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섬세한 지침들을 통해 진행된다. 단체의 자체 평가 데이터에 의하면 참가자의 71%는 워크숍 참가 후 필요할 경우 정신 문제에 대한 도움을 요청할 의향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Art with Impact의 활동은 정신 건강 일반에 머물러있지 않고,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커뮤니티 구축 및 흑인 정신 건강 치유 등 구체적이고 섬세한 관심이 필요한 분야로 나아간다. 각 프로그램은 단편영화 뿐만 아니라 시, 연극 등 예술적인 자원을 풍부하게 활용하며 참여자에게 안전하고 치유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Movie for Mental Health 홍보 영상 보러 가기)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지원 커뮤니티 만들기
‘성폭력 문제에 초점을 둔 정신건강을 위한 영화’ 프로그램은 성폭력이 개인과 지역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정신 건강 영향을 탐구하는 영화 기반 워크숍이다. 영화를 통해 정신 건강과 성폭력이라는 중요한 주제에 대해 젊은 세대와 소통하고 생존자들의 경험에 대한 공감을 구축하며 생존자를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그램은 참여자와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신 건강 및 성폭력 관련 자원을 연결하여 개인 및 지역사회가 성폭력으로부터 치유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워크숍은 ‘나를 만지지마’, ‘Me too’ 등 자체 단편영화 제작 지원에서 수상한 영화들을 함께 보고 영화와 신체 기술을 사용하여 참여자에게 다른 관점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미디어에서 성폭력을 어떻게 묘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성폭력이 불안, PTSD, 우울증, 섭식 장애, 자기 혐오, 불면증 등 생존자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탐색한다. 그리고 친구, 가족, 파트너, 동료로서 어떻게 생존자를 지원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를 배운다.
흑인 커뮤니티의 정신 건강을 위한 활동들
‘흑인의 정신 건강은 중요하다’ (Black + Mental Health + Matters) 워크숍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청소년이 숨진 사건에 대한 사회적 항의이자 캠페인으로서 일어난 ‘Black lives Matters’를 떠올리게 한다. 북미에서 흑인들은 특정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에 의한 고통과 좌절을 안고 있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차별뿐만 아니라 흑인 구성원의 내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 워크숍은 북미 지역의 흑인들이 정신 건강 측면에서 특정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고, 이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들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이용 가능한 정신 건강 자원을 연결함으로써 참여자의 치유를 돕는다.
Black Mental Health Matters에서 이용하는 자료는 다양하다. 제작 지원을 통해 아카이빙한 단편영화를 포함해, 시와 연극의 방법론을 활용하고, 다양한 정신 건강에 대한 전문가를 참여시켜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치유를 도모한다. 구체적으로 인종과 정신건강에 대한 디지털 사진 작업을 하는 Tsoku Maela의 사진을 함께 보고 흑인으로서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다양한 감정을 알아볼 수 있는 전문가 패널과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는 치유와 재생의 시를 함께 쓰면서 흑인 학생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새롭게 지어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영화를 통한 교육 및 사회적 활동들
영화를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해 공동체의 소통을 촉구하는 프로그램들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60년대 캐나다에서 몰락하고 있는 광산과 어촌 주민들의 문제를 공유하기 위해 영상을 만들어 전파한 ‘변화를 위한 도전’을 시작으로, 1980년대 미국 PBS 방송국은 P.O.V(Point of view)라는 다큐멘터리 방영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종, 젠더, 빈곤 등의 사회 문제를 논의하는 공동체 소통의 도구로 영화를 활용했다. Art with Impact는 영상을 포함한 예술이 가진 힘을 믿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화 운동의 전통을 이어받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Art with Impact 프로그램이 흥미로운 점은, 정신 건강과 질환이라는 구체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영화를 활용한 워크숍에 그치지 않고 제작지원과 공동체 상영 등의 일련의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이슈와 소외된 목소리에 대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제작지원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렇게 제작된 영화를 통해 공동체의 소통과 치유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한국에도 청소년과 지역공동체와 함께 하는 영화를 활용한 교육이 시도되고 있지만, 효과적인 프로그램과 지원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기후위기, 차별, 전쟁, 빈곤 등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해있는 현재, 영화가 문제 해결과 치유를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면 이 잠재력을 활용하기 위한 다양성과 구체성을 갖춘 상상과 실천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2. [동향] 도시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 : <FIRST STREET NORTH : OPEN>
오래된 도시일수록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도시를 지켜온 오래된 공간, 건물에서 일어났던 장소적 기억과 공통의 경험 속에 녹아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도시 역사를 기록하는 새로운 방법으로서,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있는 리틀 도쿄의 13개 건물의 렌즈를 통해 도시 역사를 기록하고 재현한 온라인 전시 프로젝트 퍼스트 스트리트 노스 : 오픈 (FIRST STREET NORTH : OPEN)을 소개한다.
이 프로젝트는 로스앤젤레스 리틀 도쿄의 역사지구인 퍼스트 스트리트 노스 거리에 위치한 13개 건물의 내부와 외부, 중심과 변방에서 일어난 역사적 이야기들을 사람들의 인터뷰와 사진, 영상, 기록문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엮어내어 온라인을 통해 전시하는 스토리텔링 큐레이팅 플랫폼이다. 리틀 도쿄의 역사적, 문화적 다양성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퍼스트 스트리트 노스의 존재를 알리고, 특히 이 지역 커뮤니티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경험, 이야기들이 모여 지역의 역사가 되는 과정을 재현한다.
LA 리틀 도쿄의 역사
로스앤젤레스 리틀 도쿄는 일본 이민자들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정착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큰 일본인 커뮤니티가 형성되었다. 1903년에 미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일본신문이 창간된 곳도 리틀 도쿄였다. 지역 사회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시민 조직과 비즈니스 조직들도 생겨나 제2차 세계대전 전까지 가장 번영하는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리틀 도쿄의 번영은 끝이 났지만, 전쟁이 끝나자 일본인 사업가와 주민들은 커뮤니티를 재건하기 위해 리틀 도쿄로 돌아왔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도시 재개발로 리틀 도쿄의 규모는 축소되었다. 80년대에는 리틀 도쿄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움직임들이 생겨났다. 예술가들은 노후된 도심 창고 공간에 자리를 잡고 리틀 도쿄 예술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지속가능한 리틀 도쿄’ 프로젝트
퍼스트 스트리트 노스는 리틀 도쿄에서 유일하게 역사지구로 지정된 지역으로, 문화기관, 상업지구, 근대 유적들이 남아있는 유서 깊은 곳이다.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퍼스트 스트리트 노스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2013년 지역 커뮤니티 주도의 ‘지속가능한 리틀 도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리틀 도쿄의 환경, 경제 및 문화적 지속가능성을 촉진하기 위한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캠페인으로 발전해왔다.
그 중에서 2018년과 2019년, ‘지속가능한 리틀 도쿄’ 프로젝트를 주도한 리틀도쿄서비스센터의 +LAB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퍼스트 스트리트 노스 : 오픈>(FSN: OPEN)이 만들어지는 토대가 되었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다양한 예술가 집단들은 이 지역의 커뮤니티, 재개발을 주제로 다양한 예술 작업들을 진행하였고, <FSN: OPEN> 프로젝트에 주요한 영감과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특히 아티스트 그룹 ‘TT 타케모토(TT Takemoto)’는 리틀 도쿄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13개 건물을 분석하여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타임라인을 구성했다. <FSN: OPEN> 플랫폼은 이러한 타케모토의 작업에 뿌리를 두고 탄생하였다.
<퍼스트 스트리트 노스 : 오픈>(FSN: OPEN)
도시의 역사에 대한 스토리 큐레이팅 플랫폼으로 기획된 <FSN: Open> 프로젝트는 13개 건물마다 메인 다큐멘터리 영상과 타임라인이 제공된다. 메인 영상은 10여분 정도의 길이로 제작되었으며, 이 건물을 기억하고 관계된 사람들의 인터뷰, 그리고 사진, 문서, 동영상 등 다양한 소스들로 구성되어 있다. 타임라인은 단순히 건물의 역사 또는 변천사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물의 시대적 변천 속에 그와 관계된 다양한 커뮤니티들이 어떻게 조응하고 저항했는지를 텍스트와 이미지, 인터뷰 영상 클립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역사 읽기를 할 수 있게 한다.
건물은 역사를 기록하고 재구성하는 중요한 모티브다. 이 건물을 매개로 펼쳐진 이야기들은 리틀 도쿄의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중요성과 아울러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포착한다. 전쟁 후 리틀 도쿄의 재정착과 재개발의 시대를 배경으로 다양하고 다문화적인 커뮤니티가 어떻게 삶을 영위하였는지를 보여주고, 리틀 도쿄의 이미지를 재창조하는 시도이다. 이 작업을 주도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즈는 50년 넘게 영화와 미디어아트 작업을 해 온 곳이다.
<FSN: OPEN> 프로젝트는 도시 역사의 기록이 시청이나 역사박물관의 사료실이 아니라 개인과 커뮤니티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사의 힘은 이야기에서 나온다. 역사는 단일한 타임라인이 아니라 그 시대를 기억하는 공통의 경험들 속에 다층적으로 존재하며, 이는 도시의 복잡성과 풍요로움을 증명한다. 그리고 역사는 끊임없이 갱신된다. 이 프로젝트의 스토리텔링 플랫폼은 오픈소스이자 업데이트된다.
[참고자료]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즈 https://vcmedia.org/
<퍼스트 스트리트 노스 : 오픈> https://fsnopen.vcmedia.org/
지속가능한 리틀 도쿄 http://sustainablelittletokyo.org/projects/fsn
#3. [동향] 딥페이크 기술과 독립영화의 만남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그 기술이 가져올 명암의 가능성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곤 한다. 오늘날 그런 기술 중 하나가 ‘인공지능 기반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 또는 소위 말하는 ‘딥페이크’가 아닐까? 이 글에서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의 대중화 과정에 대해 살펴보면서 이 기술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독립영화 제작 사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을 일컫는 가장 대중적인 용어로 ‘딥페이크’가 있다. 딥페이크(Deepfake)란 딥러닝(deep learning 심층 기계학습)과 페이크(fake 가짜)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존에 있던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한 부위를 다른 사진이나 영상에 합성하여 만든 가짜 영상물을 말한다. 딥페이크를 구성하는 핵심기술은 2014년 컴퓨터 과학자 이안 굿펠로우가 고안한 “생성적 적대 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 GANs)”에서 유래하였다. 생성적 적대 신경망은 가장 사실적인 이미지를 얻기 위해 두 개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서로 경쟁시키는데, 기본적인 머신-러닝 기술보다 훨씬 우수한 결과물을 생성해낸다.
초기에 이 기술은 2017년,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딥페이크’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이용자가 유명 여배우의 얼굴을 에로 배우의 몸에 합성한 음란물 영상을 올리며 처음 알려졌다. 이후 오바마나 트럼프, 엘리자베스 2세, 김정은, 푸틴 등 정치적 인물을 활용한 딥페이크 영상이 소셜네트워크 채널을 통해 공개되면서 정치적 여론 조작이나 ‘허위정보’에 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또 다른 흐름에서는 딥페이크 기술을 엔터테인먼트 차원에서 활용하는 시도도 등장해왔다. ‘페이스 스와프 라이브’(Face Swap Live)나 ‘리페이스(Reface)’ 같은 앱에서는 다른 사람과 얼굴을 교환한 동영상에 웃기는 효과를 넣는 기술을 선보인다. 2021년 초에는 톰 크루즈를 활용한 딥페이크 코미디 영상물이 틱톡에 게시되면서 많은 관심을 얻기도 했다. ‘딥톰크루즈’라는 아이디 계정을 통해 공개된 이 영상들은 인터넷에 공개된 톰 크루즈의 이미지에, 톰 크루즈를 전문으로 모사하는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톰 크루즈처럼 말하고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을 합성해 만들어졌다.
최근 들어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의 대중화를 내거는 스타트업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앞서 톰 크루즈 딥페이크 영상을 만든 스페셜이펙트 아티스트 크리스 우메는 “딥페이크 비디오 기술”의 대중화를 미션으로 내거는 회사를 차렸다. 메타피직이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이미 고인이 된 영화 배우를 다시 영화에 출연시키거나, 배우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배경으로 연기하고자 하는 할리우드 제작사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벌일 예정이다. 또한 일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의 경우에는 줌(Zoom)의 평면성을 넘어 온라인 상호작용을 좀 더 (하이퍼-) 리얼하게 느끼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고 말한다. 메타피직은 올해 초 75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투자자들은 딥페이크 동영상 기술의 대중화가 우리 사회에 위협이 아니라 소비와 소통에 변화와 활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독립영화에서도 인공지능 이미지 합성 기술을 활용한 사례가 차츰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 최근 개봉한 독립영화 <추락 Fall>(2022)은 매우 실용적인 목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사례이다. 두 친구가 2,000 피트 높이의 라디오 타워 상공에 올라갔다가 떨어질 뻔한 과정을 다룬 이 영화에는 위험천만한 장면마다 비속어가 수시로 등장한다. 이 영화의 극장 개봉을 맡은 라이온스게이트는 제작자들에게 PG-13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몇몇 장면에서 비속어의 톤을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영화제작비로 약 300만 달러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던 제작자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비속어가 등장하는 장면들을 재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신 그들은 영화 감독이 운영하는 영국 기업 플로레스(Flawless)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더빙 시스템 기술을 활용하기로 한다. 플로레스 기술팀은 더빙 시 입 모양을 바꿔주기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 TrueSync을 활용해 영화 전체에 걸쳐 비속어가 등장하는 장면을 30군데 이상 수정했고 결국 PG-13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주연 배우조차도 자신이 등장한 장면 중 어느 부분에 더빙 기술이 사용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경제적 이유보다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이미지 합성 기술을 영화제작에 활용한 사례도 있다. <웰컴 투 체첸>(2020)은 체첸공화국에서 박해받고 있는 성소수자(LGBTQ)들의 숨 막히는 탈출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가족에게조차 살해당하는 현실을 피해 해외로 탈출하는 과정을 다루는 이 영화는 출연자들의 익명성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였다. 하지만 감독은 그렇다고 영화를 상영하는 90분 내내 블러나 검은 박스, 또는 어두운 조명 처리로 화면을 채우고 싶지는 않았다. 출연자들의 신변을 완벽하게 보호하면서도 그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심하다가 마침내 찾아낸 것이 바로 인공지능에 기반한 얼굴 합성 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영상에 찍힌 등장인물의 얼굴을 따라다니면서 새로운 얼굴 스타일로 변환해내는 기술인데, 빛의 변화는 물론 눈 깜빡임과 같은 세세한 표정까지 모두 변환하여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신변 보호가 필요한 22명의 출연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6일 동안 9대의 카메라로 조명 세팅을 바꿔가며 또 다른 22명의 LGBTQ 활동가들의 얼굴을 촬영했다. 다만, 목소리 변조는 기계음 흔적 때문에 기존의 더빙 방식을 사용해야 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이 기술은 관객들이 그 사용 여부를 알아채지 못하게 몰래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초반의 공지나 시각적 효과의 변화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사용된다.
딥페이크인가 아니면 디지털 가면인가
<웰컴 투 체첸> 제작진은 딥페이크라는 용어가 주는 부정적 어감 때문에 ‘디지털 변장(digital disguise)’이나 ‘디지털 가면(digital veil)’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VFX 감독 Ryan Laney는 개인 신변 보호가 필요한 인물들을 다룬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위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홍콩의 민주화 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페이스레스 Faceless>(2021)가 이 기술을 활용하여 제작되었다. (https://www.teus.media)
이제 기술적 숙련자뿐 아니라 누구든 인공지능 기반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목전에 다가왔다. 이 새로운 기술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사용될 것인지는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에 의해 얼마든지 새롭게 발명될 수 있다. 이 기술의 안착 과정에서 독립영화가 어떤 창조적 역할을 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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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뉴스레터는 미디어운동에 대해 새롭게 질문하고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여러 사람들이 함께 고민하고 찾아가기 위해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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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향] 독립 미디어 분야와 관련한 국내외 소식이나 정보
- [이슈] 독립 미디어 분야에서 중요하게 바라봐야 할 의제나 이슈, 자료 브리핑
- [기획연재] 미디어 활동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기획연재나 열린 간담회 자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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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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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이번 호도 잘 봤습니다! 첫번째 글 사진 설명 부분에서 웹사이트 링크가 잘 못 걸려있어요. artwithimpact.com -> artwithimpac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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