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과 어울리는 미드 감성 웹소설, 메리 앤 메리

2화 '악몽'

2022.09.03 | 조회 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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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닝북스

선선하고도 따뜻한 세계의 이야기들

 
 

 메리의 눈 앞에 어두컴컴한 도서관의 모습이 온통 펼쳐져있다. 메리는 도서관 2층 홀에서 커다란 여자 비명이 들려온 쪽으로 어두운 시야를 뚫고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저 멀리 헤일린 아주머니가 주저 앉아 있었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아주머니의 얼굴에는 상처가 나있었다. 

“헤일린? 무슨 일이에요!”

“무언가가 있었어…갑자기 다가와서는…” 헤일린은 무언가가 있었다는 말만을 반복하며 흐느꼈다.

 순간, 복도 끝으로 무언가 지나갔다. 메리가 곧바로 따라갔다. 그림자가 사라진 곳은 보관용 서고였다. 서고에 들어서자, 창문 앞에서 누군가 메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얼어붙은 메리는 그 자리에 서서 그를 바라봤다.

“메리!!!” 멀리서 헤일린이 소리쳤다. 메리가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그림자가 그대로 창문으로 떨어졌다.

 

 
 

  메리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제 만큼이나 화창한 가을날의 아침이었다.

“메리? 괜찮아요?” 스테판이 겁에 질린 메리에게 말했다.

“악몽을 꿨어요. 어제밤 도서관 일 때문에 신경 쓰였나 봐요. 그렇지만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얼굴이 창백하네요. 따뜻한 차를 좀 가져 올게요.” 스테판이 침대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메리가 무심코 침대 앞에 있는 tv를 켰다. 채널을 돌리다가 멈췄을 때, 어제부터 이어진 뉴스 속보가 방송 되고 있었다. 

 어제 빌포드에서 사라진 살인 피의자의 행방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애쉬타운 도서관을 비롯하여 주민의 신고가 접수된 모든 장소에 대하여 집중 수색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세상에” 메리가 놀란듯 작은 소리로 내뱉었다. 그러고는 주방으로 향했다.

“괜찮아요?” 스테판이 차가 담긴 잔을 건네며 물었다.

“스테판, 뉴스 봤어요?”

“어떤 뉴스요?”

“뒤쪽 숲이랑 바로 이어져 있는 동네에서 살인 용의자가 도주 했대요. 그래서 어제 경찰이 온 마을을 수색중 인 거였어요.”

“오..맙소사. 그가 지금 애쉬 타운에 있대요?”

“그건 모르겠어요.”

“문단속을 단단히 해야겠어요. 제가 살펴보고 올게요.”

 스테판은 곧장 현관문과 뒷문을 살피러 갔다. 메리는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골똘히 생각했다.

  같은 시각, 도서관 2층 보관용 서고 안에 있는 이지의 우주 게임기가 불빛을 내고 있다. 행성 모양의 작은 주사위 옆 녹색 표시등이 깜빡 거린다.

 

2화 <악몽>
2화 <악몽>

중년 여성이 부엌에서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메리, 밥 먹으렴!”

“지금 못 먹어요!” 메리가 방에서 소리쳤다. 노트북으로 밀린 업무를 하는 메리는 지친듯 푸석한 얼굴이다. 발 밑에는 어느 샌가 작은 갈색 푸들이 다가와 꼬리를 흔들고 있다.

“오, 브라우니…”

 메리는 브라우니를 안아 책상 위로 올려놓으며 말했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 지 모르겠어. 모든 게 엉망이야..”

 그 때, 메신저 알람이 울렸다.

메리, 운영 현황 서류가 잘못됐어! 부탁 했잖아 :( 오늘 안에 수정 해야만 해.’

 이지에게 온 문자 였다.

“이런.”

 메리는 곧장 외투를 챙기고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2층 사무실에서 수정을 마친 메리는 이지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 때, 엄마가 보낸 문자 알림이 화면에 떴다.

'그냥 좀 먹어주면 안되었니? 이젠 너의 바쁜 척이 지겹구나.'

“제길, 피곤해 죽겠네.”

 메리는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아닌 복도 끝에 있는 보관용 서고로 향했다. 그리고는 제일 안쪽에 있는 책장으로 들어가 벽에 기대 앉았고, 이내 잠에 들었다.

 

 
 

 메리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밝은 햇살이 서고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몇 시 인지 알 수 없었지만, 메리는 그저 금요일 밤을 직장에서 보냈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다 익숙한 책을 하나 발견했는데, 그 책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와 함께 만들어 출판된 동화책이었다. 강아지와 병아리, 아기 돼지들이 친구가 되어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내용이었다.

 메리가 까맣게 잊고 있던 추억에 빠져있을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선반을 뒤지며 책을 찾았다.

"오늘 토요일 아닌가?" 메리가 작게 읊조렸다.

그리고 얼마뒤 그의 얼굴을 본 메리는 강한 충격에 입을 막았다.

 “여기 있었구나!” 책을 찾던 여자가 말했다. 

 여자의 얼굴이 선명해졌을 때 그것은 영락 없는 자기 자신, 메리 앤더슨 이었다. 또 다른 메리가 커텐을 닫을까 고민하며 안쪽으로 다가온 탓에 위치를 들킬뻔 했지만, 또 다른 메리는 이내 뒤돌아 섰다.

"대체..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메리는 무언가에 무척 들뜬 듯한 자기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낯설음을 느꼈다. 그러면서, 이지와 다른 직원들을 마주쳤을 때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행동할 지를 떠올리며 퇴근 시간이 다가오기 만을 기다렸다. 

 서고 안에 갇혀 이것 저것 들춰보다 보니 어느새 시계가 7시를 향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근처 주택가에서 여자 비명소리가 나더니, 곧이어 누군가 서고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평소 이 시간까지 도서관에 남아 있을 사람은 이지 뿐이었다.

“이지?” 메리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러나 서고 창문으로 보인 건 수염이 덥수룩 하고, 낯빛이 어두운 중년의 남성이었다. 메리는 재빠르게 다시 책장 뒤로 숨었다. 남자가 두리번거리며 서고 안을 살폈다. 아직 건물에 이지가 있을 거라고 확신한 메리는 어떻게든 우주 게임기를 건들여서 소리를 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남자가 문 쪽을 바라보고 있을 때, 책장의 앞까지 이동한 메리는 앞에 있는 책상 위로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까지 힘을 줘도 게임기 까지는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았다.

 남자의 발자국 소리만이 들리는 숨막힐듯 고요한 서고 안에서, 메리는 다시 한 번 팔을 뻗어 손가락 끝으로 게임기를 있는 힘껏 스쳤다. 순간 바닥에 떨어진 게임기의 작동음이 적막 속에 울려퍼졌다.

‘삐용 삐용 삐용, 훌륭해! 조금만 더 가면 우주의 끝이야!’ 

 
 

 남자가 소스라치듯 놀라며 곧바로 나갈 통로를 찾았다. 잠깐 고민하던 남자는, 열려져 있던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그가 창문으로 뛰어내릴 때, 메리와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그의 주머니에서 열쇠가 빠져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곧 ‘푸스슥-’하며 남자가 잔디밭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메리는 게임기 소리가 화재경보기 정도의 소리일 줄 알았지만, 작동음은 남자와 자신만 들을 수 있는 정도 였다.

 메리는 곧장 기어가 창문을 걸어 잠그고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는 떨어진 열쇠를 챙겼다. 더 이상 도서관에 머무르는 게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서고 밖으로 나온 메리는 중앙 홀을 향해 복도를 걸어나갔다. 어느 새 하늘이 어둑어둑 해지고, 비상표시등의 빛만이 도서관 복도에 퍼지고 있었다.

  1층으로 내려갔을 때,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이지? 너 괜찮아?”

“메리? 왜 여기있어? 100년 만의 데이트는 어디에 두고?”

"어..자료 두고 온 게 있어서.”

“퇴짜맞은 건 아니고? 워커홀릭 앤더슨.” 이지가 장난스럽게 메리를 훑어본다.

“아, 아까 그 비명소리는 뭐였어?”

“아 그거. 나도 처음에 놀라서 경찰에 신고 했는데, 어딘가 헤일린 아주머니 같은 느낌이 자꾸 들어서 전화해봤더니 글쎄 레몬다이어트가 어쩌구.. 이대로라면 날 30분은 잡아둘 것 같아서 대충 위로하고 끊었지 뭐야.”

“아무도 다치지 않은 거구나. 그래 다행이야. 잘가 이지!”

  1층 유리문으로 향하는 이지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와중, 문 밖에서는 누군가 뛰어오고 있었다. 또 다른 메리였다. 뒤에는 어떤 남자가 함께 있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메리는 얼른 코너 뒤로 숨었다. 꽤 오래 대화 나누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도서관 밖을 나선 메리는 매일 다니던 도서관과 애쉬타운의 거리가 새롭게 느껴졌다.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하지 않던 모든 것들이 눈에 새로이 담겼다.

 얼마 전까지 계절의 변화도 알지 못했던 메리의 앞으로 순간 선선한 바람이 스쳐지나갔다. 메리는 가을이 왔음을 느끼며 오랜만에 상쾌한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메리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큰 길가가 아닌 도서관 뒤쪽 잔디밭을 통해 언덕으로 올라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집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다시 뒷문으로 나온 메리가 문을 닫고는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창문 밖으로 뛰어내린 남자가, 메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2화 ‘악몽’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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