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단편 소설

- 바람, 휘파람

2022.07.08 | 조회 2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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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을 슬기롭게

소설과 에세이

휘파람이 들려오던 어느 순간이었다. 놀이터에서 A를 못 본 지가 어느덧 일 년쯤 흘러 있었다. 일 년 전 A는 언제나 미끄럼틀 아래에 쭈그려 앉아있었다. 컬이 살아있는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려 입 안으로 들어갈 때 나는 A에게 머리카락이 들어갔다며 먹을 거냐는 말로 우스갯스럽게 말한 적이 있었다. A의 피부는 창백했다. 햇빛을 본 지 오래된 듯 새하앴다. 시러운 바람이 A의 뺨을 스칠 때마다 A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부딪혀 옆으로 툭 쓰러질 것 같았다. 그럴 때 나는 넘어질 것 같다며 웅크려 앉아 있는 A의 어깨 사이로 팔을 집어넣어서 부축했었고, 정색한 A는 징그러워, 라고 말한 후 팔을 빼 나를 살짝 밀치기도 했었다. 나름 장난을 치며 놀던 놀이터에서 A의 흔적은 원래부터 없었던 것마냥 조용했다.

사람들의 발길조차 없이 한적한 놀이터였다. 나는 그런 놀이터를 옆에 두고 지나갔다. 날이 갈수록 바람이 세졌다. 이파리 없는 나무는 지지대에 몸을 맡겨 바람결을 따라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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