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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서 다시 읽기

구독자 님에게 보내는 복음, '열두 제자의 실패' 이야기 (3)

마르코 복음의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십자가의 길'과 '예수의 제자도' 다시 생각하기 (3)

2024.01.25 | 조회 163 |

교양 있는 기독교인에게 보내는 서간

가슴과 감성으로만 받아들이고 무작정 믿고 보는 맹목적이고 반지성적인 그리스도교 신앙이 아니라, 머리와 이성으로도 받아들이고 납득할 수 있는, 현대인의 성숙한 그리스도교 신앙을 위한 가이드. 지적인 교양 있는 비신자 성서 독자, 예비 신자와 초신자, 신앙 생활과 성서 읽기 또는 신학과 교리의 문제로 혼란을 겪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뉴스레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 자매가 된 구독자 그대여, 거룩하신 성령에 사로잡혀 성서 읽기에 사로잡힌 저 이재인이 그대와 그대가 함께하는 교회 공동체에 안부를 전합니다.

 

 먼저 번 편지에서 언급했듯, 우리에게는 이제 마르코 복음서 저자의 상황과 의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시간이 왔습니다.

 

 먼저, '마르코의 복음서'라고 불리우는 복음서 저자는 사실 '마르코'가 아니고, 익명의 저자입니다. 그는 복음서 본문 어디에서도 스스로 자신이 베드로의 동역자였던 마르코라고 밝히지 않습니다. 그는 이미 '성서'의 지위에 오른 서간문의 저자 사도 바오로와는 달리, 오히려 익명이기를 희망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가진 네 권의 정경 복음서의 저자는 모두 그 저자가 불확실합니다. 초대 그리스도교 교회 교부들의 전승에 따라 전통적으로는 '마태오(마태)', '마르코(마가)', '루카(누가)', '요한'이 각 4대 정경 복음서를 썼을 거라고 짐작하였고, 그 전승이 오랫동안 이어져 오늘날 우리가 읽는 '성경책'에 실린 복음서들의 제목은 '마태오에 의한 복음서', '마르코에 의한 복음서'와 같은 이름으로 전해져 오고 있지만, 대부분의 역사적 연구자들은 이들이 실제로 복음서를 기록했을 가능성에 대해 대단히 회의적입니다. 예전에는 전통적인 견해를 지지하기 위해 저자 스스로 자신에 대한 약간의 정보를 제공하며 복음서 외에 다른 신약 성서의 책(사도행전)도 쓴 또 다른 익명의 저자 '루카'가 그나마 복음서의 실제 저자로 추정할 만한 신빙성이 있는 편이라고 보았으나, 현대까지 사본학과 성서학이 발달하면서, 학계의 대다수 성서 비평 학자들은 이러한 견해를 더 이상 지지하지 않습니다. 결국 모든 복음서의 저자들은 복음서의 이름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라는 결론입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명칭을 존중하는 의미를 담아, 앞으로 이 편지에서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복음서의 저자를 편의상 '마르코'로 칭하겠습니다.

 

 마르코의 복음서는 기원 후 약 70년경 전후에 그리스어로 작성 되었습니다. 마르코의 복음서의 저자는 아마도 팔레스티나 지역 바깥에 사는 그리스도교인으로 추정됩니다. 그는 아마 유다의 풍습이나 율법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는 유다인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이렇게 추정하는 이유는, 우리가 가진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마르코의 복음서 사본들의 내용이 충돌하지 않고 일치하는 한도 내에서) 복음서의 제7장 3-4절에서 유추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마르코는 바이사이파들의 정결례 관습인 '식사 전에 손을 씻는 전통'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마르코의 예상 독자와 청중 중 대다수가 유다인 출신이라면 이러한 관습에 대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미 그의 독자와 청중들은 이 사실을 다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게다가 마르코는 이 정결례 관습에 대해 부정확하게 알고 있기까지도 합니다. 그는 "모든 유다인들"이 이 전통을 따랐다고 설명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플라비우스 요세푸스나 필론 등 당대의 다른 유다인 저자들의 글이나 이후 랍비 전승을 통해 바리사이파의 정결례는 철저히 '그들만의 율법'이었지, 모든 유다인들에게 통용되는 공통적인 율법이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바리사이파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지만 그건 익명 저자 '마르코'에 대한 상황을 먼저 설명한 이후에 보충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미리 약간의 언지를 드리자면, 바리사이파 만큼이나 성서에서 '왜곡되고 오명을 쓴' 유다교 분파도 없습니다. 복음서의 언급 때문에 우리는 그들은 흔히 '위선자'에 '고리타분한 율법주의자'나 '권력이나 사회적 영향력을 지니고 그렇지 못한 이들을 율법으로 괴롭히는 자들' 정도의 이미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러나 마르코를 비롯한 다른 복음서의 저자들이 왜 바리사이파를 그리도 일관되게 부정적이고 위선적인 이미지로 그려냈는지에 대해서는 곧 더 자세히 설명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나의 협력자 구독자 이여, 제가 앞서 오늘날의 많은 학자들은 마르코가 복음서를 쓴 연대를 기원 후 65년에서 75년 사이로 잡는다고 앞서 언급했던 사실을 기억합니까?

 여기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마르코 복음서의 작성 연대를 기원 후 66년에서 70년경으로 좁혀서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원 후 66년에서 70년까지 유다인들의 로마 제국에 대한 대규모 반란으로 인한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보통 '유대 전쟁'이라고도 부르는 이 기나긴 전쟁의 결과로 유다교의 단 하나 뿐인 공식적인 신전이었던 예루살렘의 거룩한 성전이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또한 로마 제국에 의해 많은 이들이 처형 당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후에 로마 제국의 협력자가 된 유다인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의 <유대 전쟁사> 등의 저작에 상세히 묘사되고 있습니다. 다수의 학자들이 마르코의 복음서의 저작 연대를 로마 제국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시기로 잡는 건, 마르코의 복음서에서 묘사된 예수께서는 성전의 파괴를 예고하셨기 때문입니다. 구전 전승을 통하여 성전 파괴에 대한 예언을 들은 이들이, 정말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는 걸 보고 듣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 보십시오. 이 당시까지만 해도 아직 '유다교의 분파'였던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상황과 입장으로도 상상해 보십시오.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면 추측하기가 쉽습니다. 이들은 마침내 예수께서 하신 예언이 실제로 성취되었고, 이제 종말이 시작되었으며, 곧 예수께서 재림하실 것이라고 기대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르코 복음서 저자에게서만 유독 강조되는 한 세대가 가기도 전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고, 이 모든 재난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듯 선언하는 경향에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아마 예루살렘의 성전 파괴 또는 로마 제국과의 전쟁을 실시간으로 접한 마르코는 세상의 종말이 머지 않았다고 믿고 있었을 수 있습니다. 혹은 그가 속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주된 믿음이 그러했을 수도 있습니다. 마르코는 이런 폭력과 전쟁의 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기 위해 복음서를 기록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희망입니다! 우리는 마르코의 복음서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 번 편지에서는 마르코가 그리스도교 공동체에게 '희망'과 '십자가의 길'이 어떠한 것인지 알리고 가르치기 위한 명확한 목적을 갖고 이 복음서를 썼다는 추론에 대해 논증할 것입니다. 마르코 복음서의 내러티브 구조를 면밀히 뜯어 보는 것으로 우리는 이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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