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제주도의 카페는 각양각색

고양이가 있는 카페와 쉼과 위로가 함께하는 카페

2022.01.27 | 조회 3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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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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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제주

  • 🍴 살찐 고등어
  • ☕ 카페리
  • 🗺️ 메이즈랜드
  • ☕ 걷다워크인제주

카페리

제주시 구좌읍

: 당근이 유명하지만, 당근이 싫다면 감귤 주스를 마시세요!

추천 받아서 간 '카페리'는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해있다. 이 지역은 당근으로 유명해서 당근 케이크, 당근 주스까지 당근이란 모든 당근을 갈아넣은 핫한 카페다. 하지만 아쉽게도 필자는 당근을 절대로 입에 대지도 않는 족속이라 감귤 주스를 시켰다. 얼마나 싫어하냐면 카레를 먹을 때 당근은 모조리 남기고 먹는 스타일이다.

감귤 주스는 진짜배기로 착즙한 듯한 담백한 맛을 지녔다. 마트에서 흔히 파는 감귤주스에 비해 단 맛이 덜했지만, 그 점이 오히려 자연의 생생함을 느끼게 했다. 조미료를 첨부하지 않은 감귤만의 향취가 느껴져서 계속 마시게 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같이 간 사람이 커피를 마셨는데, 커피는 딱히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니 참고)

당근케이크도 먹지 않고 대신 카페의 또다른 시그니처, '한라산 케이크'를 주문했다. 위 사진처럼 아무것도 없는 갈색의 한라산 위로 직접 크림 소스와 말차 가루를 뿌린다. 밑에 데코처럼 깔려있는 건 흑임자 크럼블이다. 크럼블을 같이 포크로 떠먹으면 더 맛있다.

따뜻한 곳은 못 참지
따뜻한 곳은 못 참지

사실 카페리 인기를 몰고 다니는 건 바로 이녀석이 아닐까. 까망이말고도 여러 고양이들이 제 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사실 진짜 집인가?) 얘는 난로 앞에 터줏대감마냥 자리를 잡고 고롱고롱 낮잠을 자고 있었다. 저 윤기나는 털을 쓰다듬고 싶은 욕구를 겨우 참았다. 꽤 날카로운 인상을 지니고 있어 바로 냥냥펀치를 날릴 거 같은 녀석이었다. 난 벌레는 이겨도 고양이는 못 이기니까. 근처에 있던 사람들 모두 휴대폰 카메라를 들어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 여기 고양이 사진 인스타 맛집이다.

 

메이즈랜드

수학여행 때나 올법한 곳을 다시 오다
수학여행 때나 올법한 곳을 다시 오다

미로 공원으로 조성이 되어 있는 '메이즈랜드'. 바람 미로, 여자 미로(미로를 해녀 모양으로 만들어서 그렇다고 한다), 돌미로 세 가지의 컨셉의 미로가 있다. 각각 벽을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두었다. 바람 미로는 덤불, 여자미로는 동백꽃 덤불, 돌미로는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돌 담벽으로 되어 있다. 바람 미로는 그냥 쭉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거라, 미로라는 이름의 산책로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더라. 여자 미로에서부터 살짝 멘붕이 오기 시작한 우리는 계속 같은 곳을 뺑뺑 돌고야 말았다. 생각한 것보다 난이도가 있어서 당황했다.

물론 처음에 지도를 주긴 하지만, 그걸 보고 가는 건 재미가 없다. 미로란 길을 모를 때서야 더욱 즐거운 법이니까. 수학여행 때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졌었는데 그때 이 메이즈랜드가 하나의 선택지 중에 있던 거 같다. 결국 우리 반은 카트를 타러 갔었는데, 수학여행이 아닌 지금 성인이 되어서 다시 오게 되었다니. 미로는 어른이든 아이든 즐겁게 즐길 수 있을만한 컨텐츠다. 번갈아가면서 어디로 갈지 정한다던가, 혹은 중간에 도망쳐서 갑분싸 숨박꼭질을 하는 등 자신들만의 놀이를 곁들인다면 더 재미있을 것. 무작정 탈출이 목표가 되면 금세 지루해질지도 모르겠다.

 

걷다워크인제주

이 카페와의 인연은 일 년 전 이맘때쯤부터였다. 제주도에 놀러갔을 때 애인은 막 연수를 끝마친 초보 운전자였다. 아침부터 폭우가 쏟아져내려 계획했던 우도에 가지 못한 것도 아쉬웠는데, 전 카페에서 주차하다가 실수로 차를 긁어버린 사고가 생겨버린 거였다. 다행히 보험처리를 하며 무사히 흘러갔지만 마음에는 이미 피로가 한가득 쌓였다. 숙소로 돌아갈까, 하다가 아쉬운 마음에 네이버로 근처 카페를 검색했다. 그때 딱 좋은 키워드를 발견했다. 족욕카페.

이 지역에서만 나는 온천수를 이용한다고 한다. 뜨끈한 물을 받고 아로마 향을 뿌려준다. 발에서부터 피로가 풀리면서 향기와 김이 함께 모락모락 일어나는데, 그날 하루 쌓인 스트레스와 걱정 같은 것들이 녹는 경험을 했다. 그날 하루종일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고, 사장님은 친절했으며, 시간제한도 없이 족욕을 즐길 수 있었다. 어쩌면 이건 제주가 준 위로일 수도 있겠구나. 슬픈 일이 있으면 기쁜 일이 하나씩 오는, 그런 게 인생이라면 좀 살만 할텐데.

카페에서 보이는 풍차뷰
카페에서 보이는 풍차뷰

이전에 다녀온 곳을 다시 한 번 가는 것도 꽤 괜찮은 여행 코스이다. 무엇보다도 일년 전은 비가 와서 어두웠지만, 오늘은 날이 맑을 때의 가서 전혀 다른 장소처럼 보였다. 만약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전에 갔던 곳을 다시 찾아가보는 재미도 가져보는 걸 추천한다.

모이고 사라지고 흩어지고 흩뿌려지는
모이고 사라지고 흩어지고 흩뿌려지는

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파도의 움직임 때문이 아닐까. 똑같이 움직이지 않되, 비슷한 속도로 쓸려오는 물거품을 보면 시간이 금세 간다. 나는 변하는 것을 사랑한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계속 나아가려고 하거나, 자신을 찾으려고 하거나,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만의 신념은 변하지 않는 이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거 혹시 지진운?
이거 혹시 지진운?

몽글거리는 구름이 펼쳐진 노을진 하늘. 여행을 가면 유독 많이 보는 게 하늘이다. 오늘 날씨가 어떤지 확인하는 용도이기도 하지만, 이동하는 지루한 시간 중 눈요기를 할 수 있는 풍경이라서 그렇다. 버스에서든, 차든 할 일이 없을 때면 하늘을 보게 되는데 그때 구름의 모양을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저렇게 뭉게구름이 솜처럼 떼어져 몽글몽글하게 모인 구름을 '양떼구름'이라고 말한다. 아직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니지만, 지진이 오기 전 전조증상 중 하나로 '지진운'이 있다고들 하는데 양떼구름이 거기에 포함된다고 한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만약 지진이 온다면 이 글은 성지순례가 될지도 모르겠다.

 

답장이나 댓글이 오면 하나하나 답을 달려고 하고 있습니다. 늦더라도 꼭 답장의 답장을 보낼테니 기다려주세요. 분명 쉼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초반이라 여행의 설렘이 더 큰 거 같습니다. 어떤 글 구성이 좋을까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행 일정을 설명할지, 생각을 중점으로 써내려갈지. 아마도 앞으로도 구성은 계속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여러 시도를 부디 잘 봐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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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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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라니

    0
    about 2 years 전

    이요오오오옷!! 수학여행에서 갈 법한 미로! 메이즈 랜드, 안 그래도 한 번 가봤는데 마지막 미로를 못 찾아서 식은땀을 줄줄 흘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지막 미로에 종이 배치되어 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종을 꼭 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네요^^; 옛날 추억이 떠올라서 피식 웃어버렸습니다.. 제주에 가면 꼭 당근을 먹어야 한다고 인스타와 유튜브에서 연신 강조했던 것 같은데, 작가님께서는 당근을 입에도 대지 않는 취향을 갖고 계시군요! 새롭게 알아가는 사실입니다! 어떤 맛일지 궁금했었는데 제가 직접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벌레조차 잘 잡는 으른이라 당근 쯤은 거뜬할 지도...?) 이번 에세이에서는 제주도의 풍경이 많이 비춰져서 여행 욕구가 뿜뿜 차올랐습니다.. 저도 어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날아가버리고 싶네요☹ 바다와 하늘에 대한 감상과 고찰이 제주라는 지역과 어울려 더욱 진실되게 느껴지는 글이었어요.. 파도 밀리듯 떠오른 구름의 모양이 지진운이라니... 지진이 절대로 오지 않기를 간절하게 기도하겠습니다.. 성지순례는 무슨! 큰일 날 소리 마세요! 오늘 에세이도 잘 읽었습니다🥕

    ㄴ 답글 (1)
  • 김하물

    0
    about 2 years 전

    고양이놈들은 어디서나 예쁨 받는 군.. 자기들도 알겠져..? 쩝 제주도 카페들 대리로 잘 즐겨요ㅎㅎ 파란 하늘이랑 파란 바다가 마음을 뻥 뚫어주는구먼유.. 족욕 진짜 좋았겠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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