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냈다.
늦지 않게 일어나 계속 자고 싶어 하는 몸을 일으키고 양치를 하고 세수를 했다. 매일 아침 잊지 않고 마시는 두 잔의 물도 챙겼다. 끝내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잔 어젯밤의 남은 일들을 처리하고 너저분한 방을 보며 멍 때리다 정리도 했다.
인스타에 들어가 밤새 업데이트된 친구들의 근황도 확인하고 반응도 해주었다. 시간이 촉박했으나 식사는 챙겨야지 하는 마음으로 몸을 바쁘게 움직여서 하루를 살아갈 물리적인 힘을 제공했다. 쉬지 않고 움직여서 배차간격이 10분인 열차를 잡아 지각을 면했다. 학생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수업 시간에 졸지 않으려 노력을 했고 틈틈이 사람들과 만나 대화도 나누었다.
어느새 어두워진 하늘을 보며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러 갔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갈무리하는 듯했다. 또다시 40분 덜컹거리는 지하철을 타고 작고 작은 내 방에 들어와서 몸을 뉘었다. 동아리 회의가 잡혀 있기에 한 집단의 구성원으로의 역할도 하려 참가하였고 다 끝나니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무리 없는 때라 잠을 청해볼까 하며 하루를 정리하려 했다. 나 한 명의 인간을 책임지고 일상을 살기에도 숨 돌릴 시간이 없는 나날의 연속이기에.
그러다 보면 갑자기 무시하고 있던 여러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책임을 느끼는 순간들이 불쑥 찾아온다. 가까이서는 내 친구가 겪은 기분 나쁜 성희롱이라던가, 지하철에서 목격한 몸이 불편한 사람의 이동환경, 멀리서는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차별한 폭력과 이상 기후 등등.
분명 나 한 명을 잘 보살피는 것만으로 1인분의 책임감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였고 아마 그것이 맞을 테지만 이렇게 문득 내가 가진 능력을 가장 선하고 어여쁜 곳에 더 가치있게 쓸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는 언제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는 날인 것 같다. 나의 진로도 나의 인생도 물론 너무나도 미시적으로 살 수 있지만. 또 영향력을 가지고 사는 것도 어쩌면 나의 숙명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나는 당장 나의 인생을 살기에도 바빠서, 그리고 이렇게 살아도 잘 살아져서 무시하고 살아가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들. 그러다가도 너무 놀라서 이게 맞나 하고 현타가 오는 날들의 연속이다.
1인분의 책임감도 버겁게 느껴지는 날들이 당연히 있겠지만 공동체가 이루는 세상을 살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가 앞으로도 살아가게 될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들려면 필요한 책임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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