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마지막 편지 보내드립니다.
일전에 전해드렸다시피 책 추천은 저의 브런치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allbooks )에서 계속 이어갈 예정이나,
뉴스레터로 보내는 책 추천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마침 올해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여, 이번 책은 특히 더 뜻깊은 것으로 고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나름대로 독서를 즐겨했던 지난 20여년간의 시간을 더듬어 보고, 찬찬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몇 권의 책들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한 권만 전하기 보다는, 떠오르는 책 몇 권을 자유롭게 전해볼까 합니다.
먼저 떠오르는 건 트루먼 카포티의 <차가운 벽>이라는 단편소설집입니다.
이 책에는 제가 좋아하는 단편들이 참 여러 편 실려 있는데, 특히 <은화 단지>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애틋하게 기억나는 단편입니다.
카포티 특유의 차가운 문체 속에 담긴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죠.
사실, 이 단편을 아느냐고 물어본다면 100명 중 99명은 모르거나 기억하지 못할 테지만, 저에게는 무척 소중하게 단지 모시듯 모셔져 있는 소설입니다.
언제 인연이 닿는다면, 따뜻함이 필요한 잔잔한 어느 날 펼쳐보시길 바라보겠습니다.
뒤이어 떠오른 책은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죠.
두꺼운 분량의 장편소설이지만, 소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푹 빠져서 읽게 되는 소설입니다.
역시 이런 추운 겨울 날, 따뜻함이 필요할 때 참으로 어울리는 소설로 기억합니다.
읽고 나면, 어쩐지 마음이 뜨거워져서 일종의 정의로움에 관해서도 느끼고 생각하게 됩니다.
요즘 같은 시국에 필요한 그런 마음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소개해드리고 싶은 책은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입니다.
이 책은 제가 습작 시절, 처음부터 끝까지 필사했던 몇 안되는 소설입니다.
한 남자의 회고와 같은 인생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참으로 많은 걸 느끼게 되지요.
삶을 후회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무엇인지, 절절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언젠가는 제가 가장 닮고 싶었던 소설이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꽤 옛 일이 되었군요.
추운 연말,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 세 권의 소설이 왜 떠올랐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저도 이 책들을 집어 들어보고 싶군요.
언젠가 함께 저의 이 소중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고대하겠습니다.
저의 '세상의 모든 서재' 한 권의 책 추천을 뉴스레터로 하는 것은 그럼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브런치 매거진에서 소소하게 책 이야기를 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롱블랙이라는 뉴스레터와 한겨레 신문사에도 책에 대한 글을 쓰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봐주셔도 좋을 듯합니다.
그럼, 또 다른 방식으로, 나름의 인연을 이어갔으면 합니다.
올해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새해에는 삶에 한결 더 다정함이 깃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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