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번째 한 권, 소개 편지.

2024.04.30 | 조회 1.1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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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서재

정지우 작가가 매달 '한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구독자님,

스무 번째 한 권, 소개 편지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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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번째로 고른 책은,

로빈 던바의 <프렌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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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올해 저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책을 꼽으라면, 바로 이 책 로빈 던바의 <프렌즈>를 고르고 싶습니다.

아마도 제가 '우정'에 관한 과학책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나 싶은데, 상상 이상으로 즐거운 독서 경험을 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실 겁니다. 저 또한 어릴 적부터 늘 관계가 어려웠고, 지금도 관계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 책은 단순히 우정에 대한 과학 이야기를 넘어서, 제 삶에서 어떻게 관계를 생각하고 받아들여야할지, 중요한 기준들을 전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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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서재' 뉴스레터가 책 리뷰가 아닌 책 소개와 추천을 목적으로 하긴 하지만, 오늘은 리뷰적인 성격도 조금 담아볼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참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많았기 때문인데요, 다음과 같이 몇 구절을 우선 소개시켜드려 보겠습니다.

"이번 표본조사에서 어떤 사람의 친구들이 행복했다면, 다음 표본조사에서는 그 사람도 행복해졌을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_ 35쪽

"만약 어떤 사람에게 1마일 반경 내에 사는 행복한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이 행복해질 확률은 25퍼센트 높아진다. 그리고 그 사람의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 행복하다면 그 사람이 행복해질 확률은 34퍼센트 높아진다." _ 36쪽

겨우 두세문장 인용했지만, 이런 이야기가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요즘을 상대적 박탈감, 시기와 질투의 시대라곤 하지만, 실제 우리 삶은 그와 다르게 흘러갈 수 있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곁에서 행복하다면, 그렇게 행복한 친구들이 가까이 있다면, 우리는 행복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관계가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그만큼 강력한 것이죠.

이런 이야기를 보면서, 제 주변에 '행복'한 사람이 누가 있는지, 또 저는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인지 고민해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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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나,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재미난 사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통계를 내보면 인간의 중요한 관계란 대략 1.5명(자아), 5명(절친한 친구), 15명(친한 친구), 50명(좋은 친구), 150명(친구) 같은 식으로 나뉘어진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에게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 1명에서 2명 정도 있습니다. 통상 애인이나 배우자가 여기에 속할 수 있겠죠.

그 다음에는 그 한 두명을 포함하여 5명 정도의 중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족인 경우가 많을테고, 역시 베스트프랜드 등이 이에 속할테죠.

그 다음에는 그 5명 정도를 포함한 15명의 그룹이 있습니다. 저는 이 15명을 다 떠올리는 데 약간 애를 먹었습니다. 저에게 소중하고 친밀하며 제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15명을 생각해내기가 쉽진 않더군요.

이 퍼센트가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교 시간 전체의 약 40퍼센트는 가장 안쪽 층에 속한 5명에게 투입되며 20퍼센트는 다음 층에 속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안쪽 층의 5명을 제외한 10명에게 투입된다. 즉 우리의 사교적 노력의 60퍼센트가 단 15명에게 집중된다. 나머지 135명은 나머지 시간으로 만족해야 한다." _ 143쪽

흥미롭지 않나요? 저는 제가 쓰는 사교적 시간의 거의 절반이 5명에게 투입된다는 생각을 별로 못해본 것 같습니다. 그 5명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면, 제 삶을 다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나아가 이 5명, 15명, 50명 그룹의 구성원은 평생 달라진다고도 하죠. 그것은 우리가 누구에게 어느 시절 '시간'을 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어린왕자>의 여우 이야기처럼, 시간을 쓰면 그 사람은 그 시절의 5명이나 15명이 됩니다.

시간을 쓰지 않으면, 50명, 150명 그룹으로 밀려나다가 이윽고 500명쯤 되는 '지인 그룹'에 자리잡게 되겠죠.

"사람들이 이사를 해서 자주 만날 기회가 없어지면 우정은 놀랄 만큼 빠르게 옅어진다. (...) 원래 친구였던 두 사람이 떨어져서 보낸 시간이 (...) 3년 만에 아주 친했던 사이가 그냥 아는 사이로 전락했다는 이야기다." _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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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은 서로에게 시간과 노력을 충분히 들여서 관계에 기름칠을 꾸준히 해야 유지된다." _ 171쪽

어쩌면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귀찮다는 이유로 우정에 관하여 다소 쉽게 생각하는 면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가령, 나와 상대가 MBTI가 잘맞는다든지 내가 성공하면 우정도 자연스럽게 유지되겠지, 같은 '성향 중심' 또는 '성공 중심' 생각이죠. 그러나 우정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우정은 오로지 '시간'과 '노력'을 써야만 유지됩니다. 서로가 서로를 5명이든 15명이든 서로에게 소중한 그룹 안에 필사적으로 넣어두고자 애쓸 때만 유지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인간은 썰물에 떠밀려가는 조개껍데기처럼 서로에게서 쉽게 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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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그밖에도 재밌는 이야기들이 참 많이 등장합니다만, 제가 여기에서 다 소개시켜드리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최근에 출간한 <그럼에도 육아>라는 책에서, '사랑은 시간을 쓰는 것'이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프렌즈>를 읽기 전이었지만, 저도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책을 읽고 나서는, 그처럼 '사람'에게 '시간'을 쓰는 것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다시 느꼈고, 멀어지는 사람들을 찾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구독자도 실시간으로 멀어지는 그 누군가를 향해 손을 뻗고,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로 남길 바라보겠습니다.

 

<프렌즈> 책 정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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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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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잉드리

    0
    4 months 전

    늘 감사드립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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