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 편지를 쓰는 마음

편지를 쓰는 마음

편지만큼 진심을 전하기에 적합한 게 또 어디있을까 싶어요.

최근에 추석으로 고향에 다녀왔는데 엄마가 몰래 가방에 편지를 넣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문제는 가방 정리하면서 보지 못했고 제가 들고 다니던 가방은 본가에 있기 때문이에요.

무슨 내용인지도 너무 궁금하고 엄마의 귀여운 서프라이즈에 당하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해요.

그렇지만 다시 본가에 가면 볼 수 있을테니까 그만 아쉬워하려고요.

편지를 주고받는다는게 되게 긴밀하다는 거잖아요.

저는 제가 마음에 두고 싶은 상대가 생기면 편지를 쓰고싶어 지더라고요.

오히려 학창시절에 더 그랬던거 같고 지금은 좀 더 관대해요.

아무렴 편지가 아니더라도 말로 전할 줄 알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진심을 전할 타이밍이 지난 거라면 저는 오로지 편지밖에 해결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이러한 말들은 말로 들었을 때 오히려 당황스러움이라던가 갑작스럽다고 느끼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말로는 모든 감정과 고마움을 전하기도 어려워요.

저는 기억에 남는 편지 중 하나는 알바하던 곳의 사장님과 친하게 지냈었는데 같이 일하면서 불편하기보다도 즐거웠어요.

책도 추천받았었는데 제가 그 당시 산문집이나 에세이를 좋아했어서 김영하 작가의 ‘보다’ 라는 책을 빌려주셨었어요.

사장님은 제가 나이는 어리지만 친구같다며 음식도 자주 챙겨주시고 여행을 다녀오면 초콜릿세트 선물을 주시기도 했어요.

일하면서 명절 선물을 받아본적도 없었는데 사장님의 여행 선물은 더 뜻깊었어요. 알바를 그만둔지 얼마 안되었을 때도 신문을 읽다가 제 생각이 난다며 신문을 찍어 문자로 보내주시기도 했는데 마지막까지 제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셔서 엄청 감사했던 기억이 있어요.

제 생각을 항상 해주신거에 대해 말이예요. 저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편지랑 먹을걸 들고 찾아갔었죠.

그때 편지쓸 때 감정이 아직도 떠올라요.

모든게 감사했고 저도 남들에게 저런 따스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었어요.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하면서 이정도의 마음이 크게 들었던 곳은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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