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레터 - 붙잡힌 여름 끝자락

붙잡힌 여름 끝자락

요즘 날씨는 예상할 수 없을 만큼 편차가 심하다. 9월에 폭염 특보가 발령되는 게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낮에는 여름 같기만 하다. 이번 주가 되어서야 좀 나아지는 듯하지만. 올해는 수월한 여름을 보냈다. 나는 여름만 되면 왠지 가슴이 뜨거워진다. 여행을 가서 맨발로 물을 튀기고 모래에 뒤덮여 있고 집에 와서야 햇빛에 까매진 살을 보면서 이번 여름도 잘 보냈다는 생각의 의식을 치룬다. 이런 게 여름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 않을까. 나는 계절을 잘 타서 여름에는 수월하게 삶을 보낸다. 그래서 매년 여름이 기다려지는데 이번 여름은 가는 게 신기하게도 아쉽지 않았다. 너무 더워서인가. 자려고 침대에 누울때면 곧 시원해질 날씨를 기다리곤 했는데 여름이 하다가도 더운 날씨가 돌아왔다. 여름 끝자락이 날 붙잡고 있는 건가. 나는 보내줄 준비가 되었는데, 여름이 좋지만 올해 잘 누렸고 가만히 있어도 조금은 시원한 온도를 기다렸는데 쉽사리 가질 않았다. 사람은 어찌 변수가 있다고 해도 “너는 계절이잖아.. 지조를 지켜”하고 혼자 생각할 뿐이다.

여름이 되면 다른 계절에 하기 힘든 물놀이를 하고싶고. 또 창이 활짝 열린 조개구이 집에서 맥주 한 잔 하고 싶어진다. 매년 치루는 의식이기도 하다.

“여름이 됐어? 그럼 바다를 가야지.”

내 고향은 바다가 둘러싸인 아랫지방. 해수욕장은 집에서 걸어서 15분, 바다는 승용차로 20분이다. 바다가 빠진 해의 기억은 없다. 허구한 날 놀러 가는 곳이 물이 있는 곳이니까. 서울에 올라오고 나서는 한강을 제일 많이 봤다. 서울에는 바다가 없으니 강이라도 보는 건데 고향 바다보다 사람은 더 많다. 가끔은 사람 구경을 하러 가는 듯하기도 하지만 서울에 살기를 선택했으니, 잃는 것도 있는 거지. 다만 모래 없이 사방이 돌멩이인 바다는 가끔 생각난다. 모래 묻지 않고도 신발을 신을 수 있어 편하다. 그건 수건 없이도 아무 때나 발을 담궈도 괜찮다는 의미이니까.

나는 올해 여름에는 공부에 집중해서 나갈 일은 가끔 여행이나 도서관 가는게 다였다. 그런데도 여름이 좋다. 무거운 책이 든 가방을 들고 땀을 뻘뻘 흘리는 것도, 곧 도서관에 들어가면 시원한 에어컨으로 금방 식으니까. 그런 마음으로 이번 여름을 버텼다. 지금 공부하고 있지만 또 좋은 소식이 들릴 테니까 하면서.

자유로운 코멘트 혹은 답신을 주세요!

오늘의 감상이나 떠오르는 것을 공유해주세요 😄

남겨주신 답장은 필진에게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