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귤레터] 10. 변신일기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이 되고 싶나요?🎈

2022.08.10 | 조회 2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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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귤

귤처럼 까먹는 줄글을 보내드립니다.

오늘도 해가 떴다.

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요즘은 인간들이 많이 보인다. 작은 인간이 지나가다 말고 나에게 다가왔다. 자그마한 손가락으로 나의 표면을 찔러본다. “구멍이 뽕뽕 났다고 말하는 작은 인간의 손가락이 통통하고 말랑하다. 큰 인간이 작은 인간을 안으려다 나를 본다. 큰 인간이 작은 인간을 보며 입꼬리를 올린다. 눈꼬리는 아래로 휜다. 저 얼굴을, 인간들은 웃는다고 표현했다. 대개의 경우 큰 인간은 저를 닮은 작은 인간을 볼 때 그런 얼굴이었다. 작은 인간들도 그렇다. 자신을 안거나 내려다보는 큰 인간에게 역시나 웃는다’.

생각에 빠진 사이에 그 애가 나타났다.

그 애란, 매일같이 양쪽이 다른 신발을 질질 끌고 나타나는 남자앤데 매일같이 웃는다의 반대 얼굴을 하고 있다. 악에 받쳐 눈꼬리는 한껏 치켜 올라가고, 억울함을 이기지 못해 입꼬리는 아래로 향한다. 그래, 이것은 운다라고 했다. 저 얼굴은 우는 얼굴. 그 애는, 아니 눈앞에 다가왔으니 이 애는 매일 울고 있다.

이 애는 나의 위에 털썩 앉는다.

그러려니 한다. 마치 관성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과였기 때문에. 한참을 훌쩍이며 울다가 분연히 일어나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조각을 주워 바다에 던진다. 유난히 거센 바람에 나는 아주 천천히 조금씩 깎인다. 얼마나 더 작아져야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진짜 이 될까? 나는 인간이었다가 돌이 된 게 아닐까? 쓸 데 없이 생각이 많잖아.

 

  Photo by insung yoon on Unsplash
  Photo by insung yoon on Unsplash

상념이 멈춘 건 내가 젖어서다.

이 애가 내 위에 올라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고 소리 없이 한참을 있더니, 몇 방울의 물이 뚝뚝 떨어져 표면이 약간 젖었다. 비가 오나? 아니다. 비는 인간의 얼굴에서 흐르지 않는다. 이건 이 애의 눈물이다. 이쯤 되니 약간 우쭐해진다. 제법 인간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직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돌에게 너무 많은 말을 하지 말라.

이 애처럼, 눈물을 흘리며 알아듣지도 못할 말들을 주절대는 건 더 반대다. 씩씩대며 눈물을 주먹으로 닦다가 멈칫하더니 손을 내리고 가만히 있다. 바다를 보는 것 같다. 궁금해 곁눈질을 하니, 얼굴이 해와 바다의 색으로 물들어 있다. 처음 본다. 인간은 달처럼 희거나 흙처럼 어둡다. 왜 얘만 여러 색깔을 가진 걸까?

마침 이 애가 붉은 부분을 만지고 낮은 신음소리를 낸다. 저것도 안다. 저것은 아픔이다. 한 자리에 오래 있어 본 돌만이 알 수 있다. 작은 인간들은 늘 나에게 부딪치거나 걸려 넘어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작은 인간은 아픔을 있는 힘껏, 요란하게 표출한다. 이토록 나지막하게 삼키는 작은 인간의 아픔은 처음 보았다. 대개는 혼자 뛰다가- 나와 부딪치고- 아프다며 시끄럽게 울다가- 큰 인간에게 안겨 사라진다. 그런 고로, 나는 이 작은 인간이 고요해 마음에 든다.

 

 

 

 

 

 

 

당신의 심심한 수요일에 까먹을,

줄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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