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

첫/초기 투자자를 고르는 데 생각해 보아야 할 것

제가 당장 내일 창업한다고 생각하며 작성해 보았습니다 :)

2024.07.08 | 조회 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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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와 트렌드 끄적끄적

주니어 VC가 바라보는 트렌드와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기록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제 글을 기다려주신 분들이 '다음 글은 언제 나오느냐'라고 여쭤봐 주셨는데, 결론적으로는 한동안 정돈된 글을 쓸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제서야 다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근황: 나 vs 나

이게 11년 전이라니...그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이게 11년 전이라니...그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근 한 달 간 저의 생각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더 나아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고, (그나마) 잘하는 건 더 잘, 못하는 건 쬐금이나마 보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즉, 더 많은 예비/초기 창업자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좋은 팀과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것은 더 잘하면 될 것 같습니다.

또, 초기 투자를 받은 기업이 성장하면서 필연적으로 직면하는 채용, 자금 조달, BM 고도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제가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데요. 결론적으로 아직까지 저의 가설은 '자금 조달에 투입되는 리소스를 압도적으로 절약해줄 수 있다면 나머지는 창업자가 잘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른 글을 통해 다루려고 합니다.


본론: 초기 투자자를 고를 때 어떤 점을 생각해야 할까?

최근에 종종 '만에 하나, 내가 내일 창업한다면 어디서 투자받지?'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문득 '서카포연고' 라든가 '네카라쿠배' 같은 것들이 얼마나 잘 만들어진 마케팅 카피인지 느끼는데요. 불행히도 한국의 VC업계는 너무 작고 소중하기 때문에 이러한 '서열'이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0. 투자사로부터 얻고 싶은 도움을 명확하게 정하고 라운드를 열자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합니다. 모든 스타트업에게 절대적으로 좋은 투자사는 아마 없을 것이고, 결국 내가 창업자로서 투자사에게 얻고 싶은 게 무엇인지에 따라 '나에게 좋은 투자사'가 따로 있을 겁니다.

1. 신인상은 평생 딱 한 번만 받을 수 있다 

보통 수많은 투자사로부터 구애를 받는 순간에야 고민할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를 받기 전에는 객관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인 설립 후 처음으로 투자를 받는다면 크게 2가지 갈림길에 마주하게 됩니다. '시드에도 투자하는 곳'과 '시드에만 투자하는 곳'인데요. 저는 후자를 택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시드에도 투자하는 곳은 보통 Pre-A라든가 시리즈A 등 조금 더 후기에 투자하면서 멀티플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시드에 투자하기도 합니다. 흔히 생각하기로는 '이런 하우스에서 투자를 받는다면 주요 투자 라운드인 Pre-A나 시리즈A에도 후속 투자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케이스가 있다고는 해도 정작 우리 회사에 후속 투자를 해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즉, 0%과 100% 외에는 없는 것입니다. 부수적이지만, 그런 곳은 시드 투자에 응당 따라오는 '밀착 케어'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애초에 그런 식으로 일하는 곳이 아니니까요.

반면, 시드에만 투자하는 곳은 후속 투자를 보장받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다음 라운드를 확실히 리드해줄 수 있는 투자사들과 네트워크가 탄탄한 편입니다. 나름대로 선별한 포트폴리오를 남들보다 빠르게 전달해주며 멀티플을 제고하는 거죠. 또, 시드 투자 자체가 주목적 투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에 적합한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제가 지금 딱 후자에 해당하는 곳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약간 편향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커버하는 라운드가 상대적으로 많은 하우스는 어찌 보면 '좋은 기업이라면 라운드 상관없이 투자하겠다'라는 전략을 취한 곳이기 때문에, 그 다음 라운드에도 여전히 유효한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2.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투자사를 찾자 

누구머니, 파밋브와 같이 VC 리뷰 사이트가 첫 의도와는 다르게 활발하게 트래픽이 만들어지지는 않고 있는데요. 결국 저는 이러한 서비스가 마치 '식당 종업원 리뷰'와 같은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사역과의 미팅이 VC 투자 서비스의 게이트웨이 기능을 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경험이 있다면 당장 공유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해당 인물이 그 투자사의 정체성을 대변하지 않고, 당장 담당자만 달라져도 해당 투자사에 대한 인상이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의외로 이직이 잦기도 하구요. 마지막으로, 해당 리뷰 사이트는 일종의 '네거티브 스크리닝'의 기능을 하게 되는데, 결국 이게 투자 유치라는 목적을 이루는 데 얼라인되어 있지 않습니다. 마치, 쿠팡이츠에서 치킨을 시켜먹고 싶은데 '1점 리뷰 모음집'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요. 우리가 원하는 건 '싸고 맛있고 양도 많은데 배달도 빠르고 친절한 치킨집'에 가까워지는 것인데 말이죠.

사설이 길었는데, 결국 많은 투자자를 만나보고 그 중 가장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아는 투자자가 1명도 없는데 어떻게 하냐구요? 요새는 저처럼 창업자들의 눈에 띄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글도 쓰고, 네트워킹도 하러 다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혹은 내가 태핑해보려는 투자사로부터 투자받은 창업자를 만나보세요. 의외로 마냥 투자해줬다고 100% 긍정적인 답변만 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또, 투자 검토를 위한 소통을 해보면 어느 정도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 A 심사역: 미팅했는데 한 끗발 모자람. 좀 더 '디벨롭'하고 '업데이트' 해오시길.
  • B 심사역: 미팅했는데 내부적으로 a, b, c에 대한 의구심이 있음. x, y, z 지표를 보강하고 업데이트 주면 N월 내 클로징하는 일정으로 다시 내부에 얘기해보겠음.

어떤 사람이 더 협업하기 좋은 사람인지는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A를 경계하고 B를 지향하고 있는데, 저와 만나는 창업자들도 그렇게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3. 단 한 가지 지표가 있다면 '후속투자 유치율' 

VC 홈페이지에 가면 다양한 지표를 걸어두고 '우리 좋은 곳이야'라고 어필합니다. IPO, M&A는 몇 곳이 있으며, 누적 후속투자금은 얼마, 생존율은 얼마... 물론 저도 이러한 부분을 가지고 보통 저희 회사를 소개합니다. 이러한 지표가 좋은 VC를 판별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말은 아닙니다.

상기 지표는 대부분 우리 회사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LP나 후속투자자들에게 해당하는, 이른바 '금융 지표'에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유니콘을 5곳 배출한 VC의 280번째 포트폴리오사가 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 희망편: 유니콘을 5번이나 발굴한 하우스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10년 후 6번째 유니콘으로 멋지게 상장함.
  • 절망편: 8년 전 해당 유니콘에 투자할 때 있던 사람들은 전부 은퇴/이직해서 찾아볼 수 없음

물론, 궁극적으로 유니콘을 발굴한 하우스는 '후속 투자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IPO나 M&A를 경험하며 관련 노하우를 체득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변수를 모두 반영하고 난 지표인 '후속투자 유치율'은 꽤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투자자를 줄 세울 상황에 마주하면 다음과 같이 질문해 보세요. '포트폴리오사의 후속투자 유치율과, 실제로 후속 투자 시 어떤 도움을 주시나요?'

4.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포트폴리오사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기 

대부분 투자사와 미팅하기 전에 파트너, 심사역들의 이력이나 주요 포트폴리오사를 많이 확인하실겁니다. 물론 중요하긴 한데, 결론적으로 저는 '우리 회사랑 시너지가 날 포트폴리오사가 많은가?'를 꼭 확인하시기를 추천합니다.

B2B 기업이라면 직관적으로 '우리 회사의 잠재 고객사가 많을까?'를 확인해보시고요. 만약 우연히 우리 회사의 기존 고객사가 있다면 그 쪽에 긍정적인 추천사를 요청하시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B2C 기업이면 고객사를 찾을 수는 없을테니 유사한 고객군을 공유하고 있는 곳이 많은지 살펴보세요. 예를 들어 건기식 커머스 기업이라면, 시니어 대상 패션 커머스 기업과 다양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실제로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할 수도 있습니다.

5. 투자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확인해보기

면접을 볼 때 구직자는 구인 기업의 채용공고(그 중 JD)를 보고 나의 적합도를 판별합니다. 하지만, 창업자는 VC를 만날 때 이 부분을 확인할 길이 없죠. 홈페이지나 기사 등을 찾아보고 '이런 기업에 투자하고 싶어하는 구나' 정도가 있지만, 실제와 동떨어져 있을 확률이 큽니다. 

결국 창업자는 '저희 회사에 투자를 검토하신다면, 어떤 이유로 투자하기를 원하시나요?' 를 물어볼 수 있고, 투자자 또한 이에 대한 대답이 반드시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이에 대한 고민이 엄청 깊은 사람부터, 별 생각이 없지만 단순히 지표나 팀이 압도적으로 좋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한 번 물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6. '적당히' 모르는 투자자를 찾기

간혹 '이 사람은 A 산업에 대해 경력도 없으면서 우리 회사를 드랍하더라'하며 투자자를 험담하는 창업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경력이 없다고 투자를 검토하지 못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창업자의 ICP(이상적인 고객 프로필)에 가깝습니다.

A 산업에 대해 완벽한 권위자 - 관련하여 엑싯한 창업자 출신, 또는 1등 대기업 출신 -로부터 투자를 받는다면 정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아마 99.99%의 창업자들은 그런 사람들로부터 투자를 받기 어렵습니다. 너무 잘 알면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볼드체로, 대문짝만하게 보일 거거든요.

그렇다고 A 산업에 대해 일말의 이해도도 없는 사람에게 투자를 받는다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도움은 커녕 방해만 될 확률이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A 산업에 대해 완전 잘 알지는 못해 관련된 리스크를 적당히 넘어가 줄 수 있으면서도 이에 대해 알아갈 의지가 충만하여 향후 우리에게 도움을 줄, '적당히 모르는 투자자'를 찾아보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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