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택 본가에서 머무르는 둘째 날 새벽이었다. 일찌감치 눈 뜬 여름과 함께 여름의 부모도 몸을 일으킨 일곱 시경. 청주에서 온 청사과 박스 근처를 배회하던 여름이 무언가를 집어 들었다. 잘 안 보이고 거무죽죽한 게 상자에서 나온 종이 쪼가리겠거니, 이불 속에 누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한 살 여름이가 성큼성큼 걸어와 엄마에게 휙 던진 건 살아 있는 무언가였다. 구겨진 이불 산에 올라탄 그것의 일부분이 눈에 들어온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촘촘하고 보송한 다리. 손가락 두 마디만 한 크기. 다름 아닌 송충이였다. 청주에서 딸려왔을 게 분명한 송충이를, 여름이는 엄마의 생일날 아침에 힘껏 던진 거였다. 생각지도 못했다. 평소 여름이라면 벌레를 발견했을 때 '이거, 이거!'하고 소리치며 엄마나 아빠에게 상황을 알렸을 거다. 어떻게 겁도 없이 그걸 잡아서 던질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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