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끄러운 고백이다. 실은 이런 적이 한두 번도 아니다. 내게는 철천지원수 같은 다크시니 친구가 하나 있다. 마음 같아서는 악귀라고 말하고 싶은데 오랜 정도 있고 하니, 어릴 적 재밌게 봤던 학교 괴담 속 다크시니라고 일단 칭한다. 이 친구의 일은 내가 쓴 글 지워버리기다. 그렇게 경우 없는 녀석도 아니고 아무거나 막 지울 친구는 아닌데.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기껏 쓴 글을 없애버리고 만다.
실력은 아주 뛰어나다. 교묘하고 날렵하다. 저장해 두었던 글인데 다시 들어가면 감쪽같이 사라져 있다. 이미 다 수정해서 없앤 글이 새 버전의 글과 뒤엉켜 있는가 하면, 아예 파일 자체가 사라지기도 한다. 문창과 4년 짬바로 두 글자 쓰고 저장하기 스킬을 배운 나로서는 다크시니의 노련함에 놀라곤 한다. 굳이 그 글들을 지운 그 저의만큼은 끝내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할 때가 많다. 그렇다. 요약하자면 나는 오늘 종일 써 둔 글을 잃어버리고야 만 것이다…. <한나>의 (2) 편을. 오늘 여러 실수를 남발한 내 머리에서도 <한나> (2)의 시나리오가 통째로 날아가고야 말았다. 통탄스러우면서도 사죄할 일이다. 문창과를 다시 가야 정신을 차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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