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넘어서야 삶에서 등장해야 할 중요한 인물이 얼추 다 나왔다. 나는 이제 비로소 빌어먹을 감수성의 존재 이유를 알게 된다. 섬세한 그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주는 것. 아기 여름의 살 구석구석을 속속들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빛을 등지고 나를 보며 웃는 여름의 얼굴이 영원할 것만 같을 때, 감수성은 촉수를 예리하게 세우고 이 순간을 포착한다. 여름이는 눈썹은 당신 눈썹인데 근육은 내 근육이야. 그래서 가만히 힘 빼고 있으면 당신인데 집중하거나 울면 내 얼굴이 돼. 여름이 종아리 있잖아. 나 임신해서 퉁퉁 부었을 때의 발을 반의 반으로 축소해 놓은 거랑 똑같아. 볼 때마다 종아리의 굴곡이 완전 판박이잖아. 이런 이야기는 모두 감수성에서 뻗어 나온 것이다. 이 문장에 차마 다 담을 수 없는 세밀함과 따스함, 영원함의 자양분이었다. 내게 감수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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