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0일,
'데이터와 인공지능' 수업 마지막 발표일.
게임, 디자인, 문헌정보, 불어불문, 체육과학 등
3개월 전만 해도 AI와 거의 무관한 배경을 가졌던
20여명의 이화여대 학생들은 Zoom 화면을 통해
각자 구현한 AI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송하늘 님은 컴패션이라는 NGO에서
해외 수혜 어린이가 후원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AI 기반의 손글씨 인식 및 번역 서비스를
구현했습니다. (링크)
이를 더욱 발전시켜 늘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던
편지 번역 봉사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권지수님의 어떻게든 만화는
사진을 넣고, 문구를 넣으면 '음성지원' 되는
만화 스타일의 짤을 만들 수 있고,
정현민님의 What sound is my back?은
사진을 넣으면, 사물인식을 통해
사진속 무드와 어울리는 소리가 입혀집니다.
김하린님의 날아라 슛돌이는
사용자의 나이, 주사용 발, 현재능력치 등의
데이터를 입력하면 연봉을 예측해 줍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흥미로운
AI 서비스들이 개발기와 함께 발표되었습니다.
더 다양한 프로젝트 구경하기👇
https://knock-ai.circle.so/c/showcase
어떻게 AI와 무관한 배경을 가졌던 학부생들은
3개월만에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AI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AI알못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스타트업'에선
인공지능 기술 스타트업이
핵심 이야기 소재로 등장했습니다.
SF가 아닌 드라마 장르라는 것을 생각하면
어느덧 커진 우리 사회에서의
인공지능의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만들거나 활용하는 건
사실 IT 업계에서도 AI 관련 전공자들 외에는
기획자, 디자이너, 그리고 많은 개발자에게도
여전히 거리가 있는 일입니다.
저 또한 이러한 AI 비전공자 중 한 명입니다.
학교에선 산업디자인을 공부했고,
UX디자이너, 기획자, 프로덕트 매니저와
같은 타이틀로 일해왔습니다.
현재는 AI를 위한 플랫폼을 만드는
커먼컴퓨터라는 스타트업에
2년째 몸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 사실 입사한지 1년이 넘도록
AI알못 상태로 지냈습니다.
역할상, 제품과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서
강의도 들어보고, TFKR 같은 AI 커뮤니티도
꾸준히 눈팅을 했지만 마치
한글로 써진 외국어를 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명색이 AI 관련 회사의 PM인데 안되겠다 싶어서,
저 같은 비전공자를 위한 방법을 찾게 되었습니다.
먼저 무엇이 문제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전형적인 AI 입문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확률 통계, 선형 대수를 배운다
- 파이썬이나 R 등 개발 언어를 배운다
-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배운다
- Pandas 등 데이터 준비하는 방법을 배운다
- Tensorflow 등 딥러닝 하는 법을 배운다
- GPU, 클라우드 등 ML 인프라를 배운다
- 모델 배포하는 법을 배운다
+ 백엔드, 프론트엔드 코딩, 도메인 지식 ...
마치 내가 원하는 건 전자렌지로
음식을 데워 먹거나, 칫솔 살균(!?) 등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인데
전자기학과 납땜을 배워야 하는 식입니다.
물론 더 나은 전자렌지 / AI를 만들기 위해선,
이론을 탄탄히 배우고 연구를 위한
스킬을 습득하는게 중요할 것 입니다.
하지만 요리사 / AI 활용자는
활용을 통한 가치 창출에 궁극적 목적을 두고
꼭 필요한 이론이면 족하다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론을 최대한 덜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수분이 있어야 데워질 수 있다는 것과
전자렌지에 금속이나 녹기 쉬운 용기를 넣으면
안된다는 사용을 위한 지식이면 충분할 것입니다.
또한 코딩도 큰 허들입니다.
매일 쓰지 않는 언어는 서툴어지게 되듯이,
프로그래밍 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개발 직군의 경우 매일 코딩을 하지 않기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것도 부담이지만
고생해서 배워도 쉽게 잊어버리곤 합니다.
이런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지,
다양한 No/Low-code 도구들이 나타났고
어느덧 상당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GUI를 갖춘 직관적인 UX의 애플리케이션이
나오면서 일반인들도 컴퓨터에게
다양한 일을 시킬 수 있게 된 것을 생각하면,
코딩 없이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게
AI 보급에 핵심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No/Low-code 툴로 웹/앱을 만들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AI API를 붙이면
누구나 AI 웹/앱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Azure ML studio,
Teachable Machine, Lobe 등
코딩 없이 데이터 전처리 및
자신만의 AI 모델을 만들 수 있는 툴의 등장과
최신 AI 연구 구현체가 오픈소스로 공개되는
트렌드는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고 있습니다.
저도 회사에서 이와 관련된 Ainize라는
오픈소스 AI 마켓플레이스 제품을 맡고 있어서,
사용자로서 직접 활용 해보면 제품을
발전시키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가설 검증을 위한 MVP
먼저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랜선사진관' 이라는 개인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흑백 사진을 넣으면 AI가 컬러 사진으로
샤샤샥 변환해주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평소 눈팅하던 TFKR에 공유했는데
다행히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Bubble이라는 툴과 Deoldify API로,
업무와 병행하며 처음 익히는 시간을 포함해
기획부터 배포까지 2주 정도 걸렸습니다.
코드 한 줄 쓰지 않고요.
계속 더 좋고 유용한
No-code 툴과 AI API들이 나오고 있으니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다양한
사례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더 많은 대상으로 확장
그런데 제 개인 차원의 검증 뿐만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검증되어야
일반화 가능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할 즈음,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의 남양희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Thx to DevRel 신수철님)
융합콘텐츠 학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양한 학문을 융합한
교육을 수학한 인재를 육성하는 학과 입니다.
남교수님은 '데이터와 인공지능'이라는 수업을
맡고 계십니다. 전 융합교육의 일환으로 이런
수업이 있는게 정말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교수님께서도
이론은 그림으로 최대한 쉽게 설명이 가능하지만
코딩과 수학과 관련 내용에서 학생들이
많이 힘들어해서 어떻게 더 쉽게 가르칠지
고민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에 제가 시도해본 방법을 제안드렸고,
교수님께서도 기꺼이 받아들여주셔서
마침내 더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전공자를 위한 AI 교육을 검증하게 되었습니다.
커리큘럼은 이론과 활용의 균형을 추구하고,
코딩 수준에 상관없이 배움을 느낄 수 있도록
No-code 뿐만 아니라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Low-code 방법도 포함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Cool한 동료 개발자 이민수님도
수업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1. 인공지능 기초 이론 - 8주 (교수님)
2. No-code AI 모델링과 활용 - 2.5주 (저)
3. 오픈소스 활용 Low-code AI - 1주 (민수님)
4. 프로젝트 - 4.5주 (공동 멘토링)
코로나 시국이라 대부분의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되어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줌, 오픈채팅, 커뮤니티, 크롬 원격 데스크톱,
커먼컴퓨터의 Cloud기반 AI 개발환경 등을 통해
비대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커뮤니티를 통해 수업시간의 제약 없이
문제 해결 과정을 공유하며 함께 배우는 경험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점도 주요했습니다.
커뮤니티는 비공개 수업 게시판 외에는
다른 외부 사용자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유용한 정보와 도움을 주고 받으며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총 28명의 수강생 중,
25명에 의해 23개의 프로젝트가 기획되었고,
이 중 19개는 실제 구현되었습니다.
구현이 되지 않은 프로젝트도
실제로 사용할 API의 상세한 분석을
기반으로 기획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AI 서비스 구현시
고려해야할 사항과 현실 가능성에
대한 배움도 이루어지길 의도했습니다.
의의와 앞으로의 과제
사실 No/Low-code는 목적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수단입니다.
AI를 활용하는데 있어서 부차적일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덜어내어
입문에 부담이 없도록 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이 과정을 겪은 학생들은,
본인이 AI를 다뤄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조차 못했었는데 이제 AI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면
AI의 성능을 더 높여보고 싶다거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전공자의 길을
가는 이들도 많아질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AI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
AI 윤리, 시장성, UX 측면의
문제도 더 잘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 현업과
대규모 사용자 대상의 서비스에도
적용되는 사례가 나타날거구요.
이를 위해
No/Low-code AI 학습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고 확장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을지 구상중입니다.
보유하고 계신 AI API나 데이터셋의
활용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산학협력이나 사내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혹시 좋은 제안이 있으시면
편하게 연락 부탁드리겠습니다. ✉️
그리고 뉴스레터를 통해서는
No/Low-code AI 도구 및
기획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Product Guys 들을 위한 AI
등의 정보를 공유 해볼 계획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구독으로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
퓨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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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환
안녕하세요. 저는 작은 바이오텍을 창업해서 데이터를 이용에 AI를 접목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고 있던 차에 좋을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글에 쓰신 이화여대 교수님과 함께만드신 커리큘럼을 이제라도 영상으로라도 공부할 방법이 없을지요? 부탁드립니다....
러닝머신 김퓨타
안녕하세요.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당 강의는 아직 영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제작된 건 없지만, 필요한 분들이 쉽게 접하실 수 있는 형식과 방법을 고민중에 있습니다. 현재 AI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가 어느정도인지 제가 잘 알지 못하지만, 우선 당장 스스로 해보실 수 있을만한 내용을 알려드리자면, 1. 생활코딩 머신러닝 야학(https://ml.yah.ac/) 등을 통해 최소한의 이론을 습득하시고, 2. Azure ML studio (https://studio.azureml.net/)를 통해 코딩에 대한 부담 없이 머신러닝 과정에 익숙해져서 필요한 모델을 직접 만드시거나, 3. 다른 이들이 만들어놓은 AI API 를 활용하여 서비스나 제품에 적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Google, 네이버, 카카오 등의 개발자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양한 AI API가 있고, ainize.ai 는 저희 회사에서 개발중인 제품인데 이 곳에서도 다양한 오픈소스 AI API를 찾으실 수 있습니다. 4. 실제 제품 및 서비스 구현은 저는 bubble.io 와 같은 No-code 개발 도구를 강의에서 사용했습니다. 이 외에도 검색해보시면 다양한 옵션이 있으니 가장 잘 맞는 도구를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점 이 있으시면 편하게 질문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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