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목인입니다.

앨범, 뭐가 그리 오래 걸리는가!

2022.06.27 | 조회 6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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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목인의 풍경과 코러스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이 보내온 일상과 창작 이야기, 소식들

앨범 제작 1년 과정 (CD를 그리려 했는데 원형톱날 느낌)
앨범 제작 1년 과정 (CD를 그리려 했는데 원형톱날 느낌)

 

앨범, 뭐가 그리 오래 걸리는가!

 

드디어 발매일이 7월 5일로 정해졌습니다.

작곡자로서 곡을 쓴 '내면의' 과정들이 있지만 오늘은 이번 앨범이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공장 견학하는 느낌으로 써볼까 합니다.

 

'선곡한 곡들을 잘 녹음한 다음, 다듬어 완성한다'는 기본 원리는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치만 그런 게 아니라 녹음도 '생물'입니다. 여러가지 변수도 많고, 작품의 성격이나 음악가의 컨디션에 맞게 매번 최적의 순서를 짭니다. 저는 프로듀서와 일하고 있어 프로듀서가 이 일정 관리를 맡습니다. 

이번 제작 과정을 요약한다면, '준비는 충분히, 녹음은 단기간에 바짝' 

 

1. 일단 더 쓰고 있기 (녹음 한 해 전?)

'앨범 작업에 들어가자'는 말이 몇 년 째 슬슬 나오다 들어가다 하다 보면 '앗 이번에는 정말인가 보다' 싶은 때가 옵니다. 그간 써 둔 곡이 있기 마련이지만 곡 수가 모자라는 게 보통이고요. 또 곡 수가 되더라도 한 장의 앨범으로 묶기에 안 어울리는 곡들도 많습니다(사실 곡을 많이 안 썼을 때 하는 해명입니다).

실제 앨범에 수록할 곡보다 조금 넉넉히 곡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라 저는 방에서 혼자 계속 곡을 써서 프로듀서에게 보냅니다. 예전에는 데모인데 편곡까지 공들이느라 뜸을 들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1절만 나와도 보냅니다. 가사가 없는 상태로도 보내고요. 분위기를 보는 단계이니까요.

 

2. 흥미롭고도 지루한 편곡

1번 작업으로 몇 달을 보낸 뒤 프로듀서가 어느 정도 곡이 나온 것 같다고 하면 저는 확실히 수록될 곡부터 편곡을 시작합니다. 방에서 혼자 노트북의 프로그램에 기타와 보컬을 녹음한 다음, 가상 악기로 여러가지 색을 더하기 시작합니다.

이게 한 번에 되는 게 아니다 보니 몇 주, 몇 달 간 수정하며 들어보기도 하고, 스타일을 바꿔보기도 합니다. 프로듀서의 의견을 듣고 바꾸기도 하고요. 이 무렵 각 곡의 속도와 적당한 음 높이도 결정합니다.

(참고로 편곡은 제가 가장 흥미 있어 하면서도 막상 하면 지루해 하는 작업입니다. 대체 일이란 왜 그런 걸까요?)

 

3. 선곡하기

편곡을 해 봐야 매력을 알 수 있는 곡도 있기 때문에 선곡은 어느 정도 편곡이 진행된 뒤에야 프로듀서와 함께 결정합니다.

자연히 제 마음 속에서는 '확정된 것만 편곡하고 싶다'는 생각이 끓어오르기 시작하죠. (참고로 이번에 수록된 곡은 10곡인데 편곡을 진행했던 곡은 18곡 정도였습니다)

컴퓨터의 가상 악기로 편곡을 하기 때문에 실제 연주자들이 녹음하면 어떤 느낌일지 완전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의 녹음 경험들이 데이터가 됩니다. ' 이 정도는 OO가 할 거니까 실전에서 해결될 거야' 정도의 여지를 두며 편곡합니다.

이 단계에서 어느 정도 완성된 데모를 저희는 1차 데모라 부릅니다.

 

4. 2차 데모 스타트 (D-162)

1차 데모 정도면 연주자들은 녹음할 곡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연습도 들어갈 수 있고요. 

문제는 이 연주자 중에 저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저는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 등등을 맡고 있습니다). 프로듀서는 우선 저부터 가볍게 연습 녹음을 하며 본 녹음 연습도 하고, 연주자에게 전달할 반주의 퀄리티도 높이자고 합니다. 

그 동안 녹음도 하고 편곡도 했다고 해서 연습이 되어 있는 게 아닙니다. 본 녹음에 문제가 없을 만큼 기량을 끌어올리기 시작합니다(이렇게 몇 년에 한 번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제 노트북에 있던 반주 파일들을 이제 레이블(음반사) 컴퓨터로 복사하고, 그리고 3일에 한 번 정도 가서 프로듀서의 의견을 들으며 제가 만든 반주에 맞춰 노래도 불러보고, 기타도 연습합니다. 이때 프로듀서는 간이 녹음을 하며 실전에 사용할 마이크 등의 장비를 테스트하기도 하죠.

이 연습 과정 역시 지루하고 자괴감이 드는 작업이라서(내 곡인데 왜 이리 어렵지?), 간혹 잘 되면 혹시 오늘 연습 녹음한 파일이 본 녹음에 쓰일 수 있나 일말의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프로듀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랬던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항상 새로 녹음하죠.

머지않아 한 단계 끌어올린 제 기량이 더해진 2차 데모가 완성되고 비로소 연주자들에게 코드 악보와 함께 mp3 10개가 전달됩니다.

 

5. 본 녹음 스타트 (D-92)

악기 녹음은 악기별로 더빙을 하기 때문에 녹음 순서가 온통 뒤죽박죽입니다. 곡별로 녹음하는 게 아니라 악기 별로, 연주자의 스케줄 별로 모아서 녹음 일정을 짜죠.

이제부터 실제 사용될 소리를 담는 과정이지만 한결 홀가분하기도 합니다. 직접 연주할 일이 없는 날이면 잘 들을 준비만 하고 녹음실에 가니까요.

연주자는 여러 트랙으로 되어 있는 반주에서 자신의 파트를 끄고 녹음하게 됩니다. 가상 악기로 된 한 트랙 한 트랙이 실제의 연주로 갈아 끼워지게 되는 식이죠.

이번 녹음은 이런 일정이었습니다. 리듬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악기들이 어느 정도 끝나면 제가 노래 녹음을 시작합니다. 코러스나 그밖에 노래를 듣고 연주할 악기들은 뒤쪽으로 일정을 잡죠. 

6. 믹싱 (D-44)

발매 전 일정이 빠듯하다 보니 악기가 다 녹음된 곡부터 믹싱 엔지니어에게 전달합니다. (믹싱 작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지난 레터에 소개해 생략합니다.)

참고로 위의 일정을 보면 빈 날들이 꽤 있죠. 그때는 뭘 할까요? 녹음 이외의 모든 일을 합니다. 디자인 회의를 하고, 직접 연주할 것을 연습하고, 당근에서 악기를 구매하기도 합니다. 공연도 하고, 방송도 하고요. 또 발매와 관련된 각종 회의도 합니다. 이것도 제가 전업 프리랜서라 가능한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일도 하면서 녹음을 하러 옵니다.

 

7. 마스터링 (D-21)

믹싱으로 거의 완성된 음원들은 이 마스터링 단계에서 우리가 직접 듣게 될 음원 수준으로 조금 더 조정(격상?)됩니다. 한 곡이 끝나고 몇 초 뒤에 다음 곡으로 넘어갈 지, 페이드아웃을 얼마나 길게 할 지도 이때 정하게 됩니다.

성수동의 쾌적한 스튜디오에서 엔지니어 뒤에 앉아 4시간 정도를 듣고 정신이 혼미해질 즈음이면 CD 한 장을 받게 됩니다. 공장에 보내 프레스에 들어갈 마스터 CD죠. 이 한 장을 만들려고 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끝일까요? 이제 음악만 준비된 것입니다. 프로필 사진 촬영과 디자인 마무리, 발매 후에 있을 여러 일들의 준비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심인 음악이 완성되었기에 제작진은 잠시 한숨을 돌리게 됩니다.

 

🌘 창작의 뒷면

작년 연말 쯤의 곡 목록. 그래도 실제 수록된 곡이 꽤 있습니다:)
작년 연말 쯤의 곡 목록. 그래도 실제 수록된 곡이 꽤 있습니다:)
편곡이 끝날 즈음 프로듀서가 정리해본 악기 목록. 저걸 언제 다 녹음하죠?
편곡이 끝날 즈음 프로듀서가 정리해본 악기 목록. 저걸 언제 다 녹음하죠?
많은 작업을 컴퓨터로 하지만 악보도 꽤 그립니다. 이런 걸 좋아하거든요.
많은 작업을 컴퓨터로 하지만 악보도 꽤 그립니다. 이런 걸 좋아하거든요.

 

🥝 가벼운 디깅

'가벼운 디깅'이라 할 수 있나 싶지만, 이 분야에서는 아주 가벼운 수준입니다.

저는 항상 복잡한 관절이나 바람통 같은 기계 장치로 움직이는 악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피아노나 아코디언, 오르간 같은 악기 말이죠.

이건 1950-1960년대 쯤 장난감으로 나왔던 플레이어 피아노(자동 연주 피아노)인데요. 플레이어 피아노의 원리를 알고 싶어 '장난감으로' 직접 구해본 물건입니다.

구멍이 있는 두루마리 악보를 '보면대 자리'에 걸고 전원을 넣으면 구멍이 난 곳으로만 바람이 빨려 들어가며 그 압력으로 해당 음의 건반이 연주됩니다. 생각보다 잘 작동되어 놀랐는데, 문제는 모터와 팬 돌아가는 소리가 음악만큼 크더라고요:)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한가한 시간이 나면 분해해서 잘 손질해 볼 생각입니다. 실제 소리는 여기에서.

 

🌿 가까운 소식

🦆 4집 발매공연(7/16)의 예매가 수요일에 시작됩니다. 이번 발매공연은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리고요. 일반 티켓 오픈(6/29 오후 6시) 하루 전인 내일(6/28일 오후 6시)은 특별한 'NFT 티켓'도 먼저 열리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자세한 안내

 

🦆 지난 1년 간 진행하며 정들었던 BTN 라디오 <걷다 보니 여기, 김목인입니다>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방송은 모레인 6월 29일이고요. '선과 영'을 게스트로 모실 예정입니다. 그간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신 청취자(단골)들과 제작진, 게스트 음악가(손님)들께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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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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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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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most 2 year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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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 코너테이블

    0
    almost 2 year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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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 귤젤리

    0
    almost 2 years 전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

    ㄴ 답글 (1)
  • 반딧불

    0
    almost 2 year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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