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의 과대 평가와 2022년 러시아의 실패

2023.04.09 | 조회 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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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의 공상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정보를 알려드립니다

한 편 러시아가 2022년 전쟁에서 실패한 것은 2014년 돈바스 전쟁과 2015년 시리아 내전 개입에서 얻은 성과를 과대평가했다는 연구도 요새 나오고 있음. 러시아군은 군제 개혁을 실시한 이후로 실험실 내에서 통제되는 환경에 가까운 전장에서만 군사적인 성과를 거두었고, 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과대평가하는 우를 저질렀다는 것임.

가장 단적인 예시는 차량 정비의 문제였음. 우리는 개전 초기 러시아군이 너무나도 쉽게 차량을 유기하거나 혹은 방치한 채 버리고 달아나는 모습을 너무나도 많이 보았음. 이는 러시아군이 2014년과 2015년에 얻은 성과와 연결되는데, 통상적으로 러시아군이 두 전장에서 겪은 것은 100km 미만의 차량 기동이 주요였기 때문임.

이러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될 수 있느냐고 할 수 있지만, 러시아군은 여기서 가장 중요한 2가지를 망각했음. 하나는 기동로(혹은 주요 보급로)에 대한 전술정찰 및 방호 계획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는 것임.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는데 돈바스와 시리아는 러시아에 협조하는 현지군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며, 그들은 러시아군이 당연히 해야하는 전술정찰과 기동로 방호를 제공하였음.

그 다음으로 망각한 것은 차량 유지보수의 문제였음. 100km 미만의 차량 기동만이 이루어지다보니 전문적인 정비반을 대동하는 것이 거추장스럽다고 보았고, 기초정비 및 장비점검만을 수행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임. 이는 전쟁 기간 동안 러시아군이 차량에 대한 정비 임무를 전문 정비반이 아닌 BTG 내 조종수에게만 일임한 것과 연결되었음.

말 그대로 간단한 정비 및 응급수리 정도만을 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지점이 지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2022년 전쟁에서도 그대로 유지된 것임. '마치 00개월 동안 보안 문제가 없었으니, 보안팀은 필요없겠네요' 와 같은 어느 회사의 괴담이 러시아군에게 그대로 적용되었다는 점임.

실험실 내의 멸균환경에서 전훈을 배운 러시아군이 이를 과대평가하면서 문제를 일으킨 것임. 그러나 2022년의 전쟁은 이러한 실험실의 환경이 아니었음. 오히려 더 크고 방대한 전술행동을 러시아군에게 요구하고 있었음.

기존 기동거리의 몇 배를 기동해야하고, 돈바스 지역을 넘어선 우크라이나 정부 지역을 공격해야하는 상황에서 우호적인 현지 세력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음. 전술정찰 및 기동로 방호에 대해서 무지한 러시아군은 멋모르고 기동로를 확보하다가 기습을 받아 궤멸당하였으며, 차량들은 몇 배에 달하는 거리를 그것도 험지를 주파해야하는 상황이 닥쳐오다보니 가동률이 현저하게 떨어졌음.

정비에 필요한 전문 정비반과 각종 소모품은 상급제대에나 가야 있고, 무엇보다도 그들을 호출할 수도 없었음. 어디까지나 정비반은 여단 등 상급부대와 같이 움직였고 BTG 내에서 응급수리를 해서 후방으로 가져가야 하는 문제가 있었음. 그러나 치열한 전투 상황에서 이것이 제대로 될 수가 없었고, 대체로 러시아군은 2가지의 선택지를 골랐음.

하나는 아득바득 고치다가 진격 속도가 느려지면서 충격력을 잃고 소멸되어가거나, 혹은 차량을 유기한 채 도주하는 것이었음. 이는 러시아군이 막연하게 2010년대의 전쟁 경험만을 상기하며 들어왔다가 패퇴한 사례라고 볼 수 있는 지점이었음.

무엇보다도 폭이 약 420km에 길이 100km의 전장이었던 돈바스와는 달리, 우크라이나의 북부와 남부 전선은 이를 훨씬 뛰어넘는 전선 길이를 자랑했음. 러시아군은 이에 3배 이상 달하는 1,300km의 전선을 마주해야했고, 기존의 전훈은 그다지 쓸모가 없는 상황에 처했음.

러시아군이 자랑하는 전자전 역시 넓어진 전선 전체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상대해야하다보니 얉게 퍼졌다가 표적이 되어 제거되기 일쑤였고, 기존에 효과를 보였던 UAV와 MLRS류의 장비 역시 전장이 매우 넓어지다보니 이전과 같은 효율이 나오지 않았음.

돈바스 지역은 좁고 한정된 전장이었으며, 시가지와 마을, 그리고 그 사이의 참호선들을 위주로 방어했기 때문에 방어부대가 고정된 곳에 틀어박혀 있던 경향이 있었음. 그런 전장환경이다보니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임. 정찰이나 포격을 피해서 방어부대가 함부로 이동할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전쟁이 확대되자 노출을 피해 기동방어를 선택하거나 혹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대포병전을 감행하는 등 우크라이나군 역시 선택지가 확연히 늘어났기 때문에 효과가 절감되었으며, 반대로 러시아군은 집중되었던 장비를 전체 전선으로 분산해야했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효율이 나오지 않았음.

당연하게도 병참관리나 지휘통제 역시 넓어진 전선만큼이나 늘어나야만 했으나 이는 제대로 해결이 안되었음. 늘어진 병참선은 러시아군의 전투능력을 약화시켰고, 미비한 지휘통제는 러시아군의 전술행동을 크게 제약했음. 작은 전장에서 실험식적인 환경에서만 싸워본 러시아군에게 이러한 중대규모 전장은 완전히 새로운 숙제들을 내주었지만 효과를 볼 수 없었음.

통합작전사령관이 부재한 러시아군은 각 지역별로 알아서 싸우다가 통제력을 잃고 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했으며, 기존 러시아에서 직통으로 제공하던 병참 역시 전선이 늘어지면서 느려졌음. 여기에 기동로 방호 및 정찰이 수반되질 않다보니 기껏 병참선을 확보해도 자주 포격이나 경보병대의 습격에 파괴되기 일쑤였고.

결국 러시아군이 겪은 문제는 2010년대에 얻은 제한된 전훈을 너무 과대하게 평가한 것에서 기인했다는 것이 주임. 지금에 와서 러시아군이 제대로 된 공습을 한다던지, 전자전을 제대로 한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전선 길이를 과거 2010년대처럼 강제로 줄여버렸기 때문에 나름대로 효과가 나오는 것임.

아마 대공세한다고 또 병력 흩어버리면 2022년 초의 실수가 다시 반복 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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