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바흐무트 전장을 유지하는 것은 우크라이나군에게도 큰 손실임. 바흐무트의 근접 시가전에서 방어자인 우크라이나군도 공격자인 러시아군과 손실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는데, 이는 바흐무트 외곽 방위선과 시가전 환경 자체가 상이하기 때문임.
불레다르나 도네츠크 전선처럼 평원 전투가 벌어지는 지형에서는 러시아군이 탁 트인 전선으로 나오게 해서 불리하게 싸우도록 강제할 수 있지만, 시가전 환경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함. 평원지대 전투에서 러시아군의 장비 및 인명 손실은 최대 7:1에 달하지만 바흐무트는 이제 2:1까지 떨어졌음.
외곽 전투에서는 그래도 평원지대 전투에 가까운 곳인지라 우크라이나군이 자신들의 장기인 정밀포격과 기갑/기계화/보병 간의 제병협동으로 러시아군을 강타할 수 있었는데 시가전에서는 그게 잘 안되고 있음.
이러한 문제로 우크라이나군 수비대가 지속적으로 손실을 입고 있는데, 키이우 인디펜던스지는 이들의 현실을 폭로하기도 했음. 기갑전력과 장비가 모자란 상태에서 현재 보급로도 간신히 통제하고 있긴 하지만 포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이라 어려운 전투가 이어지고 있고, 심지어 훈련도도 낮은 부대들이 대거 투입되서 손실이 급증함.
그나마 어제 우크라이나군 특수전 사령관이 방문한 이후, 우크라이나군 특작부대의 60%에 가까운 전력과 기계화부대들이 바흐무트에 증원되면서 상황이 확실히 호전되기는 했음. 러시아군이 주로 공격하던 북서부 방면의 촉수들을 차단하고 폭 5km 가량의 후방라인을 지탱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임.
그러면 그동안 방어전에서 효과적으로 싸우던 우크라이나군이 왜 바흐무트에서 유독 저런 모습을 보이느냐, 라고 한다면 러시아군이 상식선을 벗어난 병력 운용을 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음. 우크라이나군은 계속해서 투입된 여단 병력들을 순환 배치하는 방식으로 전열을 교대하고 있는데, 이는 기존 전투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았음.
전선부대들을 순환배치하면서 재편-보급-재훈련을 거치면서 전투력을 증가시켰는데, 바흐무트에서는 그 순환이 깨져버림. 러시아군이 공세 주기 자체를 두질 않고 무지성으로 보병대를 전선에 갈아넣으면서 전투지경선조차 지키지 않을 정도로 매일같이 공격해오니 교대 시기를 놓치고, 그러다보니 병력이 갈려나가는 것임.
원래대로면 후방의 예비여단과 교대해서 손실을 복구하고, 신병들 받은 다음 여단에서 재훈련해서 쓸만한 전력으로 만들어야 할 시간인데 빠질 시간 자체를 안주니까 각 여단들이 손실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음.
이렇게되면 당연히 각 여단들은 손실된 병력을 후방에서 소집한 신병들로 채우는데, 이게 2주짜리 훈련을 받고 온 병사들이라서 손실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임. 바흐무트 방어병력은 현재 약 10,000명에서 12,000명 사이를 왔다갔다하는데 그나마 지금은 정예부대들이 증원을 와서 다행인 상황임.
왜 자꾸 시르스키 상장이 돈바스 전장을 책임지는 동부작전사령부에 오는지, 또 어제는 특수작전부대를 지휘하는 사령관이 방문했는지, 마지막으로 해당 전선을 책임지던 사령관이 갑자기 해임되었는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임.
근데 확실히 군사전문가들은 빠지는게 낫다고 충고하긴 하는데, 우크라이나 정부랑 군이 정치적 문제 때문에 빠지질 않는 것은 맞는 모양임. 아니면 이곳을 붙잡고 다른 곳을 노리는 수를 준비하고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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