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여행 중엔 긴 악몽을 꿨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한 어릴 적 일이 나를 또 괴롭힌다.
그날 아침엔 몸을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오전에 가려고 했던 타르트 집도, 일찍 가서 오래 구경하고 싶던 미술관도 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이 탁한 기분이 자연스럽게 내 마음에서 떠나도록 놓아뒀다.
천천히 움직였다.
먼저, 여행에 오기 전 날 급하게 산 신라면을 끓여 먹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어김없이 찾았던 콩나물국밥을 떠올리면서 신라면의 국물로 그것을 대신하려고 했다. 조금 나아지는 기분이 들자 샤워를 하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 내게 샤워는 일종의 명상 같은 행위이다. 나는 기분이 좋지 않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 샤워를 하면서 마음을 다스린다. 다행히 숙소의 샤워부스는 넓었다. 덕분에 편안한 마음으로 몸을 씻어낼 수 있었다. 이 행위에는 아침의 악몽도 희미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독일 생활 중에도 악몽을 꿨던 그날의 아침과 같은 날이 왕왕 있었다. 상처받았던 과거, 후회되는 예전 내 모습을 불현듯떠오르게 하는 어떤 날과 사람이 있고 나는 그것을 계속 되돌아본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그 순간순간들을 더 깊이 성찰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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