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가면 으레 이방인으로서의 이질감을 겪는다고들 한다. 다른 생김새와 다른 문화를 가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거리를 걷다 보면 동양인인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 사람을 한 명쯤은 만난다. 나 역시 전혀 다른 외모의 그들을 힐끗 쳐다볼때가 있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독일은 영어 사용률이 높은 나라라서 독일어가 서툴러도 영어로 소통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영어만 사용해서는 독일의 문화를 백분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 교환학생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영어로 설명을 해주곤 한다. 하지만 수업의 대부분은 독일어로 진행되고, 내가 크리틱을 받는 때에만 영어를 듣게 된다. 짧은 독일어 실력으로 눈치껏 몇 단어를 알아들을 뿐이다. 그들의 언어로 된 농담에 함께 웃을 수는 없다.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고 붕 뜬 느낌. 그게 이방인의 기분이라면, 나는 그것을 매 순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근데 뭐 어떤가. 외국인은 당연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독일에 있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고국인 한국에서도 스스로 이방인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던지라 별 타격은 없다. 어디서든 이방인의 기분을 느낀다면, 차라리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방인이 되는 게 낫다.
한국에서는 특이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간혹 포장 없이 말하는 이들은 이상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궁금해서 이유를 물어보면, 행동하고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말을 했다. 머리가 짧고 화장을 안 하는 여자라서 그렇게 생각한다는 말도 들었다. 그 문장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게 했고, 어느 날에는 이곳에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했다.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나를 숨기고 싶어졌다.
나는 한국에서나 독일에서나 똑같은 사람이었다. 그저 하고 싶은 걸 했고, 호기심이 생기면 질문을 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화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진득하게 이야기를 나눴고, 이상한 일을 겪으면 이상하다고 말하면서 살았다. 여전히 나를 특이하게 본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그게 뭐든 중요하지 않다. 어릴 땐 사회에서 정한 일반적인 기준에서 벗어나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 지금은 마음 편한 곳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웃으면서 살면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이방인이라서 힘들다는 느낌은 잘 받지 못한다. 외로움은 수시로 찾아오지만 그건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일뿐이다. 외로움에 익숙해졌고 친해졌다. 한국인이 거의 없는 동네, 유일한 한국인 교환학생이었던 지난 학기. 이 시간들이 쌓이고 나니 이방인의 감각은 디폴트 값이 되어 버렸고, 저는 행복하게 잘 살고있답니다?
추신. 독일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일을 궁금해하신 분이 있어서 써본 글이에요. 힘들었던 적이 크게 기억나지 않지만 동시에 매 순간 이방인이라는 감각을 지울 수 없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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