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저 놈이 퇴사한 이유

대기업 찬양했는데 왜 나옴?ㅋㅋ

2023.05.17 | 조회 5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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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구하기 나름

개잡부형 사회인이자 무장점 제네럴리스트의 존버와 공부와 삶의 일기

많이들 묻는다. 회사를 왜 나왔냐고.

난 말한다. 별 생각 없었다고.

진짜 별 생각 없었냐? 물으면 진짜 별 생각 없었다. 인간은 논리적으로 과정을 만들되, 감정적으로 결론을 정한다. 큰 그림과 계획이 있었다고 말하지만, 그건 된 사람들의 포장지에 가깝다. 아니 시발 당장 내일 주식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어떻게 큰 그림 그리냐고. 역시 세상은 확률론.

왜 퇴사를 결정했는가?

퇴사 이전에, 이직 내지 업종 변환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왜냐면, 아무리 봐도 내가 속한 업계가 ㅈ망하기 십상이었기 때문. 난 디지털 콘텐츠 업계에 있었는데, 이 콘텐츠 업계에 있어서 제작과 마케팅이 있다면 전자는 염가경쟁이었고 후자는 '킹튜브 알고리즘'에 가려져서 별로 할 게 없었다.

숏폼 디지털 콘텐츠는 염가경쟁이다. 잘 만드는 사람은 너무나 많고, 잘 만든다고 해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 결국, 더 싼 프로덕션이 매력적이다. 그렇다면 미디어로 가야 하는데, 회사 특성상 프로덕션에 가까웠고 특정 버티컬 미디어를 구축하기엔 너무 멀었다 (난 아직도 그 전략이 맞다고 생각한다)

마케팅과 운영도 모호했다. 결국 제작 이외의 모든 업무인 건데, 대기업 특성상 모든 업무가 잘게 분절되어 있고 권한이 나뉘어져있어서 별로 할 게 없었다. TV프로그램이나 OTT 프로그램 마케팅이라면 내가 접하지 못한 분야에 대한 공부라도 될 텐데, 실상 업로드 스케줄 짜는 게 다였다. 아무리 봐도 "내가 이 돈 받으면서 이 일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대대적으로 돈을 쏟아부어 지지고볶아도 킹튜브 갓고리즘 앞에선...

내 업의 축도 바뀌고 있었다. 버즈피드나 테이스티처럼 버티컬 미디어로 피봇을 하고 장기간 운영할 회사는 없었다. 결국 모두가 프로덕션을 지향하거나, TVIP를 잘게 쪼개서 매시업으로 운영하는 곳이 전부였다. 전자는 PD 말고는 별로 얻을 게 없고 (더불어 pd 관련한 차별 의식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신분제의 나라다) 후자는 정말 '이 회사' 아니면 쓸 게 없다. 후자는 기존 IP를 잘게 쪼개고, 묶고 올리는 방식인데 이렇게 할 만한 회사가 얼마나 있겠는가.

이런저런 일 때문에 업종 변환 내지 이직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겨우 2년차 때 한 고민이니, 내 고민이 정말 유의미했는가? 싶으면 모르겠다만... 지금 봐도 후회하진 않는다. 지금도 뭐 할 줄 모르는 사람이지만, 거기에 계속 있었으면 진짜 1도 몰랐을 것 같다. 내 능력과 기질이 맞지 않았다고 치자. 잘 하는 사람들도 많다.

 

퇴사 결정에 가속도가 붙은 이유

하나는 성장가능성이고, 두번째는 시간이다. 하루라도 빨리 나와야겠다 싶었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조금이라도 자유로울 때, 막말로 실패해도 다른 회사에 들어가기 부담없는 나이일 때 해야했다.

마지막으론 삶의 부담이었다. 정말 운좋게도, 난 가족을 부양할 필요가 없었다. 결혼도 안했고, 부모님도 건강하셨다. 다행히도, 월 지출도 당시 공과금과 대출이자 포함해서 120 내외였다. 옷도 별로 안 사고, 담배도 안 피고, 술도 안 먹고, 아싸다보니 별로 나가는 비용이 없었다. 1년 동안 소득 없어도 버틸 수 있겠구나 싶었다.

아무리 그래도 생각없이 나올 수 있냐? 너 금수저냐?

라고 물으면 절대 아니라고 한다. 금수저면 내가 이런 레터도 안쓴다. 그 시간에 돈 쓰고 있지 ㅋㅋ

좋은 제안을 선배가 해줬고, 그 선배는 내가 보기에 능력도 충분했고, 지향점도 비슷했고, 따를 만하다 싶었다. 어차피 다른 지인들한테 물어보면 하지 말라고 할 거라서, 타인들에게 검증 별로 안하고 바로 GO했다. 어차피 모든 사업은 승률이 낮은데, 내 환경에선 기회 비용도 낮으니, 들어오는 제안을 거부할 리 없었다.

누군가 묻는다면

누군가 퇴사와 창업을 묻는다면 난 아래 3가지룰 되묻는다.

하나, 계획이 있는가. 의외로 계획 없이 그냥 감정적으로 RUN하는 경우가 있다. 마치 계획 없는 휴학이다. 우리는 안다. 아무리 세상이 불확실하고, 전장의 안개가 자욱하더라도 계획 없이 나가선 안 된다. 최소한의 계획이 필요하다. 같이 사업할 동료가 있다거나, 최소한의 소득 파이프라인이 있다거나... 계획 세운다고 잘 되는 건 아닌데, 무계획이면 방향을 잃고 방황하기 딱 좋다.

둘, 생존 비용이다. 최소 근 6개월의 평균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현금이 있는가? 중요하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동안 아무런 소득이 없어도 생존이 가능한 통장과 흔들리지 않을 멘탈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당장 결혼 계획이 있다거나 이사가 필요하다 싶으면 닥치고 열심히 다녀야 한다 (혹은 준비기간)

마지막으로.... 가족 부양이다. 생존 비용과 다른 개념이라서 분리했다. 몇 년 안에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내가 현재 집안의 가장이라거나, 곧 가장이 될 것 같으면 재고해봐야 한다. 도와줄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도 재고해야 한다. 원래 세상이라는 게 나 잘 될 때 더 잘 되게 도와줄 사람은 있어도 나 망할 때 도와서 살려줄 사람은 극히 드물다. 각자 살기 바쁘니까. 타인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에 삶을 맡기지 말 것.

근데 사실 이러나저러나 본인의 기분이 제일 중요하다. 한 번뿐인 삶에 있어서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선 마음껏 기분 뽐내면서 살 것 (뜬금 결말)

그럼에도 삶은 꽂히면 가는 거고, 답은 구하기 나름이며, 중요한 것은 미래를 추론하기보다 만들어가는 것이다. 

웬만하면 맞춤법 틀린 부분 없을 텐데, 있으면 봐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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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업 : 미디어 뉴스레터 어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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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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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윳째언

    1
    11 month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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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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