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인 디자이너 돈 노먼은 '노먼의 문'이라는 설명으로
좋은 UX란 .. 사용자의 직관적 이해임을 말한 바 있다.
좋은 UX는 사용자에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제품과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알게 한다.
예컨대, 밀어야 할 문에는 손잡이 대신 금속판을 부착하고, 당겨야 하는 문에는 손가락을 걸 수 있는 손잡이를 만드는 식이다.
또 다른 좋은 UX의 예시는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카치테이프 디스펜서다. 날카로운 톱니 모양의 디스펜서를 보는 순간 사용자는 금방 절단 기능임을 깨닫게 된다.
즉 좋은 UX에는 discoverability (발견 가능성) +affordance (특정 행동을 유도)가 존재한다. 사용자는 제품의 기능을 쉽게 찾아내고, 금방 제품 기획자가 의도한 행동을 취한다.
자 그럼 여러분의 사무실을 돌아보자.
만약 공간 최적화를 위해 나란히 옆으로 또 앞뒤로 배치되어 있는가?
높은 확률로 한 칸 떨어진 동료와는 '덜' 소통하게 될 것이다.
사무실 자리의 물리적인 배열과 거리감이 곧 협업 수준과 연결된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격리될수록 상호소통의 대역폭이 줄어든다)
필자는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해봤다.
파티션을 모두 치우고, 등과 등이 닿는 배면형으로 사무실 공간 디자인을 설계한다면, 소통이 더 원활해지고 협업이 자연스럽게 발생하지 않을까? -라는 가설이었다.
PS. 단 언제나 보안이 중요한 인사팀과 회계팀 동료 자리는 기존처럼 책상을 옆으로 나란히 배치하는 대향형으로 배치했다.
프로덕트 팀 동료들에게 아이디어를 전했고, 다행히 모두가 동의했다.
다들 소매를 걷고 직접 책상을 옮기기 시작했다. (감동)
동시에... 모두가 바쁜 업무 시간을 쪼개 책상을 이리저리 옮기게 되니 한 편으로 불안해졌다.
"내 가설이 틀렸다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한 꼴이 아닌가?"
그리고 마침내 아래와 같은 배면형의 사무실 자리 구조를 구현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놀랍게도 이런 변화가 생겼다.
1. 과거 UX팀과 개발팀이 따로 있을 때는 의자에 일어나서 파티션을 통과해야만 대화가 가능했지만 배면형으로 바꾸고 나서는 앉은 체 의자의 바퀴를 이용해 자리에 일어나지
않고 스르륵 이동해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등만 돌려도 즉각적인 다대다 미팅이 가능해졌다.
2. 가운데 공간이 텅 비어있어서 누군가 대화하는 소리가 과거에 비해 더 잘 들린다.업무 대화 내용 중 끼어들어야 할 기회를 쉽게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3. 출퇴근 시 자연스럽게 배면형 공간을 공유하는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기 쉬워졌다.소소한 변화일 수 있지만 Social Capital (사회적 자본)은 협업을 만드는데 기본이기 때문에 스몰톡을 쉽게 나눌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배면형 디자인을 하게 되면 중간에 큰 공간을 공유하게 된다. (마치 옛 한옥집의 '중정'과 비슷하다)
지금은 공간을 비워두고 있지만 이동식 미니 화이트보드나 미니 테이블을 통해 이 공간을 꾸며보는 것도 상상하고 있다.
이번 사무실 자리 배치의 변화를 통해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도 좋은 UX 설계는 도움이 된다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다시 말하자면 사무실에서 좋은 UX는 동료들간 소통과 협업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만드는 경험이다.
아무리 '협업'을 지켜야 할 핵심가치로 포장해도 따르는 사람이 없다면 말짱 꽝이다.
그러니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따르게 만들고, 특정 행동을 유도하게 하는 실험들을 고민해 보자.
- 오늘의 퇴근길 생각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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