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풍

2022.06.21 | 조회 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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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매달 혹은 매주 새로운 시를 여러분에게 배달해 드립니다.

 

아버지가 복대를 하고 일을 나가고 

난 구름 하나를 보내는 일 만으로 

하루를 다 산 날이 있다

 

오후에는 햇빛이 침대 끝에 잠시 걸터앉다 가기도 했다 

 

커피를 마시며 

남미의 바람은 여기보다 쓸 것이라 억지를 부리고

김치통을 씻어 말렸다

 

누군가 내 꿈을 비웃은 날마다

페이지 끝을 접어놓았다

 

해가 지면 돌아온 아버지와 함께 바람을 탁본했다

켜지지 않는 골목들이 종종 찾아와

나는 낯선 동네로 가서 전구를 사왔고

어제와 오늘을 구분하느라

얼굴을 하루 먼저 닦기도 했다

 

어제 신었던 양말을 발을 바꿔 신으며

아버지는 등 뒤로 부황자국 같은 뭇별이 펑펑 떠있을 때

다시 집을 나서고

자면서도 힘을 빼지 않은 죄책감 덕분에 

나는 이유 없이 꾀병을 부릴 수 있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늦을 지도 몰라

 

아침이면 새로운 다짐처럼 사는 일도

가풍처럼 오래되어

오늘은 한 번도 가지 않은 방향으로 그림자를 뻗었다​

어디를 가도 

송화를 털기 좋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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