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혁명 이후 최대의 반전시위? 미국의 대학생들이 반전을 외치는 이유

- 미국 대학의 반전시위 열풍과 그 원인, 그리고 미국대선

2024.05.08 | 조회 77 |

왼손잡이의 월드뉴스

진보좌파적 시각의 해외뉴스 전문 뉴스레터!

1. 들어가며

 

2025. 5. 4. 미국 미시간대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펼치고 있다/AP 연합뉴스
2025. 5. 4. 미국 미시간대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펼치고 있다/AP 연합뉴스

미국 곳곳에서 천막 농성 등 시위에 나선 학생들이 대규모로 체포되면서 천막 농성 규모는 줄었지만 시위가 다른 지역의 대학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 전역에서 가자지구 전쟁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에 체포된 대학생의 수가 2500여명에 이른 가운데 각 학교의 졸업식장 역시 반전(反戰) 운동의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곳곳에서 열리는 캠퍼스 반전 시위로 인해 여러 대학의 졸업식이 취소되고 있기도 합니다.

시위대는 전쟁 반대뿐 아니라 대학 당국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는 회사와 거래를 중단하고, 이스라엘에서 받는 자금도 공개해야 한다는 건데요. 미국 30여 개 대학으로 번진 반전 시위는 이제 1968년 베트남전 반전 시위와 비교되며 '미국 역사상 21세기 최대 규모 학생운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반전시위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 호주, 중동으로 번져가고 있으며 아일랜드, 스위스, 캐나다, 인도, 멕시코 등 세계 전역에서 반전시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특히 미국을 휩쓸고 있는 이 반전시위의 양상, 얼마 남지 미국 대선에의 영향, 왜 다른 세대에 비해 지금의 미국 20대가 가자지구 전쟁반대 시위에 적극적인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 전 세계 대학가의 반전시위 열풍

 

2.1. 미국

 

미국 캘리포니아 UCLA 캠퍼스를 점거한 반전 시위대의 텐트/AP=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 UCLA 캠퍼스를 점거한 반전 시위대의 텐트/AP=뉴시스

지난 417일 미국의 뉴욕 컬럼비아대 학생들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반전시위를 벌였는데요. 학생들은 교정에 텐트를 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항의하고 미국이 이스라엘 지원을 끊을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418일 위 학생들 중 108명이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과 함께 미국대학의 반전시위는 아이비리그를 넘어 미 전역으로 빠르게 번지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예일대와 뉴욕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에머슨대 등 보스톤 지역뿐 아니라 미시간대, 캘리포니아대 등 미 전역 주요 대학에서 친 팔레스타인 지지 텐트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컬럼비아대에서 학생들이 체포된 지 나흘 만인 지난 22일 예일대와 뉴욕대에서 각각 수십 명이 추가로 체포되면서 학생들의 저항은 더 커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최근 미국대학 반전시위 현황지도/서울경제
최근 미국대학 반전시위 현황지도/서울경제

대학 내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일이 흔치 않은 미국에서 경찰들이 학생들을 무더기 체포·연행하면서 오히려 시위의 불길은 거세졌습니다. 경찰들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체포하는 장면은 흡사 군사 독재 시기 우리나라에서 봐왔던 장면 같기도 한데요. 뉴욕타임즈는 최근 대학가 시위대 체포와 관련해 베트남전 반대 시위가 일어난 1968년 이래 가장 많은 컬럼비아대 학생이 체포된 사건이라고 전했습니다.

424일에는 텍사스대에서는 경찰이 대학에 진입하여 학생들과 충돌하였고, 같은 달 29일 미국 서부 UCLA에서는 친이스라엘, 친팔레스타인 학생들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고 경찰이 UCLA 반전시위 학생들의 캠프를 진압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진압에 지금까지 미국 전역에서 가자지구 전쟁 반대시위에 나섰다가 체포된 대학생의 수는 2500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강력진압 때문인지 학생들의 천막농성은 줄어들었지만 시위는 미국의 전국 대학으로 퍼져가고 있고 각 학교의 졸업식장 역시 반전운동의 광장이 되고 있습니다.

 

2.2. 유럽 대학가의 반전시위

 

프랑스

지난 5월 2일, 프랑스 파리의 여러 대학교 학생들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한들며 연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 연합뉴스
지난 5월 2일, 프랑스 파리의 여러 대학교 학생들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한들며 연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AFP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의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과 소르본 등 주요 대학에서는 지난 4월 말부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항의하는 반전시위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시위대는 캠퍼스 건물을 점거하고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대량학살 중단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 53일 대학당국의 요청을 받고 시앙스포 건물 안으로 들어가 수 십명의 시위대를 진압하기도 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졸업한 이 학교는 미 대학가 시위의 중심지인 컬럼비아대와도 밀접히 교류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위에는 많은 시민들이 합류하였는데요, 파리 경찰은 시위 참가자 21명을 체포하고 1300여 명에게 벌금을 부과했다고 합니다.

 

독일

반전시위는 프랑스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독일에서도 베를린과 뮌헨 등 주요 도시의 대학들에서도 학생 수 백명이 팔레스타인 만세’, ‘학살 중단’, ‘컬럼비아에서 뮌헨까지등을 외치며 연좌 농성을 벌였습니다. 베를린 훔볼트대 학생들은 폰블루멘 총장이 이스라엘 대법관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던 것에 대해 유대민족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영국과 이탈리아

런던에서 열린 반전시위의 모 /SBS뉴스
런던에서 열린 반전시위의 모 /SBS뉴스

영국과 이탈리아의 반전 열기도 뜨겁습니다. 런던의 친팔레스타인 시위 현장에는 무려 10만 명이 모였고,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휴전을 촉구하는 외침이 이어졌습니다.

다만 유럽의 시위는 이스라엘 지지자와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격렬히 충돌하는 사건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미국에 비해 이곳의 대학과 이스라엘 기업들의 연관이 상대적으로 적고, 이스라엘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강력한 지지가 역시 적기 때문인 듯합니다.

 

2.3. 다른 나라들

 

■ 호주

호주 시드니대학 학생들도 본관 앞에 텐트를 설치한 뒤 반이스라엘 농성 시위를 벌이는 중입니다. 시위대는 대학이 이스라엘 기업 및 대학과 맺고 있는 모든 관계를 공개하고, 무기 회사와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중동과 아프리카

중동과 아프리카 주요국의 대학가도 반전시위 열기로 뜨겁습니다. 쿠웨이트와 레바논, 이집트와 튀니지 등에선 학생들이 친 팔레스타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특히 튀니지 대학생들은 일주일간 수업 중단을 선언한 채 전국 각지에서 거리를 행진하며 반전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최근 레바논에 있는 베이루트 아메리칸대학 학생 수백명은 최근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거리를 행진하여였는데요. 시위대는 대학이 이스라엘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에 대해 보이콧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시위에 참가한 한 학생은 컬럼비아에서 시카고까지 우리의 동지들을 본다며 미국 시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중동지역의 반전시위는 예상보다(?) 제한적인 측면도 있는데요.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리적·문화적으로 팔레스타인과 가까운데도 이 지역의 반전시위가 미국보다 적은 규모로 일어나는 이유는 대규모 시위에 대한 아랍 정부의 반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은 시민들의 공개적인 불만 표출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지난 4월 이집트 경찰은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벌이던 10명을 체포하기도 하였습니다.

 

 

3. 미국 내 각 세력들의 반응과 바이든의 재선

 

공화당과 친이스라엘 세력의 반응

텍사스대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고 있다/EPA 연합뉴스
텍사스대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고 있다/EPA 연합뉴스

공화당은 반()유대주의를 이유로 주() 방위군 투입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친 트럼프 성향인 공화당 소속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지난 424일 컬럼비아대를 방문, 네마트 샤피크 컬럼비아대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시위가 빨리 진압되지 않을 경우 주 방위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일찌감치 이번 시위를 유대인 혐오, '반유대주의'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압박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반전시위에 대해 "그들은 유대인 학생들을 공격하고 유대인 교직원을 공격한다. 이는 1930년대 독일 대학에서 일어난 일을 연상시킨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내 친팔레스타인 반전시위는 반유대주의냐? 아니냐?’의 논쟁에 직면하고 있기도 한데요. 이는 미국 내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유대계와 그 지지세력 때문이기도 합니다. 미국 내 유대인 인구는 2.4%에 불과하지만,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데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마이크 존슨 공화당 하원의장 등 정치권은 물론,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거부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하버드 총장도 날려버린 반유대주의 청문회

클로딘 게이 전 하버드대 총장이 하원 교육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EPA 연합뉴스
클로딘 게이 전 하버드대 총장이 하원 교육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EPA 연합뉴스

사실 이번 전쟁 이후 미국 대학의 캠퍼스에서는 반()유대계 목소리가 점점 커졌었습니다. 급기야는 '유대인을 말살(제노사이드)하라'는 구호가 퍼지기 시작했고 유대인 학생들에 대한 언어폭력과 신체적 위협이 확산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컬럼비아 대학뿐 아니라 미국 명문대 총장들은 이와 관련하여 국회 '반유대주의 청문회'에 불려가 일종의 '충성도 테스트'를 받아야 하기도 했는데요.

202412월 하원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친유대계 국회의원들은 친팔레스타인 반전시위 대학생들의 주장이 인종혐오 표현이고 그들의 주장과 표현은 제노사이드(인종차별 대량학살)와 관련된 것이므로 그 학생들에게 퇴학을 포함한 중징계를 해야하는데, 학교는 이를 왜 제지하지 않는지 총장들에게 물었습니다. 하버드대의 게리 총장은 공화당 의원이 유대인 집단 학살을 주장하는 것은 괴롭힘이나 위협에 대한 하버드대 교칙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하버드는 폭넓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맥락에 달렸다고 답했고, 다시 의원의 어떤 맥락을 말하냐는 물음에 개인을 표적으로 삼는 경우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에 유대계를 중심으로 한 졸업생들과 고액 기부자들, 공화당 의원들의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하버드 교수진 700여 명은 게이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학문적 자유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라며 게이 총장을 지지하는 탄원서에 서명하는 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만, 청문회 이후 게이 총장에 대한 논문표절 의혹까지 제기되자 그녀는 결국 총장직에서 사퇴했습니다. 하버드대 첫 흑인 총장이자, 아이비리그 최초의 흑인 여성 총장이기도 했던 클로딘 게이 총장은 1636년 하버드대 개교이래 최단명 총장이 되었습니다.

위 청문회에 함께 출석한 리즈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도 위 공화당 의원이 유대인 집단 학살 주장이 교칙 위반이냐고 질문하며 , 아니오로만 답하라고 요구하자 만약 발언이 행동으로 이어지면 위협에 해당한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공화당 의원들은 매길 총장 역시 반유대주의에 대해 확실한 대응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비난했고 결국 매길 총장도 고액 기부자들의 압박에 나흘 뒤 총장직을 사임했습니다.

 

“Free Free Palestaine!(팔레스타인에게 자유를!)”

“Stop funding genocide!(학살 지원을 멈추라!)”

“From river to the sea!(강에서 바다까지!)”

“We are all Palestinians!(우리 모두가 팔레스타인이다!)”

이 구호들은 최근 반전시위에서 많이 외쳐지는 구호들인데요. 이 중 ‘From river to the sea!(강에서 바다까지!)’라는 구호는 친팔레스타인 반전시위가 반유대주의라는 주장의 근거로 쓰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은 요르단강을, ‘바다는 지중해 사이를 가르키는 것으로, 많은 팔레스타인 운동가들은 이 구호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수십 년간 지배한 후 "평화와 평등에 대한 요구"라고 주장하지만, 유대계 지지자들은 이 구호가 이스라엘의 해체와 유대인 인구의 제거 또는 말살을 옹호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대인 말살주장은 매우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주장으로 당연히 용납될 수 없는 것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이 유대계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유대계와 관련된 주장이라면 학문적 자유나 표현의 자유로 인정되어야 할 부분도 억압되고 있다는 것이죠. 반면, 시위 학생들은 이번 시위가 이스라엘의 민족주의를 반대하는 것일 뿐, 반유대주의와 상관없다고 항변합니다. 그렇기에 미국의 젊은 층에선 오히려 유대계의 이런 강력한 영향력을 '강자의 억압' 구도로 받아들이면서, 반감이 한층 짙어졌다는 보는 분석들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반응

반면, 민주당은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민주당 존 페터먼 상원의원은 "시위는 위대한 미국의 가치지만, 하마스를 위해 소형 텐트에서 사는 것이 정말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모든 시위에 반유대주의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페터먼 상원의원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나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에서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당내 친팔레스타인 목소리에는 선을 긋고 있기도 합니다.

반면 민주당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캠퍼스 내 시위 학생의 95%는 이스라엘이 근본적인 불의를 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들의 평화적 시위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시위에 반유대주의가 있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시위하는 압도적 다수는 우파 극단주의적 이스라엘 정부의 전쟁 기계에 미국이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지쳤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반전시위와 바이든의 재선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건물을 검거하자 뉴욕경찰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건물에 진입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미국 뉴욕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건물을 검거하자 뉴욕경찰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건물에 진입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한편 바이든 정부는 일부 대학에서 섬광탄과 고무탄, 총기까지 동원되고 경찰에 체포된 사람이 2500명이 넘었음에도 제대로 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야 "표현 자유는 존중하지만, 폭력 시위는 허용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것만 보아도 재선을 앞둔 바이든에게 지금의 반전시위가 얼마나 난감한 상황인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 되면 핵심 유권자인 젊은 층에서 민주당 강경파와의 불화가 커지고, 국내외 혼란을 주도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바이든 대통령이라는 공화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러한 분위기는 바이든으로부터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떨어져 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는 사실상 단일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 '지지후보 없음'에 일부러 투표한 사람이 10~20%가 넘은 주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았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던 젊은 층이 트럼프로 지지를 바꿀 가능성은 적지만 아예 투표를 포기할 경우 경합지 득표에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18~29세 응답자들의 지지율은 31%, 전체 지지율인 41%보다 무려 10%p가 낮은 것으로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민주당은 며칠 전인 51일 의회에 대마초 합법화 법안을 제출했는데요. 민주당이 지금 이 시기에 이 법안을 내놓은 이유는 반전시위로 민심을 잃은 젊은 층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입니다.

베트남 반전시위가 활발했던 1968,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휴버트 험프리 부통령이 민주당 최종 대선 후보로 당선되었는데요. 하지만 그것은 존슨 대통령 등 민주당 간부들이 베트남전 참전에 반대했던 젊은 당원들을 찍어누른 결과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당대회 전후로 시카고 주변에서는 반전·참전 세력들 간에 시위와 폭력사태가 잇따랐고 이는 결국 그해 대선에서 험프리 후보가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에 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최근의 반전시위와 그에 대한 경찰력 투입이 ‘68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진보 성향인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베트남 반전시위에 발목을 잡혔던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사람들은 이번 시위가 '바이든의 베트남'이 될 수 있습니다고 말한다"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국내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인지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 초기 이스라엘 편만을 들었던 강경 기조를 일부 전환하여 휴전 협상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전쟁을 끝내는 것이야말로 이스라엘을 내칠 수도, 마냥 이스라엘 편을 들 수도 없는 바이든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4. 현재 미국의 20대가 다른 세대보다 반전(反戰)시위에 적극적인 이유

 

미국 전역에서 일어난 대규모 시위의 주역은 대학생을 비롯한 2~30대 젊은 층이었습니다. 여론 조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유대계 영향력이 강하고, 이스라엘과 친밀한 미국이지만, 청년층에선 그 정서가 달라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보다는 이스라엘에 공감하는 사람이 4~5배는 많은 50대 이상과 비교하면 20대는 팔레스타인에 공감한다는 사람들이 두 배 이상 많기도 합니다. 왜 그들은 미국의 (68년 이후의)이전 세대와 달리 강력하게 반전을 외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큰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 해석들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시각변화와 높아진 인종다양성

UCLA 대학의 도브 왁스만 소장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인의 감정이 세대별로 다르다는 점을 짚고 있는데요. 홀로코스트에 민감한 미국의 기성세대는 이스라엘을 유대인들의 피난처로 보며 이스라엘에 공감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2000년 이후 중동에서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핵으로 무장한 이스라엘과 이에 상반된 박해당하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보도를 중점적으로 접한 세대라는 겁니다. 왁스만 소장은 미국인 중 연령대가 높을수록 종교가 기독교인 경우가 높은 점도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20대의 인종 다양성이 앞선 세대보다 높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20대 중 50%만이 백인이고 나머지 50% 히스패닉, 흑인, 아시안 등인데요. 20대 이하는 이러한 인종 다양성이 더 높아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SNS를 통해 알려진 가자지구의 참상

이스라엘 여군들이 24년 2월 폭격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국경에서 단체 셀카를 찍고 있다/AP 연합뉴스
이스라엘 여군들이 24년 2월 폭격으로 파괴된 가자지구 국경에서 단체 셀카를 찍고 있다/AP 연합뉴스

젊은 층이 글로벌 이슈에 대한 정보를 주로 접하는 곳이 기성언론이 아니라 (동영상 중심의) 소셜미디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주로 틱톡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미국의 20대는 가자지구 참상에 대한 동영상에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실제 지난 달 컬럼비아대의 경찰 연행 장면도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퍼지며 청년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기도 했습니다. ‘미 의회가 중국을 핑계로 틱톡을 금지해 팔레스타인 이슈를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영국의 시사잡지 스펙테이터월드 후안 빌라밀 편집위원은 "사용자 절반이 30세 미만인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이스라엘지지(#standwithisrael)'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59천만개였던 반면, '자유팔레스타인(#freepalestine)' 해시태그의 게시물은 310억개로 50배 이상 많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의 영향

2020년 BLM시위.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구호가 곳곳에 보인다/브리태니커
2020년 BLM시위.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구호가 곳곳에 보인다/브리태니커

토머스 자이조프 아메리칸대학 부교수는 미국 내에서 있었던 '흑인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젊은 층에 미친 영향을 지적합니다. BLM2020년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가 숨지자 미국 각지에서 일어난 인종차별 저항운동인데요. 그는 여론조사에서 20193월만 해도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여론이 47%이었던 것에 반해, 팔레스타인 지지는 16%였지만, BLM 운동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이후인 20215월에는 그 여론이 41%30%로 바뀌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그는 실제 미국 내 활동가들이 미국 내 유색인종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이 받는 처우의 공통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약자에 공감하는 청년층이 팔레스타인에 더 마음을 주게 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스라엘의 잇따른 강경 정책으로 가자 지구의 참상이 이어지고, 전쟁 초기 이스라엘을 비난했던 대학생들의 명단을 작성해 '취업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미국 대기업의 친유대주의적 처사가 시위에 기름을 부었다는 주장입니다.

 

미국청년들의 기존 정치불신과 미래에 대한 비관

2000년대 이후 미국 주택가격 추이. 미국 젊은이들에게도 지금과 같은 주택가격 상승은 절망적이다/fred.stlouisfed.org
2000년대 이후 미국 주택가격 추이. 미국 젊은이들에게도 지금과 같은 주택가격 상승은 절망적이다/fred.stlouisfed.org

사실 미국 젊은이들에게 최근의 바이든은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최근 미국도 집값과 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특히 바이든 집권기간 동안 집값이 엄청나게 올랐는데요. 그 상승률이 무려 40%나 됩니다. 고용도 좋지만은 않습니다. 수치로는 미국의 실업률이 최저라고 하지만, 사실 늘어난 일자리는 대부분 미숙련 저소득 일자리입니다. 청년들이 찾는 안정적이고 소득이 높은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이 매년 실시하는 1829세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청년층의 좌절이 표출되고 있습니다. 2025년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만이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답했고 58%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4년 전 같은 조사에선 20% 이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을 택했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청년 층의 팔레스타인 참상에 대한 분노의 기저에는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 미래에 대한 비관, 경제에 대한 우려 등이 섞여 있는 셈입니다.

 

 

5. 나가며

 

조시 폴 전 미국 국무부 과장은 "각종 압력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이스라엘 정책 방향이 어느 정도는 변했다. 하지만 무기 이전에 대한 결정은 아직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미국은 이스라엘이 요청한 무기를 제공하는 데 계속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계속 번지고 있는 시위가 매우 중요하며, 시위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상당한 압력을 느낄 것"이고 말했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도 미국 대학생들의 용기에 부응하여 반전(反戰)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모쪼록 사실상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운 이 전쟁이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고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지역의 실질적이고 평등한 평화가 정착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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