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

2024.02.24 | 조회 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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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들으며 글을 써요

 

💌 letter 10. 프롬의 '좋아해 '를 들으며

 

 

첫사랑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나는 감히 '첫사랑'이라 불러도 아깝지 않은 그런 한때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첫사랑을 떠올리며 쓴 글이 있는데 남겨두면 좋을 것 같아 적어보려 한다. 프롬의 좋아해라는 노래를 들으며 쓴 첫사랑에 대한 추억 글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나는 교실 뒷문과 가장 가까이에 앉는 아이였다. 그 아이는 나와 반대인 1분단 왼쪽 맨 뒷자리에 앉는 아이였다. 우리는 서로의 끝과 끝에 앉아 있었다.


몇 교시였는지, 무슨 시간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조용한 교실 안에 군데군데 속삭이듯 떠드는 아이들이 있었고 나는 졸음이 몰려와 눈을 붙일 생각이었다. 엎드리기 위해 의자를 조금 뒤로 밀어내고 오른쪽 볼을 책상 위에 딱 붙였을 때 그 아이를 봤다. 그 아이와 나 사이에는 여섯 명이나 되는 친구들이 앉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아이만 보였다.


그 아이는 짝지의 목도리를 풀어 자신의 목에 둘러맸다. 그 아이의 볼과 같은 분홍색 목도리였다. 그 아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반달눈을 보이며 웃어댔고, 그 아이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저렇게 예쁜 애가 우리 반에 있었나? 웃는 게 귀엽네'


졸음은 한순간에 달아났고, 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분명 그 아이도 나를 봤다. 자꾸만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니까. 나는 종이 칠 때까지 계속 그 아이를 바라봤다.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기분은 난생처음이었다. 옆에 앉은 친구가 나를 툭툭 치며 뭘 그리 보냐는 물음에도 나는 대답 없이 그 아이만을 바라봤다. 날이 좋아서 그랬나 창가 커튼을 다 걷어서 그랬나 그 아이 주위만 환하게 반짝였고 난 아주 오랫동안 그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


첫사랑을 추억한 글.
사실 많이 미화되었다. 나의 관점이 아닌 상대방의 관점에서 썼기에 상상과 과장도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다 거짓은 아니다. 그 순간 그 자리에 나도 분명히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도 예쁘게 추억하는 한때이니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과연 나도 그 아이의 첫사랑일까? 사실 아니어도 상관없다. 첫사랑은 내가 정의 내리고 내가 간직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사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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