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세 번째ㅣ녹음이 짙어지는 녹음기#모호

낮이 길어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시간이 늘어난 계절이다. 밥 먹으러 오는 동네 고양이 보위-전체적으로 흰 털인데 머리에 검은 브릿지가 있음-가 옆집 처마 밑 버려진 장판 위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모습이 부러울 정도로 왜 이렇게 졸린지 모르게 졸리운 한낮의 날들이다.

6월 7일.  드디어 모호프로젝트 앨범의 녹음을 시작했어. 

준비를 더 해보겠다는 명목으로 연말의 계획보다는 늦었지만 마침내 시작했으니 기분좋게 달려보려 해. 왜  그런거 있잖아. 요구르트에 빨대를 꽂아주면 그 자리에서 마셔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압박으로 시작하여 맛있는 달달함이 목을 타고 넘어가며 좋아지는 기분?

도무지 앞뒤 보이지 않는 편곡의 수렁에 빠져들 때, 음악 외의 다른 일들에 며칠이 사라진 것 같았을 때, 술 마신 다음 날 또 날려버린 나의 하루에게 미안할 때..그럴 때들에게 다 왔다고 다독이며 조이는 마음으로 녹음 날짜를 정했지. 

오랜만에 하는 스튜디오 녹음이라 가면 뭐부터 해야하더라, 제대로 할 수는 있을까 걱정을 살짝 하기도 했는데 수다를 떨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약 6시간 가량을 녹음실에서 보내고 나왔더니 배는 너무너무 고팠지만, 기분이 그렇게 산뜻할 수가 없더라고. 

왜냐하면 녹음의 첫 악기가 바로 ‘드럼’이었기 때문이야.

나는 어떤 다행으로 좋아하는 기타를 치는 사람 그리고 노래를 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 그리고 밴드를 하며 연습과 공연을 할 때 각기 다른 사람들, 다른 악기들에게서 나오는 소리를 연구하고 역할을 찾고, 마침내 좋은 합을 이룰 때 너무나 짜릿한 순간을 만나기도 했고.  그런 음악 속에서 특히 드럼이라는 악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도 알게 되었지. 드러머의 연주를 유심히 눈여겨보고,  이리저리 따라 쳐보기도 하고, 가끔은 멤버들끼리 악기를 바꿔가며 놀기도 하고, 유투브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며 체득하게 된 것 같아. 아주 큰 소리로 '이제 나는 드러머!' 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나 드럼쳐!" 는 할 수 있지. 그래서 자칭 ‘서당개 드러머' 라고 명명  하노라.  

그렇게 언젠가 곡에 드럼 연주를 직접 만들어 붙여봐야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아. 꽤 오래 마음에 품고있던 꿈 중의 하나가 바로 곡의 모든 악기를 직접 연주한 앨범을 내는 거라서 '그래 바로 지금이다!' 이번 앨범에서 그 꿈의 일부를 실현하려는 용기를 부리게 되었지. 앨범을 함께 제작하는 그 친구(4월 레터에서 말한 나에게 숙제를 줬던..) 정말 할거냐고, 진심이냐고 몇 번을 확인 하더라고. 드럼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믿을 수 없는 그 마음 모르는 바 아니었으나 나는 기어이 직진하였어. 음악가이자 드러머 이기도 한 녹음 엔지니어가 만들어 준 편안한 분위기와 독려를 받으며 틈틈이 연습하고 고치며 머리 속에 담아 둔 담백한 연주를 풀어낼 수 있었어. 색다른 경험에 푹 빠져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는 어쿠스틱 기타 녹음을 하려고 기타를 안았는데 잠시 살짝 어색할 뻔.. 금방 다시 친해졌어. 하하

이번 앨범은 해보고 싶었던 녹음의 방식들, 음악적 표현들을 시도해가며 그간 머리속에 그려뒀던 것들을 향해 불편하지 않은 투박한 질감으로 담아내 보려해. 하다 보면 만족 할 때도 있을거고, 돌아갈 때도 있을거고 별별일을 마주하게 되겠지. 그런 것들이 나를 또 나아가게 할 것이고..

이런 이야기를 편지로 전할 수 있어서 좋았어. 이렇게 지낸 시간을 찬찬히 떠올리며 적어가는 것이 재밌기도 한데, 글을 적기 시작하기 전 특히 둘째주 편지가 발행된 직후부터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나 고민과 걱정으로 가득한 셋째주를 맞이해야만 했지. 그런 3개월 이었다. 몰랐던 사람도 있을테지만, 처음에 이 기획을 시작할 때 3개월 정도를 먼저 해보겠다고 했었고, 어느덧 1막을 내릴 시간이 다가오네. 

찬찬한 사이가 쉬는 동안 어떤 채널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할까? 누군가에게 관심있는 글로 전해지기를 바라기도 하지만, 나에게도 필요한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 그럼에도 내 성향 상 이런 걸 안 시켜도 할지는 모르겠다. 잊지 않고 마음 먹는 것에 의의를 두며, 구독자 여러분을 친구삼아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반가웠어. 그럼 6월의 마지막 화요일까지 찬찬한 사이를 부탁해. 

그리고 고민의 방향을 의논하고자 레터를 구독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질문을 드립니다. 참여해주세요.

👉<찬찬한 사↔이> 구독자 설문👈

호와호 소식

호와호 싱글 발매 소식을 계속 전해왔는데 음.. 6월 말 경 발매될거 같아. 그간 완성의 단계에서 우여곡절이 있었고, 또한 한 명이라도 더 우리의 음악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 늦어지게 되었어. 혹시 기다리고 있었다면 미안해. 조만간 정확한 소식을 전할게. 

호와호는 음악 외에도 영상을 함께 작업  하기도 해. 

우리의 유투브 채널에 있는 뮤직비디오나 라이브 영상들의 대부분이 우리가 직접 찍어 만드는 것들이야. 둘 다 영상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자꾸 손을 대게 되네. 편집하는 동안에는 체력의 한계를 넘기기도 하다보니 고되서 누가 좀 해줬으면, 내가 이걸 왜 하나..한탄을 하는 일이기도 하지. 그럼에도 재미가 큰 것이 함정.  얼마 전에는 찬찬한 사이를 함께하는 트리키네코가 호와호에게 뮤직비디오 의뢰를 하였어. 영상 의뢰를 받는 일도 다 생기고 기쁜 마음에 덥석 그러마! 했지. 그래서 지난 일요일에 아침부터 밤까지 카메라를 들고 종일 이동하고, 걷고, 달리고를 반복하며 빡세게 촬영을 하고왔어. 후덜덜 하게 될 편집의 시간을 통해 과연 어떤 뮤비가 만들어질지 실험을 시작해야지.  나는야 모감독.

돌아오는 6월 25일 금요일 밤 12시에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될 [유희왕의 스케치북]에 호와호가 초대되었어. 곧 발매될 싱글 얘기와 함께 나즈막한 목소리로 고막을 즐겁게 할 오밤중 라이브가 이어질거야. 6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에 클럽하우스로 들어와.

이 편지의 노래

지난 달에 전했듯, 5월 29일에 격조콘서트 공연을 했어. 야외의 작은 숲에서 무선 헤드폰을 쓰고 나무, 비, 새들과 소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노래하였다. 사운드 체크할 때 비가 와서 걱정을 했는데 나무가 비를 가려주었고, 우산을 쓰고 자리를 지켜준 분들과 마주할 수 있었던 감동의 시간이었어. 집에서 하던 말들만 반복하며 사는 시간이 길어져서인지 멘트가 풀리지 않아서 식은땀을 흘리긴 했는데 지금은 좋았던 기억만 남아있으니 정말 자연은 위대하다. 이 편지의 노래로 그 날 부른 것들 중에' 환산'이라는 곡의 영상을 보낼게.

📮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

모호 mohho
기타치고 노래하는 사람. 솔로프로젝트인 ‘모호프로젝트(Mohho Project)’와 일렉트로닉 포크 밴드 ‘호와호(howaho)’로 활동 중이다.

이호 eeeho
인문학을 사랑하는 이과 출신 음악가. 싱어송라이터 ‘이호(eeeho)’, 일렉트로닉 포크 밴드 ‘호와호(howaho)’로 활동 중. 항상 인생의 갈림길에서 그 때의 마음을 좇다보니 현재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트리키네코 trickyneko
싱어 송라이터.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끌어올리는 듯한 감정의 세계를 소리로 맞바꾼다. 2011년 EP ‘꿈의 통로’, 2015년 1집 ‘모든 계절의 밤’, 2019년 2집 ‘수면 아래’. 마포FM 게릴라디오 DJ로도 활동했다.

홍한나 annaHong
시각예술분야 종사자. 비 가시적인것과 가시적인것 사이에서 고민하며 작업과 생활을 병행한다. 아트랩반 개인전 Circuit Mode(2018), REC Mode(2018), 별관 개인전 General Error(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