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읽기

강릉에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새를 기록하는 최민석 사진 작가

사진으로 기록한 강릉 조류 생태 1,000일 간의 기록_ 인터뷰 이상국

2024.03.18 | 조회 8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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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강릉에서 새 사진을 찍는 최민석 작가는 올해 나이 스물아홉인 20대 청년이다. 망원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메고 홀로 강릉 곳곳을 누비며 자신만의 시선으로 새를 담아낸다. 그 기간이 약 1000일이다. 최민석 작가는 강릉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새들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 작품으로 기록해 왔다. 그 작품을 모아 강릉조류생태 사진전 <1000일 간의 기록> 전시를 연다고 하여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최민석 사진 작가, 강릉 순포습지 조류관찰대에서
최민석 사진 작가, 강릉 순포습지 조류관찰대에서

강릉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낸 그가 고등학교 때 하고 싶었던 일은 원래 성우였다. 고등학교 가창 시험에서 소질을 보였던 그에게 음악 선생님이 성악을 배워볼 것을 권유했고, 성악가와 비슷한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성우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

“성악을 하기에는 늦은 나이라고 스스로 깨닫고 있었어요. 기본기도 부족했고요. 그래서 막연하게 목을 쓰는 직업을 찾아보다가 성우를 알게 되었죠. 당시 성우를 해도 어쨌든 내가 잘하는 걸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성우 분들도 뮤지컬 하는 사람 많거든요.”

그럼에도 당시 강릉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가 성우라는 직업을 접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성우 직업 체험 시설이 지역에 있는 것도 아니었고, 성우라는 직업을 실제로 공부하려면 서울로 가는 게 현실적이었다. 그러다 마침 지역 방송국에서 촬영 일 채용 공고가 올라왔고, 서울 상경은 잠시 미루고 강릉의 방송국에서 일을 시작했다.

“성우가 방송국에서 일을 하니까 방송국 자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좀 알고 싶었어요. 촬영 일을 하면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거든요.”

최민석 작가가 사용하는 망원렌즈 카메라
최민석 작가가 사용하는 망원렌즈 카메라

그는 주로 카메라 감독님들의 촬영 보조 업무를 맡았다. <6시 내고향>, <강원도가 좋다> 등의 프로그램부터 영동 지역에 산불이 나거나 태풍이 왔을 때 재난 방송을 중계하러 카메라 감독님과 함께 산과 바다를 누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강릉의 자연과 더 가깝게 지냈고, 고향 강릉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사실 제가 강릉 살았지만, 강릉을 잘 몰랐거든요. 원래는 조용하고 정적인 걸 정말 많이 좋아하고 밖에 다니는 걸 안 좋아했어요. 그 당시 방송국에서 촬영 보조로 일을 하면서 밖에 다니는 걸 좋아하게 되고 <6시 내고향>이나 <강원도가 좋다>라는 로컬 프로그램을 강원도 내에서 찍다 보면 어쨌든 자연과 함께하는 경우가 꽤 많았거든요. 산 아니면 시골 마을 등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자연을 접하는 일이 많았어요.”

그러다 방송국 계약이 만료가 되었고, 그는 방송국에서 일하며 모은 돈으로 서울의 성우 학원을 등록했다. 꿈꿨던 성우가 되기 위해 강릉과 서울을 오가면서 1년 넘게 공부했지만, 꿈꿔왔던 것만큼 즐겁지 않았다. 성우 공채 시험을 준비하면서 좌절의 순간도 경험했다.

“강릉과 서울을 오가면서 성우 공부를 하는 게 심리적으로 좀 많이 힘들었어요. 성우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제가 안 행복하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지치고 힘들고 하니까 그래서 좀 내려놨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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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마음을 달래고자 시작했던 새 사진 촬영

당시 막연하게 힘든 마음을 달래고자 시작했던 게 사진이었다. 성우라는 꿈을 내려놓고 한동안 힘들었던 순간에도 사진을 찍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특히 자연 속에서 새 사진을 찍었던 경험은 그가 힘들었던 삶을 극복하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사진이라는 것 자체가 저를 많이 위로해 줬어요. 그중에서 새 사진이 훨씬 비중이 크고요. 사람이 산소가 필요해서 자연스럽게 숨을 쉬는 것처럼 저에게 있어서 제 삶의 원동력이자 저를 움직이게 하는 연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제는 제 삶의 일부분이 된 것 같아요.”

새 사진 작업이 이제는 삶의 일부분이 되면서 그의 일상도 더 부지런해졌다. 새 사진 촬영을 하는 날이면 겨울에는 아침 7시, 여름 같은 경우에는 늦어도 6시에는 현장에 나간다. 해가 일찍 뜨는 계절이면 5시에 일찍 가서 텐트치고 미리 준비도 한다. 장소도 다양하다. 주로 남대천을 가지만, 경포호수부터, 강릉에 있는 저수지, 강릉 솔향수목원, 순포습지, 향호 등 다양한 새를 만나기 위해 새가 있는 곳이면 강릉 어디든 돌아다닌다. 오랜 기다림 속에서 그가 기록한 새 사진에는 마치 자연 속에 들어가 새를 보는 것 같은 생생함이 담겨있다.

흰꼬리수리 ⓒ 최민석
흰꼬리수리 ⓒ 최민석

의도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진에 담는 작가

“제 사진은 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새 사진을 찍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각자 새한테 느끼는 바가 다르고 표현하는 게 다른데요. 새를 보러 다니는 우연한 만남 속에 저의 의도와 상관없이 어색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날 것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자연의 생생한 모습을 사진에 담으려고 노력해요.”

인생에서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도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만남의 연속이다. 의도하지 않은 것들이 인생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최민석 작가의 삶도 의도와는 다르게 변화가 있었다. 성우라는 목표도 위로를 받았던 새 사진 작가 활동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공통적으로 그를 더 건강하게 이끌어 주었다.

“제가 집에 있는 걸 정말 좋아했어요. 게임도 좋아하고 영화나 드라마 보는 것도요.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그런 콘텐츠들을 많이 좋아했어요. 새 사진을 하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강제로 집 밖을 돌아다니게 되는 기회가 좀 생겼죠.”

물수리 ⓒ 최민석
물수리 ⓒ 최민석

새 사진을 찍으면서 생긴 삶의 변화

그의 변화는 성격에서도 나타났다. 새 사진을 찍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 때 대화 소재가 생겼고, 사람들의 관심밖에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주변에 얘기하게 되면서 조금 더 수다스러워졌다.

“제가 원래 남들한테 알고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 걸 좋아하는데 새 사진을 찍고 다른 사람들하고 얘기할 때 대화 소재가 생겼어요. 평상시 어머니와의 관계에서도 제 정서에 맞는 새 사진을 하고 나서부터는 가족과도 막 얘기를 하게 되는 거예요. 가족들은 제가 어디 갔다 왔는지 사실 궁금하잖아요. 새 사진 찍고 왔다고 하면서 대화 소재가 많아지게 되었어요.”

인생의 큰 변화에서 중요한 건 스스로 느끼는 정서적 안정이다. 새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자연과 교감하면서 정서적으로 힘들었던 마음에 안정감을 찾았다.

“사람마다 자연과 교감하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저는 새 사진을 찍을 때 자연 속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걸 느꼈을 때 교감이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바람을 맞고 더위와 추위를 느끼는 과정이 저한테는 되게 소중한 것 같아요.”

꼬마물떼새 ⓒ 최민석
꼬마물떼새 ⓒ 최민석

강릉의 지켜야 할 소중한 자연환경

사실 강릉은 새들이 살기에 매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서해안처럼 거대한 갯벌은 없지만, 호수, 바다, 습지, 숲, 저수지, 강, 하천 등이 강릉이라는 넓은 지역 내에 서로 연결되는 자연 생태계가 조성되어 있다. 철새들이 날아오는 매년 겨울마다 많은 탐조인들이 강릉을 찾아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릉만큼 새들이 오래 많이 살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같이 새 사진 찍으시는 분들 중에 강릉으로 아예 이사 오신 분도 있고요. 실제로 새 사진 때문에 강릉에서 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너무 좋다고요.”

강릉에 사는 사람들은 강릉의 자연 환경이 너무나도 익숙해서 가끔 소중함을 잘 모르고 일상을 살아간다. 매일 보는 바다이고, 봄마다 불어오는 거센 바람도 강릉 사람들에게는 익숙하다. 최민석 작가에게도 사진이 익숙한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는지 궁금했다.

“사실 제가 KBS 방속국에서 일을 하면서 강릉 이곳저곳을 많이 다니다 보니까 ‘강릉에 이런 데가 있구나’라는 걸 좀 그때 많이 알았거든요. 근데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소중하다는 느낌이 별로 없었어요.”

“새를 찍으면서 흔히 사진 공모전이나 다큐에서만 보던 새가 바닷가에 움직이고 있는데 그 옆에 있는 쓰레기가 다 보여요. 그런 걸 볼 때마다 생각이 많이 들죠. 우리 주변에 사는 이런 작은 생물들이 점점 살기가 힘들어지는 게 보이니까 저도 새에 대해서 많이 관심 많이 가지게 되고 더 소중해졌죠.”

꼬까도요 ⓒ 최민석
꼬까도요 ⓒ 최민석

인터뷰가 끝날 즈음 '최민석 작가에게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꿈이 있냐'고 묻자 그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을 강릉에서 다 보는 게 꿈"이라 대답했다. 그 스스로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지만, 분명한 점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면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마주하고 느끼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릉 조류생태 사진전 <1,000일 간의 기록>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돌아오는 4월 3일, 그가 1000일 간 찍었던 사진을 모아 강릉 임당생활문화센터에서 전시를 한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사진전을 바라봐 줬으면 좋겠는지 물으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사진전은 제가 봤던 그 장면 그대로의 모습이 사진에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기록이 꽤 커요. 제가 실제로 봐온 새들이 살아가는 그 세상을 자연 그대로의 모습대로 같이 봤으면 해요. ‘강릉에 이렇게 많은 새들이 있구나, 이렇게 귀여운 존재들이 이렇게 사는구나’하고 관심을 가지게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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