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마 이 뉴스레터에서 가장 처음 접하실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미국의 온라인 결제 스타트업 스트라이프(Stripe)가 한국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스트라이프는 올해 초 950억 달러, 한화로 110조 원 정도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는데요.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스트라이프의 기업 가치를 간신히 넘는 정도입니다. 2021년 9월을 기준으로 스트라이프의 기업 가치를 넘어서는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뿐입니다.
스트라이프가 하는 일은 간단명료합니다.
PG(전자지급결제대행)를 기반으로 한 핀테크 또는 테크핀 스타트업이라고도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스트라이프의 원대한 미션을 품을 수 있는 키워드는 아닙니다. 물론 스타트업, 이커머스, 실리콘밸리 등에 관심이 많다면 굳이 스트라이프를 소개할 필요가 없죠.
그럼에도 스트라이프를 사용해본 분들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 사업자가 스트라이프에 가입해 결제 도구로 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까지는 말이죠!
스트라이프 한국 진출이 시간 문제이기는 했는데 🇰🇷
네, 스트라이프가 한국 시장을 두드리기 위해 올 3분기부터 팀 빌딩에 나섰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한국의 금융업계 종사자, 법률 전문가 등을 포함합니다.
물론 스트라이프의 한국 시장 진출이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스트라이프는 아일랜드 출신 형제 창업가가 미국에서 시작한 서비스인데요. 이미 46개국 온라인 결제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2021년 기준 세계 경제규모(명목 GDP) 20위권 내에 스트라이프가 진출하지 않는 국가는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그리고 한국뿐입니다. OECD 38개국을 기준으로 보아도 아이슬란드, 터키, 칠레, 이스라엘,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그리고 한국을 제외한 31개국에 이미 깃발을 꽂았죠.
이커머스 시장 규모 1위인 중국이 포함된 아시아 시장은 누가 봐도 욕심나는 열매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역내 국가의 시장 특성(언어, 시간대 등)이 제각각 다르고 시장과 규제 환경이 유독 남다르다 보니 탐내기는 어렵죠. 그럼에도 스트라이프는 이미 2015년 일본에서 베타 서비스를 내놓았고 2016년 아시아-태평양(APAC) 진출의 구심점으로 싱가포르를 선택했습니다. 그 이후 말레이시아, 홍콩,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 상륙했습니다. 지난 투자 라운드 때는 태국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히기도 했죠.
세계 이커머스 시장 5위 수준인 한국 시장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그런데 이건 무슨 타이밍인가요? ⏲️
물론 스트라이프가 다른 아태지역에서 고전 아닌 고전을 겪고 있는 것처럼 한국 역시 쉽게 탐낼 수 있는 시장은 아닙니다.
스트라이프에 앞선 세계 1위 사업자인 페이팔(Paypal)의 한국 진출 썰을 정리해 볼까요.
한미 FTA가 발효된 이듬해인 2013년, 페이팔의 한국 시장 진출 가능성이 점쳐졌습니다. 당시 기사는 "국내 전자금융거래 시장에도 만만치 않은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음 해 중국의 알리페이까지 한국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페이팔과 알리페이가 국내 PG 시장을 잠식하리라는 우려도 나왔죠. 페이팔은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받기 위한 단계"라며 "한국 진출 시 국경 간 영업만 할 예정이지만 직접적인 영업도 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는데요.
결론적으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페이팔은 전자금융업 등록도 하지 않았으며, 2016년 한국 사용자-사업자 간의 송금을 제한하면서 사실상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셈(?)이 되어버렸죠. 전자금융거래법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명확한 사유를 알 수 없지만 금융당국의 규제장벽이 '외래종'에게는 너무나 높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당시 나왔던 얘기는 한국의 '토종' IT 기업들이 낡은 금융 규제에 발목이 잡힌 사이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은 한국 시장을 초토화시키기 일보 직전이라는 것인데요. 7년 남짓 되는 시간이 지나 지금은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연일 전해집니다.
그 논란의 중심에는 (사실상 금융위의 청부입법안인)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있습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빅테크 기업들이 기존 금융사들이 받던 규제에서 벗어나 용이하게 금융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건데요.
전금법 개정안에는 이 논란과 별도로 외국 전자금융업자에 관한 특례가 신설되어 있습니다.
대략 스트라이프, 페이팔, 알리페이와 같은 해외 핀테크 기업이 한국에서 PG를 포함한 전자금융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한국에 지점과 대표자를 둬야 하며, 한국인 이용자의 예탁금에 대해 국내 금융사와 동일하게 예탁금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등의 얘기입니다.
여태 해외 핀테크 기업의 진출이 어려웠던 이유가 시장의 추상적인 공포와 자의적인 유권해석 때문이었다면, 전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에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명백한 규제 문턱이 생기는 셈입니다.
그래서 금융 혁신은...? 🌊
해외 핀테크 기업을 겨눈 개정안을 보는 상반된 시선이 존재합니다. 해외 빅테크의 무분별한 진출을 막을 동일 규제 장벽을 마련한 것이라는 시선과 정반대로 해외 빅테크의 국내 핀테크 진출을 막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시선입니다. 극과 극의 시선이 공유하는 관점은 "어쨌든 막아야 한다"라는 것입니다.
금융의 시각에서는 그럴지 몰라도 과연 오로지 간편하고 안전한 결제 연동만을 기대하는 기업가, 더 높은 결제 전환율만을 기대하는 스타트업, 더 간편한 결제 경험만을 기대하는 고객 역시 이런 관점에 동의할 수 있을까요.
2014년 페이팔을 바라보던 시선 그대로 2022년 스트라이프를 막아내야 할 어떤 것이라 본다면, 최소한 그것은 규제의 평준화가 아니라 자유로운 혁신 환경과 치열한 제품 혁신으로 막아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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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hdongki
ghost에서 정산을 받으려면 stripe로만 가능해서 포기했었는데, 반가운 소식이네요. 한국 진출에 성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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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생
작년 10월이면 꽤 오래 전인데, 결국 스트라이프 한국 진출은 불발일까요? 스트라이프 웹사이트에 가보면 준비 중인 나라는 Request an invite 리스트에 추가 되던데, 현재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만 대기 중이네요. 한국보다 경제 규모는 물론 개인 구매력도 훨씬 떨어지는 나라들이 여럿 있는 마당에 한국이 없는 것은 참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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