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성과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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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프로젝트 <물성과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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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성과 해체

11 months 전

#물성과해체 #메일리 #구독 #박건 #5월20일첫공개! ___________ 예술이 하나의 거대한 신체라면, 역사는 그것을 움직이게 만드는 신경이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예술도 아름답지만, 우리는 어째 단절되거나 가변과 불변의 경계에서 몰락하고 있는 역사로서의 예술에 매료되어버린다. 그 이유는 첫째로,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고 둘째로, 이 같은 인간들의 눈에 보이는 불완전한 예술들이 더 많은 가능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예술 가운데 인간과 가장 밀착된 장르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건축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사유하고 행동하는, 찰나의 시간에서 억겁의 시간까지 향유되는, 공간의 실재. 이 분명한 물성 안에서 우리는 여태껏 사랑하고 증오하고 이별하며 재회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영원할 줄 알았던 공간이 사라지고, 잊혀진다면. 그러한 死線에서 우리의 생활을 한 번 더 톺아볼 수 있는 순간이 이제 기회조차 말소되어버린다면. 우리는 더욱 불완전한 실향민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의 역사를 다루는 일은 특별해 보인다. 사학을 전공한 박건 작가는 랜드마크나 아파트, 은행, 백화점 등 우리에게 익숙한 건축물에 얽힌 역사를 이야기해준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소중한 추억이나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현실의 사선에서, 과거의 장소들을 '여기'로 환기하고 사라질 장소들을 '미래'로 유예시킬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다름 아닌 '사랑'을 느낄 것이다. -김해경 ______________ 🤍 박건 작가 (@aap_modern ) 근대건축 연구가로 활동하며 근대건축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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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성과 해체

12 months 전

#물성과해체 #메일리 #구독 #이광연 #김해경 #5월15일첫공개! ___________ 우리가 사는 세상이 무거워서. 지금 여기를 짊어지고 걸어가는 우리는 또 너무 왜소해서. 비틀거리고 있다. 그래도 넘어지지 않고 비틀거리는 거라도 잘 해보려고 애쓰고 있다. 하루는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에 온종일 진을 쏟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냥 잘 지내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했다고. 늘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이토록 지루한 비틀거림을 조금 더 이어가봐도 좋겠다고. 이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꼭 도착해보고 싶다고. 편지가 필요한 날, 편지를 해달라고 편지를 쓴다. 편지 맨 위에는 친애하는, 당신이라고 쓴다. 오늘 엄청 힘든 일이 있었는데 산다는 건 참으로 버겁다고 말한다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안부를 전함으로써 아직은 견딜만 하다고 말한다거나, 때로는 꿈에 부풀어서 이런 저런 일들을 벌이고 있다고, 그래서 꽤 행복하다고 말해주려고. 또한 당신의 첫 안부에 나는 아직 답신을 못했으므로. 어쩌면 꿈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지금, 책상에 고쳐 앉아 편지를 쓴다. 정말 편지가 필요한 날이다. - 김해경 ____________ 🤍 이광연 작가(@k.sionu.y ) 맡겨진 존재들의 아름다운 순간이 흩어지기 전에 힘을 다해 쓰고 있는 사람. 🤍 김해경 작가(@sskkhkng )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라는 사실을 다시 배우고 있다. 벌써 여름인가? 이맘때쯤『뼈가 자라는 여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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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성과 해체

12 months 전

#물성과해체 #구독 #이슬기 #5월18일첫공개! ___________ 오늘 같이 비가 쏟아지는 밤엔, 파전을 굽고 막걸리를 마셔야 한다. 하지만 막걸리 대신 차를 마시고, 파전 대신 아몬드를 아작거리며 고요를 즐겨도 좋을 법하다고 생각한 건, 애인과 함께 홍대라는 번화한 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있는 작은 절에 다녀온 후부터다. 이곳엔 동네 이웃부터 나라 이웃까지 많은 사람들이 잠시 와서 차를 즐기고 대화를 즐기다 간다고 한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우리의 친구 이슬기 작가는 다기로 차를 우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거 다 선물 받은 거예요. 그래서 우리도 선물하는 마음으로 그냥 드리는 거예요." 받은 마음을 돌려주는 마음으로 전환시킬 땐,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해지기도 한다. 사사로운 것들을 버려야 하고, 어떤 기약을 바라지 말아야 하고, 그저 현재의 마음을 즐겨야하는 용기. 나는 덜컥 제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림을 좀 그려주시라. 글도 좀 써주시라. 그리고 멋진 답변이 왔다. "저는 제가 수행자라고 생각합니다. 수행자로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그림과 글로 담아내 보고 싶습니다." 아무 것도 담겨 있지 않은 흰 종이. 그건 오늘 하루일 수도, 온 생일 수도 있지 않겠나. 거기에 담기는 어떤 기록은 스치는 감정일 수도, 콕 박힌 추억일 수도, 생활이라는 습관일 수도 있지 않겠나. - justbe 홍대선원에서 김해경 ___________ 🤍 이슬기 작가(@911leeee) 스스로를 수행자라고 말하는 사람. 여러 감정에 노련해지기 위해 고요 같은 흰 종이 위에 붓 가는 대로 그리며, just be 홍대선원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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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성과 해체

12 months 전

#물성과해체 #무료구독 #차서영 #김해경 #5월24일첫공개 __________ 생각해보면 우리는 오래 전부터 글과 사진이라는, 굳건히 키워온 고집들 혹은 애증에 가까운 분위기들을 공유해 왔지만 한 번도 무언갈 같이 해보진 않았다. 언젠가부터 내 주위엔 잘 살고 있겠거니,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내 부덕의 소치인 건지, 인간관계란 게 원래 그런 건지 헷갈렸지만 애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의 글도. 그의 사진도. 그라는 존재 자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책을 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다. 사진을 다시 찍어보려 한다고. 나는 내심 글을 다시 써보려 한다는 말을 기대했지만, 오지랖을 부릴 일은 아니었다. 아무튼 뭐라도, 그의 취향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볼 수 있는 순간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 결심이 기꺼웠다. 그리고 그를 슬슬 구슬리기 시작했다. 같이 하자고. 이번엔 진짜 제대로 하자고. "내가 쓸 글을 생각하며 사진을 찍었다." 글은 텍스트고 사진은 이미지다. 텍스트로써 사유하고 이미지로써 표현한 그의 작품을 갖고 나는 이미지로써 사유되고 텍스트로써 표현된 이차적 무드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이것은 신기하게도 그와 나의 첫 번째 합작이다. - 김해경 __________ 🤍 차서영 작가(@pic.chaaa ) 글 쓰고 사진 찍었던 건 검은 옷을 입고 흰 개를 만지는 일 지금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허공더러 활짝 웃는 너 회상인 거지?> 개인전을 열었다. 🤍 김해경 작가(@sskkhkng ) 산문집 『뼈가 자라는 여름』을 썼다. 수수께끼웍스의 크루로 활동하며 기획과 편집에 도전하고 있다. 고양이는 키웠는데 지금은 엄마가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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