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하셔야 합니다!

호기심살롱 뉴스레터 (2)

2024.02.16 | 조회 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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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살롱

21세기 교양인을 위한 문화예술, 글쓰기 인사이트

글쓰기 레터를 시작하기 전에, 최근 경험하고 깨달은 ‘중독' 이야기를 할게요. 

중독. 여러분은 무엇에 중독되어 있나요? 저는 그간 ‘유튜브’에 중독되어 있었는데 전혀 몰랐어요. 유튜브로 영어 공부를 하고, 음악을 듣고, 지루함을 해소하는 시대인데 뭐 굳이 ‘중독’이라는 단어를 붙이냐고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유튜브’에서도 ‘동기 부여 영상’에 중독되어 있었어요. 

 

 

 

<도파민네이션>이라는 책이 화제였습니다. 쇼츠, 릴스, 클립과 같은 짧은 영상들이 도파민을 증폭시키고, 여기에 뇌가 중독되어 다른 일상적인 것에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 10대들에게는 더 큰 문제이고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도 중독되어 있었어요. 하루에 1,2시간은 넘게 이런 영상들을 봐왔고 어림잡아 3,4년은 넘은 것 같아요.

 

‘~성공하는 법’ ‘~돈 버는 비법’ 과 제목을 단 영상들. ‘성공학’과 ‘선한 영향력’으로 포장한 사람들에게서 제 영혼이 사로잡혀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위 이미지는 특정한 영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동기 부여 영상 예시입니다. 
위 이미지는 특정한 영상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동기 부여 영상 예시입니다. 

 

우리는 왜 동기 부여 영상에 빠질까요? 동기 부여 영상에서 말한 것을 지금 당장 행한다면, 성공이 가까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영상들은 우리가 실제로 행할 시간을 빼앗습니다. 실제로 행하는 것은 지루하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보다 쉬운 ‘보는’ 행위를 택합니다. “하루에 글을 10분씩 한 달을 쓰면 인생이 어떻게 바뀌는가” 이런 제목의 영상이 있다고 해요. 당연히 삶이 나아지겠죠. 어떤 식으로도 나아질거예요. 그런데 하루 10분 글쓰기를 실천하는 게 싫으니, 그걸 미루고 또 영상을 봅니다. 그것을 성취한 이후의 ‘달콤한 결과’를 상상하고 현실을 잊는 거죠. (제가 그랬어요…)

그걸 깨닫고 어떻게 했냐고요? 정말로 좋아하고, 필요한 유튜브 채널 몇몇을 빼고는 구독을 해지했어요. “너 아직도 이거 몰라?” “다 이걸로 떼돈 벌고 있어” “한 시간 만에 알려주는 00 비법” 이런 것에 현혹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내 정신이 얼마나 정돈되는지...정말 놀라운 며칠을 보냈어요. 그리고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에 몰입했습니다. “하루 중 6시간 만이라도 몰입하자”를 목표로 삼았는데, 그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제 뇌를 일깨운 채널을 알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동뒤 @BreakingMotivation 찾아보시면 됩니다😊) 

 

영화 ‘매트릭스’ 생각나고, 키아누 리브스 형님 보고 싶고…
영화 ‘매트릭스’ 생각나고, 키아누 리브스 형님 보고 싶고…

 

내 책임이 아닙니다. 유튜브가 날 이렇게 만들었어요. 😒 지금이라도,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글쓰기를 루틴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서론이 길었어요. 이제 본론 들어갑니다~ 

 

이번 레터에서 소개할 책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입니다. 

 

“나는 에세이를 되도록 문학적으로 쓰려고 노력한다. 논리적인 글도 잘 쓰면 예술 근처에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건 예술이야! 남이 쓴 글이든 내가 쓴 것이든, 칼럼이나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렇게 감탄할 때가 있다.”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엥? 유시민 작가님이 쓴 글이 에세이였어? 

작가의 일상을 모은 에세이집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에세이입니다. 최근 읽은 에세이 중 개인적으로 좋았던 책은 박연준 시인의 <고요한 포옹>이었어요.

 

 

그것 말고도 유시민 작가님이 주로 쓰시는,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에세이가 있습니다. 신문 칼럼도 에세이에 속하죠. 요즘은 신문 기사와 에세이 경계에 있는 글들도 많고요. (딱딱하지 않고, 그렇다고 일기 같지도 않으면서, 친근하게 쓰는 기사? 오마이뉴스에 많아요.) 시와 소설, 시나리오, 논문 정도를 빼고는 대부분 에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범위가 넓어요. 처음에 소설 쓰다 보면, ‘이거 뭐 소설이야, 에세이야, 일기야?’라는 반응을 받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잘 쓴다=에세이를 잘 쓴다’ 정도로 생각해도 무방해요. 

그래서 글을 쓸 때 지금 내가 쓰는 이 글이 어떤 장르인가, 굳이 생각 안 하셔도 됩니다. 시나 소설을 쓰는 게 아니면 에세이(산문)를 쓰는 것이고요. 그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려도 되고, 뉴스레터로 써도 되고, 자기소개서로 제출해도 됩니다:) 

 

유시민 작가님의 책에서 소개하고 싶은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논증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려면 꼭 지켜야 할 규칙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1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는 건 무슨 말일까요? 

 

책에서는 베를린 유학 시절에 겪었던 일화를 소개합니다. ‘정상적인 귀걸이’와 ‘미친 피어싱’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피어싱을 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 영역이므로 여기에 욕설을 하면 안 된다,가 주 내용입니다. 이와 비슷한 일을 저도 겪은 적 있어요. 

가족 중에 한 명은 유독 화장한 남자가 TV에 나오면 거부 반응을 보입니다. 말싸움이 시작됩니다. ‘보기 싫어’라고 하면서 TV 화면을 돌리는 것은 뭐 어쩌겠어요,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미친’이나 ‘정신 나간’과 같은 표현을 쓴다면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글을 쓸 때는 어떨까요? 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목걸이나 귀걸이는 미적 감각과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우리는 각자, 타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미적 취향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타인의 미적 취향을 ‘미친 짓’이라고 욕하거나 ‘비정상’이라고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미적 취향을 표현하는 방법과 관련하여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타인의 취향을 존중해야 한다.” - 본문 중에서 

 

와, 정말 논리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완벽한 문장 아닌가요? (이 책은 이런 논리적인 문장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꽉꽉 들어차 있습니다.)

 

2 주장하려면 논증하라! 

 

몇몇 신문 칼럼이 예시로 등장합니다. 그중 하나는 아래와 같습니다.

 

2015년 신년호 <미디어오늘>에 김성구 교수가 기고한 칼럼 중 첫 단락
2015년 신년호 <미디어오늘>에 김성구 교수가 기고한 칼럼 중 첫 단락

 

이분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개악’으로 규정하고, 이 칼럼에서 그 단어를 무려 열여섯 번 썼다고요. 그렇다면, 개정안이 개악인 이유에 대해서 논증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는 논증하지 않고, 주장을 마치 사실처럼(태양이 하루에 한 번 뜬다는 사실을 쓰듯이요) 썼습니다! 이런 글을 읽으면 정말 물 한 모금 없이 인절미를 삼킨 것처럼 속이 답답해집니다. 

 

최근 ‘논증 없이 주장만 한’ 사설이나 기사 보신 분, 답글에 링크로 제보해 주세요.(제가 커피 한 잔 쏘겠습니다!) 

 

이 부분을 보다가, 문득 등 뒤가 서늘해져서 제 과거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저는 주로 취재 기사를 써서 주장이 담긴 글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찾았는데, 역시나 문제가 있습니다.

 

2015년 7월. <헤리지티 뮤인>에 게재된 칼럼. 
2015년 7월. <헤리지티 뮤인>에 게재된 칼럼.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 심사와 관련해 여러 답답한 상황이 느껴져 쓴 글인데요. 먼저, 주장을 명확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비판하려 했던 부분은 1 우리의 공공 공간은 꼭 명품이 되어야 하는가, 명품 건축물로 관광지화되면 우리의 삶은 나아지는 걸까? 2 MVRDV의 ‘서울 수목안’은 2등 안보다 화려하고 돈도 아낌없이 쓴 티가 나지만 과연 잘 설계된 안인가? 3 계약을 확정하기에 앞서 시민의 의견 수렴을 거친다고 했는데 이것이 실현되지 않은 상황을 보면 졸속행정이 아닌가? 이것입니다.

질문을 던졌다면, 그 질문에 반대하는 의견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그것을 명확하게 쓰지 않았고요. 주장을 칼럼에 녹였다면 그 주장이 옳다는 것을 논증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명품 건축물로 성공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정말 행복해졌을 수도 있는데 ‘아닐 거야’라는 생각으로 퉁 치고 있어요. (인터넷에 게재된 것이 아니니, 요즘처럼 댓글을 달 수도 없고 이걸 보고 답답하셨을 분들께 사과 드립니다.)

 

3 처음부터 끝까지 주장에 집중하는 글을 쓰라! 

글을 쓸 때 관련 없는 문제나 정보를 끌어들이지 말라, 원래 쓰려고 한 이유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선으로 밀고 가라고 합니다. 당연한 말인데, 이게 쉽지 않아요. 가장 쉽게 함정을 빠지는 부분이 ‘논점 일탈의 오류’입니다. 예를 들어, 맛집 기행 글을 쓸 때는 그날 서빙된 음식을 두고 재료와 양념을 분석하고 호불호를 말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만약 본인이 호불호를 가진 어떤 특정 재료가 들어갔다고 해서 식당의 음식 전체를 혹평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겁니다. 

 

역시, 핵사이다! 같은 느낌을 주는 유시민 작가님의 책입니다. 평소에 글쓰기 관련 책을 물어보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 중 한 권이에요.  

 

다음 주 레터를 기대해 주세요! 😘

 

 

이 글을 쓰는 나나킴은 글쓰기 전문가가 아닙니다. 대신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열망이 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글을 들여다보고, 나의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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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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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강청춘

    0
    7 months 전

    잘하는 나를 실현하기 위해선 나의 오늘을 제대로 마주보는 것이 필요하다, 는 말씀으로 읽히기에. 저 또한 저의 일상을 되돌아보렵니다.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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