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Curation
거부하는 페르소나, Cindy Lee 🎭
2024년, 한 웹사이트에 32개 트랙, 2시간 분량의 앨범이 공개되었다. 이 앨범은 어느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등록되지 않았고, 오직 웹사이트의 다운로드 링크와 유튜브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었다. 앨범이 세상에 공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음악 매체 피치포크(Pitchfork)는 이 앨범에 4년 만의 최고점인 9.1점을 부여했고, The Guardian은 2024년 최고의 앨범 순위에서 이 앨범을 Charli xcx의 <Brat>에 이어 2위에 올렸다. 이 앨범은 Cindy Lee의 <Diamond Jubilee>이다.
<Diamond Jubilee>는 분명 첫 곡부터 듣는 사람을 단번에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어느 특정한 스타일로 지칭할 수 없지만 어디에서 분명 들어본 듯하고, 왜곡되고 심지어는 손상된 듯한 Lo-fi 사운드와 함께 몽환적인 목소리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연상시킨다. The Guardian은 이 앨범을 두고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20세기 팝의 평행 차원 — 두왑, 글램, 포크 록, Nuggets풍의 사이키델릭/개러지, 벨벳 언더그라운드 스타일의 아트 록, 프렌치 샹송, 클래식 소울, 60년대 걸그룹 팝, 신스웨이브, 로커빌리, 앰비언트가 모두 등장한다. 이 모든 장르가 로파이한 프로덕션을 통해, 마치 영적 차원에서 이 세계로 오는 과정에서 변형된 듯한 형태로 나타난다.”
출처: The Guardian
앨범의 아티스트 Cindy Lee는 캐나다 뮤지션 Patric Flegel의 드래그 페르소나로, 그는 2000년대 후반 활동했던 포스트 펑크 밴드 Women의 기타리스트이자 리드 보컬이었다. Women은 2010년, 불미스러운 사건과 함께 해체되었고, 이후 플레겔은 Cindy Lee라는 인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높게 부풀린 가발, 스팽글 드레스, 롱부츠, 모피 코트 등으로 잔뜩 꾸민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에도 거의 응하지 않을뿐더러 일반적인 음악 업계의 홍보 및 유통 방식을 전적으로 거부하여 팬들로 하여금 궁금증과 미스터리함을 자아내고 있다.
그는 이 앨범을 위한 어떠한 마케팅도 진행하지 않았고, 심지어 SNS도 운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해외 커뮤니티와 여러 음악 매체에 소개되면서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광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의 이러한 활동 방식은 상업적 논리를 따르지 않고 예술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하나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Cindy Lee는 스트리밍 플랫폼, 특히 스포티파이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낸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모든 사람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자신의 음악을 삭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재생 당 1페니를 구걸하는 모습은 한심하다.”라고 강하게 주장하며, “내가 혼자서 해낼 수 있다면 스스로가 완전한 통제권을 갖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Cindy Lee는 현대 음악 산업에서, 아니 음악 산업 역사 전체를 통틀어 보아도 독특한 위치에서 자신의 예술적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
그는 상업적 논리에 자신을 드러내길 거부했지만, 세상은 그의 음악을 가장 중요한 발견인 것처럼 찬사를 보냈다. 드러내길 거부하는 그의 모든 행보가 역설적으로 그를 더욱 드러나게 만든 것이다. 어쩌면 Cindy Lee의 등장은, 모든 것이 쉽게 노출되고 소비되는 시대에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깊은 예술적 아우라를 완성하는 존재를 우리 모두가 기다려왔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Today's Question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