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이라는 일을 하다보니 깨달은것이 있다.
무형화를 흐릿한 형태로 만드는것은, 어떤것을 시도하는것 보다는 ‘절대‘ 하지 않은것들을 정하는게 더 효과적이란것.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눈후, 당을 완벽히 분리하진 못했지만 일상생활에서 먹고 마시는 식습관에서 설탕을 최대한 배제했더니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던 안개들이 천천히 걷혀가는것이 느껴진다. 겨울 고기압의 날카로운 새벽공기를 코가 아닌 눈으로 바라볼수 있고 형광등 앞에서 시신경이 피곤함에 버티길 시작했다. 당과 눈이 밀접한 연관이 있다니! 참으로 신기한 인체의 구성 아닌가.
눈이 안정됐더니 마음이 내려앉았고, 더이상 저녁에 나에게 손을 천천히 뻗어오던 그림자들은 잘 안보이기 시작했다. 늘 하던대로 나는 다시 일어나서 조금씩 조금씩 걸어가는중이다.
읽지마세요를 드디어 놓을수 있게됐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이 하얀도화지에 무구한 내 행복함과 불안함, 긍정, 알리고 싶지 않은 추악함을 마음껏 기록하고 덧칠할것이다.
채널명을 바꾸고, 연락처를 없애고, 새로운 환경에 몸을 던졌다. 내가 나다울수 있기를, 추억하기 보다는 읽지마세요에 수많은 기록물들이 나를 대신해 y와의 감정과 기억을 머금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