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나책]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안녕👋 오늘의 세나책을 준비해 온 숲🌲이에요.

이번에 소개할 책은 김연수 작가님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라는 장편소설이에요.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카밀라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생후 6개월에 미국으로 입양되어 그곳에서 자라요. 검은 머리카락에 쌍꺼풀이 없는 두 눈은 그녀가 이방인임을 끊임없이 상기시켰고, 카밀라는 자신이 도대체 누구인지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성장해요. 자신의 이름이 왜 카밀라인지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카밀라는 카밀라니까 카밀라인 거지’였거든요. 🥲

 양모 앤이 암으로 죽고 양부 에릭이 재혼을 하게 되면서, 카밀라는 자신의 유년 시절 추억이 담긴 박스 🎁 여섯 개를 받게 돼요. 그리고 박스 속에서 처음 보는 사진을 하나 발견하지요. 동백꽃 앞의 어린 여자와 그녀가 안고 있는 아기를 보는 순간, 그녀는 사진 속 두 사람이 자신의 친모와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봐요. 그렇게 카밀라가 진짜 엄마를, 그리고 진짜 자신을 찾으러 진남으로 떠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

1️⃣ 카밀라에서 지은으로, 그리고 또 우리로 🌌

이 소설은 1부 ‘카밀라’, 2부 ‘지은’, 3부 ‘우리’ 순으로 진행돼요. 하나의 이야기는 그를 서술하는 인물을 바꿔가며 또 다른 면모를 드러내지요.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2부였어요. 단순히 서술하는 인물만 바뀐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1부에서 카밀라가 '나'의 이야기를 했다면, 2부에서 카밀라의 친모 지은은 '너'의 이야기를 해요. 결국 이 소설은 개인적인 세계에서 타인의 세계로, 마침내 우리의 세계로 확장되는 것이지요. 엄마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딸의 이야기가, 그 서술이 신선하고 독특하게 느껴졌어요.

2️⃣ 시를 닮은 문장들 ✒️

이 소설 속에는 두고두고 곱씹어볼 만한 문장들이 참 많아요. 저도 읽으면서 참 많은 문장들을 눈과 마음에 담아두었거든요. 김연수 작가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아도 읽는 사람을 집중시키는 힘을 가진 것만 같아요. 읽는 순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요.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한참 동안 생각하고, 그 문장이 주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면서 책을 읽게 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소설 속 문장들이 시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실제로 시가 많이 활용되었기도 하지만요!)

 너무 큰 스포일러가 될까 봐 줄거리를 다 밝히지 못했지만, 카밀라는 친모 지은에 관한 진실을 알아내려고 하며,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돼요. 그러나 그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었어요. 게다가 누군가의 기억을 새로 덧칠할 때마다, 그녀의 인생과 정체성은 쉽게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렸지요.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어요. "모든 것은 두 번 진행된다. 처음에는 서로 고립된 점의 우연으로, 그다음에는 그 우연들을 연결한 선의 이야기로.(p.201)" 우리는 점의 인생을 살고난 뒤에 그것을 선의 인생으로 회상한다고 해요. 나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던 일들이 서로 연결되면서 또 다른 의미가 되고, 그게 또 새로운 나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지요. 소설은 내내 이렇게 진행돼요. 사람들은 같은 점을 두고도 각자만의 다른 점에 연결시키며 다른 모양의 선을 긋고, 서로 다르게 기억하지요.

 우리가 알고 기억하는 것들이 모두 진실은 아닐 거예요. 과거에 찍힌 점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기에, 진실에 다가갈수록 원치 않는 방향으로 나의 존재가 변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카밀라는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일을 멈추지 않았어요. 구독자님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나요? 과연 자신의 정체성이 뒤바뀌어도 좋을 만큼 진실은 의미 있는 것일까요? 저는 카밀라를 보며 그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 꼭꼭 씹어 오래도록 음미할 수 있는 문장들을 사랑하는 사람
✔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과 인물들을 만나보고 싶은 사람
✔ 타인의 세계로 서술이 확장되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

여기까지가 에디터 숲 🌲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소개와 생각이었어요. 카밀라와 지은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오늘도 이 책 소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요. 세상에 나쁜 책은 없으니까, 세나책!

🐾 기나긴 지난함*을 거쳐 카밀라가 선택한 진실은 무엇이었을까요?

*'지극히 어렵다'는 의미예요.

by. 🌲 숲 ⏸️ 쉼표 🌷 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