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54, 매일이 공방전

💃🏻🐆,🌎::불매, 호흡 속 혐오

2023.06.18 | 조회 1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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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밋

동갑내기 30대의 좌충우돌 각자도생 일주일 취재기

💃🏻🐆 멋장이미식가 Kelly, 🌎 미라클 지구,

🤎 그리고 당신, 구독자


💃🏻🐆_마음이 편안한 방향의 +/-

공익광고는 종종 숨이 턱 막히는 결과물이 수상작으로 나오곤 합니다. 수상작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걸리곤 하죠. 예를 들면 아래 스브스뉴스에서 다뤘던 광고와 같은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액션은 비판 정도이죠. 비판 이상의 액션이 따를 수 있는 광고는 브랜드 쪽입니다. 가장 최근에 이슈가 됐던 광고로는 티웨이 항공이 있습니다. 광고를 계획하고 실행했을 때의 목적과 달리 광고의 대상이었던 대학생들은 부정적인 반응이었지요.

그리고 여전히 불매운동이 지속되고 있는 곳들도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하청업체, 제조 및 생산 부문에 대한 불공정한 갑질’, 임직원 및 그 가족의 범죄행위, 폭력적이거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인식하지 못하는 기업문화, 제품에 대한 문제 제기 등으로 최소 1년 이상 불매운동이 지속되고 있는 기업이 몇몇 있습니다.

불매(不買) 상품 따위를 사지 아니함을 의미합니다. 불매운동(不買運動) 어떤 특정한 상품을 사지 아니하는 일. 보통 그 상품의 제조 국가나 제조업체에 대한 항의나 저항의 뜻을 표시하기 위하여 행함을 의미하지요. 전문가들은 불매운동에 대해 미닝아웃이라는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였습니다.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를 할 때, 신념(Meaning)을 적극 드러내는(Coming Out) 을 의미합니다. 정리하면, 상품을 구매할 때 상품 자체에 대한 정보를 넘어 판매자, 제조처 등에 대해서도 고려하는 행동입니다.

저도 불매 중인 기업이 몇몇 있습니다. 불매를 하는 이유는 제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예요. 존경할 수 없는 사람,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만 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제 주머니는 작고 가볍고 귀여운데다 소비할 시간은 적답니다. 다만 이렇게 생각하는 시간이 쌓이면 쌓여갈수록 소비에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대체할 상품이 없으면 고민은 더 깊어지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는 팡팡 하고 있는 삶이에요. 좋아하는 브랜드도 있지요. 선호하는 브랜드도 있고요. 예를 들어 저는 매일유업 제품을 좋아해요. 두유, 오트밀크, 요거트, 빵 등을 소비하려면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지 안에서 가장 먼저 고르는 건 매일유업입니다. 이 제품을 선택하면 그 기업의 문화와 목표에 기여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물티슈 등을 구매할 때는 유한킴벌리를 선호합니다. 현재 물티슈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태인데 종이 물티슈, 생분해 물티슈를 선택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죠. 물티슈나 휴지를 집들이 선물로 보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유업도 유한킴벌리도 이런 제품을 기획한 뒤 출시부터 판매까지 난관이 없었을 리 없었으니 더더욱 기쁩니다. 알고 계신가요? 콘돔도 화장품도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브랜드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랍니다. 기쁜 일이에요.

하지만 소비 자체가 이렇게 잦아도 괜찮을까요? 이런 저, 정말 괜찮은 걸까요?

집에서 지낼 때는 그나마 쓰레기 소비가 적은 편입니다. 친구와 만날 때는 의도적으로 줄일 수 있죠. 하지만 사무실에 나가면 어마어마합니다. 사무실 간식으로 사먹는 간식들은 대부분 모든 포장재가 플라스틱과 비닐로 3개 미만씩 소포장되어 있어요. 텀블러가 제공되어도 대부분 일회용품 컵에 음료를 담아옵니다. 나가서 밥을 먹는다면 다를 수 있지만 만약 사무실에서 배달받아 먹는다면 역시 대부분 이중 삼중으로 플라스틱 포장재를 이용하지요. 최근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가게도 있지만 사무실에서 그렇게 다같이 식사하면서 그러기 어려운 편입니다.

이런 저, 정말 괜찮을 걸까요?

저의 불매도 소비도 모두 마음이 편안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양쪽 모두 제 마음이 편안한 것이 목적입니다. 그렇다면 꼭 필요한 제품을 구매할 때는 브랜드를 고르고, 스트레스성 소비, 관계성 소비, 느낌에 따른 소비는 조금씩 조절해가야 하는 타이밍인 거예요. 어떻게 해야할 지 구체적인 방향을 찾아나가며, 점점 더 선택과 집중을 심화해나가는 타이밍을 맞이한 저는 미혼의 삼십대 여자입니다. 각자가 서있는 위치에 따라 선택과 집중의 포인트가 모두 다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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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690201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690201

https://www.kca.go.kr/webzine/board/view?menuId=MENU00305&linkId=82&div=kca_1909

네이버 국어사전


🌎_6월 셋째주

집 근처 어느 도로에 제법 커다란 교회가 있다. 22살 때쯤 버스에서 조는 바람에 내릴 정류장을 지나치고 그 앞에서 내려서 맺힌 눈물을 찍어내며 안 그래도 한참 우울증과 자살충동, 불면증과 무기력증으로 고생 중이던 몸과 마음이 더욱 녹초가 된 채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왔던 적이 몇 번 있는데, 이쪽 동네로 이사오고 나선 그 부근에 다다르면 이제 집에 다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옛 기억 속 막막함과의 대비에 헛웃음이 날 때도 있다. 막 이사를 와서 지리에 익숙하지 않을 무렵 그 교회에 주차된 대형버스 뒷면에 성소수자 혐오 표어가 붙은 것을 보았다. 뭐랬더라?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 허용하는 생활동반자법을 반대한다?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 같은 말을 내 생활공간에서 실제로 본 것도 당황스러웠는데 차별금지법도 안니고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논의를 찍어누르기 위한 혐오표현이라는 게 놀라웠다. 나는 분노했다. 저걸 어떻게 조지지. 주일예배할 때 혐오자 교회라고 욕 안쓰고 욕하는 전단을 출력해와서 신도들에게 나눠줄까? 그러나 다시 그 교회 앞을 버스타고 지나갈 때보니 표어가 있던 자리는 깨끗하게 아무 문구도 무늬도 없어져 있었다. 그새 광고를 뗐나. 돈도 많다. 혹시 나말고도 분노해서 항의한 사람이 있었을까? 나를 분노하게 만든 문제는 금세 사라졌지만 나는 요즘도 가끔 그 교회 앞을 버스타고 지나갈 때마다 눈을 흡뜬다. 저 혐오자의 교회…!

여기서 하나, 나는 별로 성소수자인 것도 아니다. (왜 표현이 이렇냐면 절대로 아니라고 단정짓기엔 인생이 아직 길기에.)

새벽부터 오전까지 틈새 시간을 잘 활용해보겠다고 구한 알바는 시간대와 위치특성상 '동네 아줌마'들뿐이다. 어느 정도냐면 내가 제일 젊다. 서로 공통점이 많은 동료들은 일하면서 이야기도 꽤 나눈다. 올해 아이를 처음 초등학교에 보낸 사람을 중심으로 아이들 학교 이야기가 화제에 오른 날이었다. 사소한 일로 학교에 민원을 넣는 다른 학부모들 때문에 담임교사가 휴직을 해 괜한 다른 아이들만 담임선생님을 잃은 일이나 작은 사건으로 지나갈 수 있었던 갈등이 아동들 사이의 알력다툼 때문에 학교폭력으로 다뤄졌던 일 등에 대해 이사람 저사람이 말을 꺼내다가 본인 아이말고도 많은 케이스를 봐왔던 한 사람이, 뭐라고 말했더라? 신체접촉이 문제가 된 일이 성폭력쪽으로 논해지게 되면 아무래도 남자애가 훨씬 불리하다는 요지였다. 아무래도 남자애들이 훨씬 불리하다고. 그건 남자애가 불리한 게 아니라, 여자애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해서 일방적으로 피해를 많이 당하고 있는 거죠. 그러한 기존의 사실에 입각해 새로 발생한 각 사건 또한 판단하게 되는 거니까…. 정말 진절머리나는 점이 바로 이거다. 무슨 일을 하던 그 전에 하던 대로를 의식하고 배워서 진행하면서 유독 어떤 분야에서는 그런 원인이 되는 부분을 절삭해내고 편견 따위 없는 아주 비옥하고 토양 위에서 모든 것이 평화롭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맘대로 착각한다. 폭력은 폭력을 가하는 사람을 제재해서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폭력을 당하는 사람이 저절로 안 당하면(대체 무슨 수로?) 처음부터 생기지 않을 일이라고. 이런 반박을 머릿속에서 엮으며 나는 괴로운 소리를 들은 순간을 복기하고 또 방어한다.

여기서 또 하나, 나는 학부모도 교사도 아니고 하물며 어린 학생도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맘에 찰 정도는 아니라도 아무튼 시행되고 있지만 산업재해사망사고는 연일 보도된다. 정황을 읽어보면 저렇게 빤히 보이는 위험을 방치하면서도 저 일터가 돌아가고 있었구나 기가 찰 정도인데 생각해보면 그게 내 거래처의 거래처, 혹은 그 거래처에서 계속 하고 있는 대로다. 사실 내가 예전에 일했던 일터도 그랬다. 내가 맡은 파트는 아니고 내 후속 파트가. 약품 때문에, 기계에서 꺼냈을 때 제품 온도 때문에 맨손으로 만지면 안되는데 장갑 낄 새가 없다고 했다. 바쁘니까, 물량 쳐내야 하니까, 재촉을 받는 노동자는 본인의 실력과 속도를 믿고 안전을 위한 요소를 하나둘 생략한다. 그런데 그게 노동자 본인의 의지고 실책이라고 하면 그건 개새끼지. 기사 댓글에 그러게 공부 열심히해서 책상에 앉는 일을 했어야지 이딴 소리라도 발견하면 그렇게 댓글쓴 놈을 당장에라도 쥐어패고 싶은 마음이 들어 그 자식들 말대로 책상에 앉아서 일하다가도 컴퓨터 자판 치던 손에 핏줄이 선다.

나는 공장 생산직 알바를 20대 초에 달랑 한달 반 했고 지금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거래처 사람 얼굴도 안보고 일한다.

나는 불의에 간접적으로 노출 당해 무진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과 멀어져있을 때도 불현듯 그 고통을 상기하지만 지지부진한 악을 직접 행하는 자들은 내가 진저리 치고 있다는 것 따위 전혀 모르겠지. 이 분노를 안다고 해도 그 놈들은 네 일도 아닌데 왜 화내고 욕하냐고 나를 비웃을 것이다. 당사자로서 맞서싸울 수 없지만 또 잘못을 감지는 할 수 있어서 그 불의로부터 나의 정신을 보호하려고 불의를 공격하고 반박하길 반복하지만 그조차도 악순환으로 느껴진다. 상식인이라는 이유로 함께 고통받는 사람끼리 화내기도 지쳐 ㅎㅎ 질리지 않냐? 정도로 언급하고 넘어가다 보면 이 모든 상황이 거의 부조리 무맥락의 코미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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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편집자 💃🏻🐆

좋은 아침입니다. 이번 주, 더욱 더 즐거운 순간으로 가득하기를 바라요. 이번 주부터 저희는 주제를 맞추어 작성하며, 저희 자신의 다른 부분과 유사한 부분에 대해 확인해나가려고 해요. 천천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노리밋에서는 두 명이 일주일에 한 번 한 주를 살며 경험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구독자님, 다음 주에도 같이 놀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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