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양분을 듬뿍

2021년 12월 12일 일요일 🌨 1°

클라라와 태양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거장 가즈오 이시구로의 장편소설.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되어 팔리기 시작한다. 그중 유난히 인간을 열심히 관찰하고 그들의 감정과 소통을 익히는 데 관심이 많은 소녀 AF 클라라는 AF 매장 쇼윈도에서 자신을 데려갈 아이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린다. 어느 날 거리를 관찰하고 있던 클라라에게 다가 온 조시라는 이름의 소녀. 조시는 클라라를 데려가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클라라는 그날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린다.

클라라와 태양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발표하는 거장 가즈오 이시구로의 장편소설.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되어 팔리기 시작한다. 그중 유난히 인간을 열심히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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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목요일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어요. (약간의 목 따가움과 콧물, 두통, 근육통도 있었고요. 호호.. 딱히 감기는 아닌 것 같고.. 찬 바람 많이 쐼 + 정신적 스트레스의 물리적 발현이라고 스스로 진단했습니다?) 토요일 즈음에는 그래도 슬슬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내 어드메의 크리스마스 마켓도 살짝 구경하고 왔는데요.
일요일에는 완전히 다시 앓아 누웠습니다. 아침 9시에 일어났다가 다시 자고, 12시에 일어나서 청소기 돌리고 다시 자고, 2시에 일어나 세탁기를 돌리고 다시 자고, 4시쯤 다시 일어나니 밖은 완연한 한밤중이었어요. 밤낮 없이 잔 댓가로 두통이 밀려오고, 답답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마음,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뭐라도 그만하자, 는 생각으로 억지로 일어나서 혼자 떠들던 유튜브를 끄고, 방전된 전자책 리더기를 충전했어요.
뭘 읽을까 하다가 <클라라와 태양>을 택했습니다. 사실 여기 오고 나서 이상하게도 단편소설만 읽었어요. 구독자님도 비슷한 경험 있으신가요? 마치 넷플릭스에서 시리즈 물을 선택하기 어려운 때랑 비슷한 느낌인데, 막 이 길고 깊은 이야기를 감당할 마음의 준비가 된 것 같지 않아서 자꾸 짧은 이야기나 코미디만 찾게 되는 느낌이요. 저는 종종 그런 기분을 느끼는데, 돌아보니 올해는 스웨덴 오고 나서 거의 내내 그랬던 것 같아요.
일요일에는 정말 기력이 없었지만 <클라라와 태양> 종이책의 어마무시한 두께를 왠지 떠올리면서, 왠지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결심이 무색하게도 몇 시간 만에 이 책을 다 읽었어요. 결말부에는 <남아 있는 나날>의 결말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고, 클라라가 거지 아저씨를 살린 태양의 너그러운 자양분을 묘사할 때는 꼭 그 볕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라라와 조시가 서로를 구원하는 서사라는 해석을 많이 봤는데, 읽은 직후에는 그건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가. 그럴수도.
오늘 월요일에는 학교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여전히 상황은 비슷해서 비슷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는데, 멍하니 커피를 사다가 문득 조시가 생각났습니다. 어쨌거나 지금 있는 자리에서 무엇이든 해보려는 조시. 조시는 왜 그랬을까. 나는 왜 이럴까. 아마 내일도 이 이야기가 생각 날 것 같아요.

이런 저의 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법 하트 뿅뿅 귀염진 스톡홀름 시내. 참고로 오후 4시랍니다.

그냥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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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레어 #39. 소설 <클라라와 태양>

클라라와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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