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들 제 짝을 만나서 만사형통하리라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번 주는 토요일 오전에 찾아왔습니다. 기다려주셨죠? 정말 감사합니다..🙇‍♀️ 어떤 개인적인 사정이었는지는.. 지금부터 찬찬히 설명드릴게요..!

글로벌 역병이 돌면서 말이에요, 이제 더 말하기도 입 아픈 그리운 것들이 있잖아요. 해외여행, 스탠딩 콘서트, 뮤직 페스티벌, 워터 파크, 꽃나들이, 불꽃 축제, 연극 공연 같은 것들이요. 이번 주에는 문득, 그게 심지어 2개 이상 합쳐진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예를 들면 저는 2020년 초에, 해리 스타일스가 무조건 내한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거든요.  Love On Tour 일정이 유럽, 북미 순으로 속속들이 발표되면서, 이번에야말로 분명히 서울이 있으리라고 저 뿐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믿었고 정황도 그랬고.. 그런데 만약에 없다면, 이번에야말로22 도쿄든 방콕이든 홍콩이든.. 가서라도 해리를 보고야 말겠다.. 라고 마음을 먹고 있었어요. 해리 볼 겸 여행도 할 겸 가면 되지 않겠나! 해외 팬들도 샤이니 보러 한국 오지 않는가! 하고 있었죠. 물론 오늘날까지.. 아시아 투어는 발표도 안 됐답니다.. 

공연 때문에 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지만, 여행 중에 우연히 공연을 보는 경우도 있죠. 그런 경험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저는 2009년에 뉴욕으로 여행을 갔을 때 본 <햄릿>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요. 당시 브로드웨이에 올라온 <햄릿>은 주드 로가 햄릿을 연기하고 있었는데, 저는 그 맞은편 극장에 다른 공연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이 공연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아니 알게 된 이상.. 언제 주드 로를 내가 극장에서 보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공연마다 몇 장씩 있다는 student ticket을 노리기 위해 다음 날 새벽에 극장 앞에 줄을 섰더랬습니다. 근데 제 차례가 되어서 스튜던트 티켓 플리즈 했는데, 뭔가 그 티켓은 솔드 아웃이고 뫄뫄뫄 티켓이 있으니 이걸 사라며(?) 일단 파셔서(?) 티켓을 샀어요. 아니 학생 티켓보다도 싼 이 티켓의 정체는 뭘까.. 궁금해하면서 오후에 극장에 가 보니 그것은 '입석'이었습니다. 전 아직도 이 공연 외의 어떤 공연에서도 '입석'을 본 적이 없는데요.. 아니 어디서 서서 본다는거야 시야를 가리잖아 싶으시죠?

아니.. 뭐 그렇다고 안 보자니 아쉬워서 보기로 마음은 먹었습니다만 제가 또 한 가지 간과한게 있었죠. 햄릿.. 최소 130분은 한다는 사실을.. 결국 감기 기운이 있는 채로 두 번의 인터미션을 포함해 거의 3시간을.. 그것도 키가 작아 발돋움을 해 가며.. 그리고 커튼 콜까지 보느라 시간이 늦어 뉴욕 지하철과 숙소 앞을 미친 듯이 달려야 했던 저는.. 여행 후 지독한 감기에 걸려 2주 간 목소리를 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보람은(?) 있는 것 같아요. 전 이 얘기를 지금 여기에도 쓰지만 친구들한테도 자주 얘기해왔거든요... 이 얼마나 재미있는 경험입니까 특히 내 일이 아니면..😇

아, 그래서 

제가 왜 이번 레터를 금요일에 발송하지 못했는고 하니, 목요일 저녁에 셰선생님께 붙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NT Live <한여름 밤의 꿈>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벌써 너무 늦은데, 금요일 일찍 출근해야 하고, 마침 일이 많고.. (죄송하다는 뜻..)

구독자님은 혹시 NT Live를 보신 적이 있을지, 아니면 들어는 보셨을지, 아니면 증말 처음 듣는 이야기이실지 모르겠어요. NT Live는 간단히 설명하면 영국의 많은 극단에서 올라오는 연극, 뮤지컬 중 영국의 국립극장(National Theatre)이 방송사 sky arts와 함께 선택해서 촬영, 제작한 공연 실황 영상입니다. 영국의 우수한(!) 극장 공연을 영화 화면으로 옮겨놓았다, 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고요, 우리나라에서는 2014-15 시즌 즈음부터 국립극장 레퍼토리로 NT Live 공연들이 소개되고 있어요.

오늘은 제가 봤던 NT Live들 중 몇 편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무대 위의 연기는 '휘발'된다는 것에 그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아름답고 새로운 해석으로 풀어낸 고전들을 오래 기록해서 함께 보는 것도 의미가 있으니까요. NT Live는 OTT 플랫폼이나 VOD로는 서비스되지 않고, 'big screen experience'를 지향하고 있어서 궁금하시더라도 당장 보실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국립극장에서 다시 들여오는 날에 놓치지 말고 꼭 보시라는 의미에서! (정정당당하게 저와 티켓팅 경쟁을 하셔야 하지만!) 소개를 해 볼게요! 🧚

한여름 밤의 꿈 A Midsummer Night's Dream

디 오디언스 The Audience

줄리어스 시저 Julius Caesar

코리올라누스 Coriolanus

시라노 드베르주라크 Cyrano de Bergerac

한 남자와 두 주인 One Man, Two Guvnors

인스타그램 @__ofcl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