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편지는 모두의 소중했던 기억을 나누는 곳이에요. 사연자에 대한 판단이나 평가보다 함께 읽어주는 마음으로 머물러주세요.
기록편지 1 : 알뭉이네 기억








알뭉이네에게는
폼 작성하실 때 써주셨던 메일로, 본 기록에는 포함되지 않은 그림을 따로 보내드렸어요.
기억을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기록편지의 발행이네요.
먼저 새로운 구독자분들 감사하고 반가워요ㅎㅎ 그림으로는 많이 뵀어도 이렇게 글로 뵙는 건 처음이라 조금 낯설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네요.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랄까요.
이 시작을 어떻게 화려하게(?) 유려하게(?) 문을 열까 신나는 고민이 많았답니다. 아주 멋지게 열어서! 훗날 이 날을 돌이켜봤을 때 아주 엄청난 희대의 시작의 날이 되기를..! 라는 바람이 들어가서 콧바람이 훅훅 나오고 있었어요.
시작. 시작...
우리의 시작은 뭐였을까요?
상상만 해도 웃음이 지어지는, 다채롭고 아름다우며 따뜻한 시작들이 그려집니다.
너가 날 쳐다보고 있다는 걸 알아챈 때
저 조그만 애가 몇 배는 큰 나를 피하지도 않고 가만 쳐다보는 것이 신기하다고 느낀 때
작고 촉촉한 눈동자 안에 널 보는 나의 눈이 비쳐 보인 때
그렇게 우리가 서로를 처음 마주한 때
조용히 토독 걸어와서, 허벅지 옆에 엉덩이를 붙인 때
돌돌 말아 몸을 누인 모습이 편해보인 때
색색 숨소리가 하찮고, 닿인 곳이 따뜻하고, 몸의 부풀고 작아짐이 허벅지로 고스란히 느껴진 때
여러 이름을 말해보자 딱 하나를 듣고 너가 고개를 갸웃한 때
다른 것과는 구별되고 특별한 우리 둘만의 관계가 처음 생긴 그 날
이 쪼끄만 머리가 얼마나 똑똑한지 아직 모르겠어서
갸웃했던 것 혹시 잊어버릴라,
크게 작게 느리게 빠르게 신나게 무섭게 그 단어를 계속 외친 그 날!
최근에 마음에 드는 필통을 발견했어요.
굉장히 특별한 상황인데요.
왜냐하면 꿍디는 필통도, 지갑도, 파우치도 없어요. 가방에 꾸역꾸역 넣거나, 비닐봉지에 넣어 다녀요. (친구들이 '기안84신지...' 하더라고요)
누가 사준다고 해도 고사해요. 예쁜 것 아니면 들이고 싶지 않고..!! 또 비닐은 더러워져도 부담이 없어요. 필통이나 지갑이 있다면 혹시 더러워질까봐 속상해서 막 못 쓸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런 속상할만한 일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이상으로 마음에 들 어떤 것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렇게 10년..)
최근에 마음에 들었던 그 필통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어요.
물건 하나도 이렇게 유심히 들이는데...
이름을 지어준다는 건 생각보다 더 엄청난 거 아닐까?
우리가 만난 순간보다,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가 진정한 시작이지 않을까?
(그 필통. 이름도 마음에 들어요. ‘적당히 괜찮은 필통’ 소품 가게 사장님께서도 필통의 이름을 지어주고, 그 필통을 더 특별하게 생각하게 되지 않으셨을까요?)
우리는 살면서 많은 이름을 겪네요.
그래서 이름의 무거움을 놓치고 가나봐요.
어쩌면,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너와 평생동안 함께 하겠다는 일종의 결심 같아요.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라고 해요.
너를 내 안에 들이겠다는 허락
너와 관계를 맺어보겠다는 결심
너를 나스럽게, 나를 너스럽게 닮아가보겠다는 주문
앞으로의 여정이 함께일 거라는 기대
끝까지 널 책임져보겠다는 다짐
캔의 이름을 부르지 않은지 26개월 정도가 되어가요. 좀 더 불러줄걸 이라는 습관적인 후회가 나오려 하지만, 사실 부를 만큼 불렀어요ㅎㅎ 캔이 귀찮아 할만큼 아주 아주 많이 불렀었어요. 캔에게 제일 많이 한 말이 이름 같아요.
그래서 후회가 없어요.
그치만 다시 돌아간다면 더 원 없이 부르려구요.
더 많이 아주 많이!
그 어떤 말보다, 이름으로 우린 많은 것을 말하니까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꽃’
작성하며 들은 노래
-도경수 괜찮아도 괜찮아
-리도어 영원은 그렇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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