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님은 58년 개띠입니다. 법적으로는 노인 분류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노인인 부모님은 요즘 빗썸에서 저보다 더 잘 트레이딩하시고, 토스에서 앱테크로 20만원 넘게 포인트를 쌓으셨습니다.
- 대학생 후배들을 멘토링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인상 깊었던 것은 1년 1년 시간에 대한 정답을 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학년별로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지, 몇살까지 대기업에서 받아줄지 이런 종류의 질문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 사회가 말하는 기준으론 노인은 65세, 청년은 34세까지입니다. 하지만 체감하는 사회적 노화는 그보다 훨씬 이릅니다. 서른즈음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20대부터 1년 1년 의미를 부여하며 “나이 먹는 것에 대한 불안”을 사회적으로 강화합니다. 13년생도 말합니다. “아… 나도 이제 늙었지.” 정년은 늦어졌지만, 열정의 유통기한은 빨라졌습니다.
- 재밌는 것은 시니어 커뮤니티에선 60대가 청년이고 70대가 중년입니다. 이 구도로 보자면 30대는 그냥 유아일겁니다.
- 하지만 30대는 어디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애늙은이입니다. 젊지도 않고, 늙지도 않은. 그렇다고 아직 어리진 더더욱 않은. 회사에선 “젊은 사람이 뭘 그렇게 힘들어해?”라는 소리를 듣고 사회에선 “그 나이면 이쯤 해야한다는 퀘스트”가 있습니다.
- 30대는 첫 은퇴를 고민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연애를 포기하고, 출산을 포기하고, 회사에서의 성장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 그 와중에 60대는 텃밭을 가꾸고, 여행을 다니고, 일자리를 찾습니다. 실제로 60대는 가장 1인 가구가 많고, 자산도 늘고 있으며, 이젠 자녀에게 상속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 그래서 어쩌면 신체적 노화보다 먼저 찾아오는 건 의욕의 은퇴일지도 모릅니다. 이 나이쯤 되면 대충 다 해본 것 같고, 이제 새로운 걸 시작하기엔 좀 늦은 것 같고, 그렇다고 이대로 쭉 살기엔 숨이 막히고.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나이가 만들어집니다.
- 그래서 우리는 이제 늙음도 선취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늙기도 전에 늙었다고 느끼고, 시작도 전에 끝이라고 단정짓고, 살아보기도 전에 접습니다.
- AI 시대는 신체적 수명을 늘려주겠지만, 불안은 사회적 수명을 줄이고 있습니다.
- 누군가는 59세에 이력서를 내고, 60세에 드론을 배우고, 70세에 다시 일을 시작합니다. 늙음이란 게 타이틀이 아니라면, 살아내는 방식이 곧 나이일지도 모릅니다.
- 한국은 끝났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는 나라라고 합니다. 솔직히 지금와서 출생율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늘 것 같지도 않습니다. 외국인이나 로봇이 해결하는 일인진 잘 모르겠습니다.
- 그러나 이런 사회에서 “몇 살인데 벌써 그걸 하냐” “그 나이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 “이제 그런 건 그만둬야지”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며 서로를 늙게 만드는 것만큼은 안할 수 있습니다.
- 어쩌면 정말로 바꿔야 하는 건 사람의 나이가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성일지도 모릅니다.
오우너의 주절주절
오늘은 평소와 다른, 제가 구독자님께 나누고 싶은 오랜 생각을 써봤습니다. 다른 채널에서 먼저 짧게 써보고, 반응이 좋았던 글을 아싸이트에 아카이빙하기 위한 일환입니다.
아싸이트 구독자님들은 아시겠지만, 그동안 제가 썼던 글들은 정보의 밀도도 볼륨도 상당히 높은 글들이었죠. 저도 쓰기 힘들고, 구독자님도 보기 힘들고, 회사를 다니는 제가 지속 가능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짧게 써야지 핵심만 써야지 했는데 쓰다보면 길어지는 컨텐츠에 대한 고민이 좀 있었는데요. 그래서 조금 더 부담을 내려놓고 짧게 쓰는 실험을 했습니다. 오픈AI도 실험을 많이 한다잖아요. 51%만 되면 간다잖아요.
원래 이렇게 아싸이트를 쓰고 발행을 한 후, 다른 채널(링크드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EO)에 핵심적인 메시지를 쪼개서 유입하는 방법을 썼었는데요.
이번에는 역으로 해봤습니다. 링크드인에서 써보고, 반응이 좋은 컨텐츠를 아싸이트에 담아두는거죠. 소셜은 휘발되니까요. 운이 좋게도, 지난주에 실험적으로 써본 컨텐츠 두 건이 모두 기대를 아득히 뛰어넘는 결과를 내주었습니다.
위에 쓴 글은 조횟수 25800에 좋아요 283이 나왔고요, 첫 글이 생각보다 너무 잘나와서 약간 부담스럽지만 알빠노 하고 쓴 다음 글은 3일만에 조횟수 50200에 좋아요 753가 나오고 있네요. 1주일 사이에 링크드인 37000명의 사람들이 82000 조횟수를 찍어주었고, 하루에 팔로워가 100~200씩 올랐습니다.
크고 작은 컨텐츠를 삽질해온 세월이 벌써 10년은 된 것 같은데, 이렇게 기획부터 결과까지 빠르게 나온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퇴근 시간을 집중해서 핸드폰으로 두어시간을 들여 쓴 글이니, ROI는 훌륭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냥 그 짧은 글을 복붙하기에는 성의가 없는 것 같아서 주절주절 쓰다가 본문보다 자랑같은 사족이 길어져 버렸네요. 짧은 실험에 대해 따로 글을 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막 시작이니, 구독자님과도 전했으면 하는 이야기는 종종 이렇게 짧은 뉴스레터로도 만나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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