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1호 [시작]

2023년의 첫 연필을 깎았습니다.

2023.01.18 | 조회 4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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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다섯 명의 삶을 연필로 적어 보냅니다.

붓으로 맺어진 인연, 연필(緣筆)입니다. 

 저희는 글과 그림으로 서로의 일상과 생각을 공유해왔습니다. 마음이 맞는 여성끼리 모임을 하다보니 불필요한 부연 설명은 줄고 자기검열도 하나둘 내려놓게 되더라구요.
 이 소소하지만 놀라운 경험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연필은 여러분께 편지를 보내려 합니다. 

 

 연필은 공고한 여성 카르텔이 되는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합니다. 여성 카르텔이라니 너무 거창하다고요? 작은 정보라도 서로 나누고, 위로와 용기를 또 공감을 통해 연대하는 것도 카르텔의 시작 아닐까요?  또 제 글을 읽고 나서 ‘내가 쟤보단 잘 쓰겠다’ 하고 어떤 구독자님이 보석 같은 글을 세상에 내놓을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당연히 서로 다른 삶의 형태와 가치관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길 거예요. 하지만 연필은 XX 유전자가 써 내려온 지혜와 사랑의 힘을 알고 있습니다.
더디게 헤맬지 몰라도, 살이 깎이고 흑심은 닳은 자리 뒤엔 우리만의 페이지가 가득 채워져 있을 거예요.

같은 주제로 다섯 명의 멤버가 각기 다른 글과 그림을 보내드릴 거예요. 저희의 이야기에 공감해주시고 질문을 던져주세요.

그렇게 이어진 우리의 인연이 서로를 밀어주고 지탱해 주길, 대한민국 모든 여성이 조금 더 편히 살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편지함을 두드리겠습니다.

by. 기차 연필깎이

 

연필은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오후 6시에 발행됩니다.


 

해야지 타령 💭

 

해야지.. 해야지...
해야지.. 해야지...

시작은 왜 이리 멀게만 느껴질까요.

사실 생각에서 실천으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단계인데, 주변을 이리저리 맴돌다 겨우 한 발짝을 떼곤 합니다. (맞아요. 저는 게으른 사람이에요…)

하지만 사람이 눈으로 관찰할 수 없게 서서히 자라는 식물처럼, 제 생각이 쌓여가는 것 자체가 시작에 다가가고 있는 과정 중에 하나이겠죠? 부디 이렇게 쌓인 생각이 시작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길 바라봅니다.

이렇게 머나먼 저의 시작 길에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해 준 ‘연필’ 멤버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짧지만 공감 가는 그림 혹은 툰으로 찾아뵙겠습니다!

by. 마커


 

열 네번째, 동글쌤 파트너를 구합니다! 👭

 

“왜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대학교 최종면접을 보던 날, 지금 생각하면 필수인 이 질문에 놀랐던 기억이 나요. 그 때는 그저 유아교육과를 고른 거지, 유치원 선생님이라는 직업의 포부는 없었던 것 같네요. 근데 신기하게도 이런 말이 나왔어요. 모르고 있던 꿈을 시작할 듯이.

“전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어요.그런데 저는 그 때 만들어진 것 같아요.그 때 듣는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기억나지 않는 이런저런 경험들이 사람을 이루어가요.

 그래서 저는 좋은 유치원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함께한다는 게 두근거리고 사명감이 생기니까요.”  

그리고 합격했어요! 이 말을 한지도 너무 오래됐네요. 빨리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어린이집으로 지원해 선생님이 되었고, 이 곳에서 매일 우당탕탕 거리고 있어요. 아 맞다,어린이집은 유치원과 좀 달라요! 5~7세만 다니는 유치원보다 더 어린 어린이들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멋지죠. 어린이들과 함께한 지 어느덧 13년째. 현재의 임무는6~7살로 이뤄진 하늘반의 울타리를 지키는 것이랍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연필어린이집 하늘반 쌤, 동글이에요!”

하늘반과는 만난지 10개월이 되었고, 돌아오는 또 다른 3월이 되면 하늘반과 이어갈 수도 있고 다른 반 어린이들을 만나게 될 수도 있어요. 2월에 반 발표가 날 예정이라 원장님말고는 우리의 운명을 아직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부쩍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요. 1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난, 처음 그 면접 때 떠올렸던 선생님이 되어 가는 중일까? 멋몰랐던 옛날은 그렇다쳐도 지금의 하늘반에게는? 앞으로 만날 어린이들과는 어떤 시간들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 연필 이모들이 필요해서요!

 만나게 될 아이들과의 스토리를 공유하고 싶어요. 일단 저만 알기엔 좀 아깝거든요. 너무 웃기고 황당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아이디어와, 회노애락이 하루에도 파노라마로 수없이 펼쳐지는 감정의 쓰나미들이 매일 넘쳐나요! 이 비타민들을 여기서 연필로, 최대한 영화처럼 보여줄게요.

“저와 함께 아이들의 쌤이 되어 주시겠어요?”

by. 동글연필


 

제목 없는 1월📆 

 

 첫 등교,  출근,  퇴사,  해외여행,  데이트,  경험  지금까지  삶에 있어 모든 경험과 행위의 시작에는 설렘이 함께했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동경은 내 마음을 풍선처럼 부풀게 했다. 때론 그 막연함은 긴장감을 수반하기도 해서 머릿속에서 그린 상황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예기치 못함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시작의 매력이자 미덕이 아닐까 하며. 

 수많은 출발점 앞에서 항상 기대감이 앞섰던 내게 유일한 흥미 없는 시작점은 매해 1월 1일이었다. 매일 그 자리에서 묵묵히 뜨고 졌던 태양의 소임이 무색하게 1월 1일의 일출을 보면 모든 소원이 이뤄지는 것처럼 호들갑 떠는 사람들에게 괜히 심통이 났다. 그저 똑같은 잠인데 12월 31일에 잠이 들고 나면 달력을 바꿔야 하고 일어나자마자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무의미해 보이기도 했다.

2023년의 첫 페이지가 열렸다. 신기하게도 2023년 1월 1일은 매해 느꼈던 회의주의자 같은 심통보다는 묵직한 설렘이 찾아왔다. 빼도 박도 못하는 삼십 대 중반의 문턱에 서있는 지금, 앞으로의 내가 기대되기 시작했다. 음, 좀 더 프로페셔널하고 인정받는 사회인이자 여성이 될 것 같다는 운명적인 - 과장하자면 - 확신에 찬 설렘이 다가왔다. 내가 되고 싶은 ‘나’로 도약하기 위해 세운 몇 가지 목표 중 하나가 꾸준한 글쓰기다. 재치 있거나 사람의 감정을 사로잡는 글솜씨는 아니지만 그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담하고 심심하게 기록하는 건 자신 있다. 이런 글을 좋아하는 독자도 분명히 있을 거니까 :) 

 소란스럽게 1월 1일을 보낸 많은 이들 중에서도 이후 별일 없는 하루 속에서 따분함을 느끼는 경우가 분명 있을 것이다. 간절하게 소원을 빌었던 태양이 매일 아침 똑같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는데, 그것을 망각한 채 말이다. 앞으로 매월 돌아오는 셋째 주 수요일, 나의 글과 나의 소중한 글-벗들의 이야기로 그날 하루쯤은 기대감과 설렘으로 시작하기를 바라며 첫 글을 마친다. 

by. 연필심 


 

기가 막히는 운동을 알려드릴게요 ⚽️

 

 이 글에선 축구라는 다소 생소하지만 익숙한 운동을 소개할까 한다. 남성에게는 매우 친근하고 모두 '다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여성에겐 낯설고 어려운 바로 그 운동 축구. 다 같이 쓰는 운동장은 하나인데 남자애들이 축구로 운동장을 점령하는 바람에 구석 귀퉁이에서 원치않는 피구나 줄넘기 정도만 해야했던 학창시절의 나. 하지만 이제 내가 축구를 시작하며 그 운동장을 점령하게 됐다. 그라운드 위 아래를 뛰어다니며 축구를 통해 경험한 것들과 깨어진 알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들려주고 싶다. 이건 그 시작 중 하나이다.

전설의 2002년 월드컵 때 다행히도 난 살아있는 존재였지만, 사실 큰 추억이 있지는 않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아버지’가 축구를 좋아해 축구를 보게 되거나, 시작하게 되어 월드컵 때도 모두들 아버지 손잡고 축구를 봤다고들 했지만 우리 아빠는 달랐다. 그는 축구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집 브라운관은 축구가 등장한 적이 없었으며, 반가운 손님인 월드컵 조차도 2002년도, 2006년도, 2010년도, 2014년도 마다 내 인생을 잠식하진 않았다. 월드컵은 그저 ‘와, 벌써 4년이 지났다고? 세월 참 빠르네’ 식의 시간 체크 용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2018년 러시아 월드컵 - 전설의 2:0 경기를 보게 됐다. 끝까지 싸우는 모습. 손흥민의 눈물. 피파 1위를 무너뜨리는 저력. 그런 열정에 감동하여 드디어 축구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사실 머쓱하지만 축구에 눈을 떴다고 해봤자 월드컵, 올림픽, 아시안게임 시기에 스쳐 지나가는 국뽕으로 대한민국을 응원하는게 전부인 나였다. 외우는 축구선수라고 해봤자 손흥민, 기성용, 박지성이 전부이고 심지어 룰도 헷갈리는데 어쩌다 내가 축구를 하게 된걸까. 

그건 정말이지 그냥 갑자기였다. 어느 날, 공을 굴리며 뛰는.. 그러니까.. 유산소와 몸싸움이 결합된 게다가 전략까지 짜야하니 두뇌회전까지 겸비한 운동의 시작은 아주 갑자기 였지만 그 기저엔 책 한 권이 있었다. 김혼비 작가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바로 그 책 한 권이었다. 김혼비의 ‘축구는 사람을 미치게 한다는’ 표현이 나를 매료 시켰기 때문이다. 남성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축구가 어떻게 이렇게 저 여자를 미치게 만든걸까. 책 속의 여자들은 말싸움은 기본이고 피튀기는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으며 축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비친다. ‘축구.. 그거 정말 재밌는 운동같은데, 왜 나는 여태 못했을까?’ 하는 의아함은 ‘그러게? 왜 여자애들은 늘 피구만 했지?’라는 분개로 연결되고 ‘그럼 지금이라도 해보지 뭐!’라는 결심으로 발전되는 시간은 십분도 걸리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학창시절부터 고유로 새겨진 남자아이들만의 운동장을 여자인 내가 이제라도 뛰어봐야겠단 생각도 함께 말이다. 그래서 덜컥 풋살 클럽에 가입했고, 환영식처럼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눈물인지 비인지 모를 물과 함께 공과의 첫 만남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아주 갑자기 이 모든 게 이루어졌다.

 공을 차러 다니는 내 모습은 꽤 맵시가 난다. 나이키 더플팩을 쫙 매고, 양말을 쫙 올려신고 머리를 동강 묶으며 그라운드를 마구 뛰어다닌다. 스스로 생각하는 내 모습은 손흥민 혹은 음바페 즈음의 선상에 있다. 쏘니에 빙의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내 모습은 정말로 멋지다고 생각한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격한 운동이라 부상의 걱정도 있지만 '나 때문에 팀이 질까'의 걱정이 더 크니 자잘한 걱정은 아무렴 괜찮다. 남자애들은 이 재밌는 운동을 지들끼리만 계속 하며 살아왔단 말인가. 게다가 팀으로 결속되는 여자의 연대는 얼마나 위대하고 감동적인가. 부딪힘과 까임의 반복 속에서 두 시간을 보내고 나면 조금 더 멋져진 나를 발견한다. 호흡이 늘었고, 허벅지 근육이 두꺼워졌으며 두 시간 정도 뛰는건 이제 아무렇지 않아진 더 근사해진 나. 모든건 갑자기 시작됐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갑작스럽지 않다. 이제 여러분들도 같이 시작 할 시간이다.  

by. 크레파스 


2월 주제 :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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