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구독자님. 오늘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52.93%의 득표를 기록하며 김기현이 결선 투표 없이 바로 당대표가 되었고, 최고위원에는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장예찬이 당선되어 국민의힘 지도부가 새로이 구성되었습니다.

전당대회 결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이번 전당대회에는 크게 세 개의 축이 있었습니다. '윤심'을 뒷배로 둔 김기현과 '윤심'에게 외면당해 회색지대가 되버린 안철수, '이준석계'의 천하람입니다. 다르게 표현한다면 레드팀과 회색지대, 블루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레드팀의 김기현 후보와 당선된 최고위원 5명은 모두 완벽한 승리를 따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당선된 사람들 모두 윤석열-이준석 갈등에서 윤석열 후보의 편에 서서 이준석 대표를 공격했다는 전적이 있습니다. 왜인지 우연같지는 않군요. 집권 1년차의 국정 동력을 이용해 당헌을 개정하고, 경쟁자들을 가차없이 제거하는 전략이 유효했기에 이번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분석할 수 있겠습니다. 또 이들은 기존의(2021년 이전 국민의힘) 당원들에게 꽤 인지도가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고요.
회색지대의 안철수 후보와 그 진영은 이번 전당대회의 최대 피해자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마지막에 합류하여 인수위원장까지 역임하였지만, 결국 '윤심'을 얻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대세에 맞설 용기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무릎을 꿇기에는 자존심이 상해서였을까요? 어찌 되었든 안철수는 결국 이번에도, 국민의힘에서도 회색지대를 대표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몇 개월 후에는 국민의힘 소속이 아닐수도 있겠죠.

블루팀의 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은 비록 당선에 실패했지만 가장 큰 수혜를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존에 이준석만이 있었던 '보수의 리버럴' 진영에서 두각을 나타내었기 때문입니다. 혹여 다음 총선에서 패배하여 레드팀이 분열된다면,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할 집단이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이 네명의 후보들은 매우 적은 인지도로는 꽤 성공적인 성적표를 들고 왔습니다. 현재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정되어 있지만, 죽지 않고 해쳐나간다면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다만 블루팀의 좌장이었던 이준석에게는 이번 결과가 치명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준석이 당대표에서 축출된 이후 주도적으로 참여한 선거에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15%의 득표를 기록했다는 점 때문인데요. 그동안 이준석이 쌓아온 이미지가 국민의힘 안에서는 '아직은'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과, 이준석의 호언장담과는 다르게 꽤 상당한 격차로 패배했다는 점에서 이준석의 능력에 의문부호가 붙기 시작했다는 것이 아프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쏟아낸 공격적이거나 비꼬는 언행들이 선거를 진행하는데 있어 도움이 되었는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 생각합니다.
새로이 구성된 국민의힘 지도부 앞 파도들
이제 남은 전쟁은 재보궐과 22대 총선입니다. 전당대회라는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입니다. 전투에서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이길 수 있지만, 전쟁에서는 모든 것이 평균 이상을 해야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이라는 현재 최고의 장수로 이겼지만 2년 후에도 그가 최고의 장수일지는 미지수입니다. 민심이 반영되지 않은 당심 100%의 짠물 선거였다는 점도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따라서 레드팀의 가장 큰 과제는 '윤석열 없이도 잘 살아' 를 증명하는 것이겠군요.
또한 이번 전당대회의 시작이자 끝은 '윤심'이었습니다. 대통령과 당이 하나처럼 끈끈하게 이어져 총선을 압도적으로 승리하겠다는 것이 김기현과 최고위원 5인들의 셀링 포인트였는데요. 이로 인해 당의 패배는 곧 대통령의 패배가 되고, 대통령의 실패는 당의 실패가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즉 재보궐이나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하는 순간, 그 패배는 대통령의 패배가 되어 버립니다. 물론 앞으로 남은 전장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통령은 최고의 시너지로 국정을 다룰 수 있겠지만, 어쩐지 이준석이 이끌던 국민의힘과는 느낌이 다르군요.
글을 마치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블루팀이라 표현한 '보수의 리버럴' 진영의 뉴페이스들이 화려한 데뷔를 마쳤다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블루팀은 '이준석 없어도 잘 살아'의 첫 걸음을 딛는 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각 후보들만의 독자적인 이미지 구축입니다.이준석의 인지도가 정치생명을 이어주지는 않으니까요.
이준석 전 대표에게는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큽니다. 분명히 이준석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였던 (안철수 후보에 대한)천하람 후보의 차별화는 더욱 외교적인 수사와 부드러운 톤으로도 가능했었습니다. 공격적인 언행이 전략적으로 유효했는지 톺아본다면, 저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개선할 지점이 있습니다.
김기현의 레드팀. 아니, 윤석열의 레드팀은 무운을 빕니다. 어찌되었든 윤석열의 레드팀은 승리 말고는 대안이 없습니다. 승리하지 못하면 레드팀의 분열은 필연적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레드팀 구성원들의 절대 다수가 박근혜가 정치적 위기에 놓이자마자 칼을 꼽아버린 사람들입니다. 권성동과 김기현, 장제원이 박근혜 탄핵 당시에 어떤 역할과 인터뷰를 했는지도 생각해 보면 좋겠군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나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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