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68] 🍄 여름의 끝자락에 듣는 환상곡

안녕하세요, 로이🍄입니다. 평안한 날 보내고 계신가요? 지난번에서도 물난리로 안부를 여쭈었는데, 제 차례에서 또다시 수마(水魔)로 인한 안부를 여쭈었습니다. 피해가 큰 남부 지역에서 물난리를 겪으신 구독자 분이 계시다면 모쪼록 일상이 조속히 회복되시길 기원드립니다. 

그리고 미약하나마 저희가 추천 드리는 노래들이 구독자님을 포함한 모든 구독자님께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사실 저희가 부르는 것도 아니고 만든 노래도 아니지만, 가능하다면 PRIIISM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시거나, 추억을 불어일으키는 노래를 오랜만에 들으시고 마음을 나누게 되길 바라봅니다. 댓글로 나눌 수 있다면 더욱 좋고요.

이번 주에는 제프 린(Jeff Lynne)의 음악들로 구성해보았습니다. 그는 전설적인 밴드 Electric Light Orchestra(이하 ELO)의 프론트맨인데요. ELO라는 밴드는 익숙치 않으셔도 많은 분들께서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에 수록된 <Mr. Blue Sky>↗라는 노래는 아실 것 같습니다. 바로 그 노래를 만들고 부른 밴드랍니다. 

저는 제프린과 ELO의 노래들을 '환상곡'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요. ELO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해온 제프 린의 노래를 들으시면서 추석 연휴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특별히 추모를 보낼 한 분의 이야기도 들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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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Move - Message from the Country

1947년 출생으로 이제는 70대 중반이 된 제프 린은 Electric Light Orchestra의 프론트맨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의 ELO 활동의 기원은 The Move라는 밴드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1970년 제프 린은 그의 친구인 로이 우드(Roy Wood)가 이끌던 The Move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당시 60년대 록큰롤의 주된 흐름이 그러했듯 The Move 역시 록 사운드에 클래식 음악을 더해 사이키델릭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었다. 

사실 로이 우드가 제프 린을 영입한 것은 과거 또다른 밴드 The Idle Race에서 함께 활동하던 제프 린을 The Move로 데려옴으로써 The Move를 그가 추구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는 밴드로 탈바꿈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당시 이러한 결정을 반대하던 보컬 칼 웨인(Carl Wayne)은 2집 [Shazam]을 끝으로 탈퇴를 하였고, The Move는 기타와 보컬을 담당하는 로이 우드, 새로 영입된 키보드와 보컬 담당의 제프 린을 중심으로 보다 상업적이고, 보다 대중적으로 변화해갔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제프 린이 합류한 이후 두번째이자 The Move의 4번째, 그리고 마지막 앨범인 [Message from the Country]가 1971년 발매되었다. 이미 이 당시에도 로이 우드와 제프 린은 새로운 밴드 프로젝트의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였으니, 사실 상 이 앨범은 The Move라는 밴드의 유작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마지막 불꽃인 이 앨범의 첫번째 트랙인 <Message from the Country>는 마치 군대의 행진곡 같으면서도, 성스로운 찬송가 같기도 하고, 동시에 주문을 외우는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명곡이다. 또한, 후에 제프 린의 주도 아래 펼쳐질 새로운 밴드의 티저처럼 느껴진다. '자 잘 들어봐. 이제 새로운 밴드는 이런 음악을 할거야'라면서. 그리고 마침내 이 앨범을 씨앗으로 Electric Light Orchestra가 탄생했다. 

🍄 Electric Light Orchestra - Telephone Line

하지만, 야심차게 준비한 로이 우드와 제프 린의 동행은 불과 만 2년을 채우지 못했다. 1971년 ELO의 역사적인 앨범 발매 이후 이듬해 두 사람은 ‘음악적 견해 차이'↗를 이유로 결별했다. 겨우 하나의 앨범만을 남기고 결별이라니, The Move의 씨앗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제프 린은 계속해서 ELO를 이끌어갔고 기존 The Move의 드러머였던 벤 비반(Ben Bevan) 등과 함께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로도 ELO는 조금씩의 멤버 교체를 겪었지만 여전히 제프 린이 주역으로 활동하며, <Mr. Blue Sky>, <Twilight>, <Hold on Tight> 등의 대표곡들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오늘 소개하고 싶은 노래는 1976년 [A New World Record] 앨범에 수록된 <Telephone Line>이다. ELO의 노래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곡 중 하나인 이 곡은 수화기 너머 속 이미 떠나 보낸 상대를 향해 절절한 메시지를 전하는 발라드 곡이다. 특히 도입부에서 요즘은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 전화 다이얼음을 사용해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이것이 이 곡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물론 표면적인 가사는 잃어버린 연인을 향한 미련을 담고 있지만, 꽤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연인이 아닌, 여러가지 상황으로 인해 떠나보낸 누군가를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노래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듯 하다. 이를테면 가장 로맨틱한 상실의 노래라고나 할까. 상실의 계절, 가을 밤에 듣기 더할나위 없이 좋은 노래다.

🍄 Olivia Newton-John - Xanadu

제프 린은 ELO 활동 중에도 프로듀서로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많은 뮤지션들과 협업했던 하드 워커였다. 가장 먼저는 비틀즈와의 인연인데, 이미 제프 린 본인이 비틀즈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고 존 레논(John Lennon)도 ELO를 ‘sons of the Beatles’라고 부르기도 할 만큼 관계가 깊었다. 이후 제프 린은 1988년 비틀즈의 멤버인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과 함께 Traveling Wilbury라는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하기도 했으며, 무려 밥 딜런(Bob Dylan)도 이 밴드에 함께했다. 

그 외에도 비틀즈의 또다른 아이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블루 아이드 소울의 대명사 조 코커(Joe Cocker) 등 메가급 아티스트의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의 가장 큰 협업 결과물은 1980년 탄생한 뮤지컬 영화 [Xanadu]의 타이틀곡 <Xanadu>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자체는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악평을 받으며 폭망했지만, 제프 린이 프로듀싱한 사운드트랙은 상당히 반응도 좋았고 성공했다. 특히, 당대 최고의 배우이자 뮤지컬 <그리스>의 샌디 역으로 인기가 높았던 올리비아 뉴튼-존(Dame Olivia Newton-John)이 영화의 주연과 더불어 부른 타이틀 곡 <Xanadu>이 인기를 얻었다.

Xanadu는 중국 원나라 시절의 수도였던 상도(上都, Shangdu)의 18세기 영미권 표현이다. 당시 유럽인들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과 쿠빌라이 칸의 전설로 원나라를 신비의 나라로 인식했는데, 특히 원나라의 수인 상도를 동양적 이상향, 유토피아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에 제프 린 특집을 생각한 이유 역시 오랜만에 다시 들은 <Xanadu> 때문인데, 올리비아 뉴튼-존의 청량한 목소리가 ELO 만의 디스코팝 감성과 너무나 아름답게 어우러져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이 노래를 한창 듣던 지난 8월 8일, 올리비아 뉴튼-존이 73세의 일기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인은 오래동안 고생하던 유방암이었는데,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그녀의 목장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한 가운데 평화롭게(peacefully)↗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제프 린으로 시작해 올리비아의 추모로 이번 레터를 마무리한다. 'The Essence of Summer'라고 불렸던 올리비아, 여름의 끝과 함께 우리 곁을 떠났다. 부디 Xanadu보다 더 아름다운 곳에서 영원한 평안을 누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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