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 🥦 휴가 때 뭐 들을지 고민하지 말아요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장마가 이어지더니 이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나 봅니다. 맨살로 맞기엔 햇볕이 너무 뜨겁네요. 역병이 다시금 활개를 치는 바람에 마스크 해방마저 요원해져 버렸고요. 아무래도 꼼짝없이 폭염과 마주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맛있는 음식 먹고, 운동도 하고, 휴식도 취하면서 우리 이 계절을 슬기롭게 보내보아요.

저는 지난주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갑자기 잡힌 일정이라 거창한 계획을 세울 수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고, 짧게나마 여행도 다녀왔답니다. 한적한 카페에서 비 내리는 바다를 멍하니 봤습니다. 가져간 책 한 권을 읽었고요. 예전에 자주 찾던 LP바와 식당을 오랜만에 찾았습니다. 장맛비를 피해 운동도 했는데요. 겨우 며칠 전 이야기가 벌써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이번 PRIIISM에서는 제가 휴가 내내 들었고 남은 여름도 함께할, 여름에 어울리는 음악을 나누려고 합니다. 왜 계절마다 어울리는 음악이 있잖아요. 그중 가장 다양한 느낌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이 여름이 아닌가 싶어요. 바닷가에서 듣기 좋은 곡부터, '이열치열' 땀 흘리며 즐기기 좋은 곡, 라운지 바 또는 클럽 같은 곳에서 나올 법한 곡, 청량음료 같이 상큼한 곡 등등 말이죠. 이번에도 세 곡을 추리는 일이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구독자 님의 여름 노래는 무엇인가요?

참, PRIIISM이 얼마 전 구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여쭤봤죠. 첫 인사를 드리고 세 발행자가 두 번씩 뉴스레터를 냈고 어느덧 200분 넘게 구독해주시는 만큼, 이쯤에서 여러분 의견을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격려부터 이벤트 아이디어나 그간 소개해드린 곡 중에서 가장 좋았던 곡, 조금 더 신경 써줬으면 하는 점 등 다양한 응답을 해주셨는데요. 주신 말씀들을 참고해서 더욱 재미난 PRIIISM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하고픈 말씀은 언제든 댓글이나 메일로 거침 없이 건네주시면 찬찬히 살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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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ean Colour Scene - Up on the Downside

휴가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언제일까. 평소 같으면 출근했어야 할 시각에 눈을 떴다 다시 침대와 한몸이 될 때, 내일 출근 걱정 없이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일 때, 여행 장소에 방문했을 때 등등도 좋지만, 나는 '휴가 전 날 퇴근할 때'를 꼽겠다. 휴가가 시작되는 순간 말이다! 조용히 자리를 정리하고, 동료들에게 인사하고, 사무실을 나설 때까지는 얌전하게 행동하지만 보는 눈이 없어지는 순간, 골 넣은 축구선수마냥 공중에 껑충 뛰어 올라 어퍼컷을 날리고 싶다.

<Up on the Downside>는 바로 그런 생동감이 느껴지는 곡이다. 기타 리프에 이어 나오는 드럼 연주와 함께 나는 청춘 드라마 주인공이 된다. 휴가를 보내는 방식에 여러가지가 있을 텐데 이 곡에 그득 담긴 청량함은 아무래도 활동적인 상황에 어울린다. 휴가가 시작되는 순간에 더해 어딘가로 훌쩍 떠날 때 또는 운동으로 땀을 흠뻑 흘리는 장면의 배경 음악으로 손색없을 것이다.

영어에 밝고 눈썰미 있는 분께선 'Color'가 아닌 'Colour'라는 철자에서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밴드 오션 컬러 씬(Ocean Colour Scene)은 영국 밴드다. 1990년대 후반 전성기를 보내며 브릿팝(Brit Pop)의 흥망성쇠를 함께했으며, 오아시스(Oasis)의 기념비적 공연인 1996년 넵워스(Knebworth) 무대에 서포트 밴드로 나서기도 했다. 브릿팝에 관해서라면 할 말이 많다. PRIIISM 한 호에 담는 세 곡 중 겨우 한 곡으로는 부족하다. 언젠가 세 곡 모두 브릿팝으로 엄선해서 돌아오겠다.

🥦 The Beach Boys - Kokomo

여름 노래에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를 빼놓을 수 없다. <Surfin' U.S.A.>야 다들 아실 테고, <I Get Around>와 <Wouldn't It be Nice>도 좋은 후보였으나 결국 <Kokomo>를 골랐다. 여름 휴가, 휴양지에 이보다 어울리는 곡이 얼마나 있을까. 아마 <Kokomo>도 많은 분들 귀에 익숙할 것 같다. 비치 보이스 특유의 아름다운 화음에 더해 통통 거리는 퍼커션, 2절 이후 뿜어져 나오는 색소폰 솔로 등에서 해변 느낌이 물씬 풍긴다. 에메랄드 빛 바다, 야쟈수, 해먹이 눈 앞에 절로 그려진다.

<Kokomo>는 1990년에 개봉한 영화 <칵테일>의 주제가로 만들어졌다. 톰 크루즈(Tom Cruise)가 잘 나가는 바텐더로 분했는데, 그가 뉴욕에서 자메이카로 이동할 때 이 곡이 흐른다는 점을 알면 가사가 첫 소절부터 조금 더 잘 들릴 것이다. "Aruba, Jamaica, ooh I wanna take ya / Bermuda, Bahama, come on pretty mama"  위 영상에서도 영화 <칵테일> 속 앳된 톰 크루즈가 등장하니 귀와 함께 눈도 정화해보자.

이제 비치 보이스를 이야기 할 차례다. 감히 추측하건대 비치 보이스는 그들의 밴드 명에 애증을 갖지 않을까. 그들이 서프 록(Surf Rock)의 대명사가 된 데에는 '해변(Beach)'이란 이름이 주효했을 것이다. 비치 보이스의 제철은 분명 여름이다. 그러나 동시에, '해변(Beach)'이란 이름은 그들의 업적을 가려버린 것 같다. 비치 보이스는 그저 여름만 겨냥한 서프 록 밴드가 아니다. 사이키델릭 록, 프로그레시브 록, 바로크 팝 등 수많은 장르에 큰 영향을 미친 선구자이다.

1960년대 중반 비치 보이스는 비틀스(The Beatles)와 음악적 라이벌 관계―특히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과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를 형성했다. 1965년 비틀스의 [Rubber Soul] 앨범을 시작으로 비치 보이스의 [Pet Sounds], 다시 비틀스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차례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 두 밴드는 복잡한 코드와 하모니, 다양한 악기 등을 실험하며 대중음악 발전을 견인했다. 팝 음악에 관심을 갖고 있고 비틀스는 좀 아는데 비치 보이스는 잘 몰랐다면, 이제 비치 보이스를 들어볼 때다.

🥦 Dabeull - You & I

<You & I>는 지난해 알게 된 곡이다. 지난 여름 내내 들었고 올해도 계속 듣고 있는데 질리기는커녕 여전히 귀에 착착 감긴다. 신디사이저로 찍어낸 비트와 베이스 라인부터 보컬, 멜로디 등 모든 것이 시원한 그야말로 여름 노래다. 무엇보다 보컬로 참여한 홀리브룬(Holybrune)의 음색이 정말 '쿨'하다. 코러스 뒤에 이어지는 멜로디는 단번에 귀를 사로잡기 충분하다.

왜인지 <You & I>를 들으면 휴가 중에 찾은 낯선 장소가 연상된다. 사람 밀도도 음악 크기도 과하지 않은 라운지 바 또는 클럽 같은 곳. 후텁지근한 거리를 헤치고 오느라 이마에 땀이 맺혔고 목은 끈적거린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시원한 공기가 온몸을 확 감싼다. 언제 피부가 끈적였냐는 듯 땀방울이 금세 날아간다. 네온사인 조명과 음악에 맞춰 몸을 살랑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탱커레이 No.10으로 주문한 진토닉을 한 모금 들이켜고, 리듬에 몸을 태워본다.

이 곡을 만든 다블(Dabeull)은 프랑스 출신 일렉트로닉 음악 프로듀서이다. <You & I>가 수록된 EP [Intimate Fonk]는 레트로 한 프렌치 하우스, 디스코, 펑크(Funk)를 요즘 감성에 맞게 풀어냈다. 다블은 프랑스 Roche Musique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는데, 프렌치 하우스, 디스코 팬들에게 이미 은근하게 알려진 FKJ, Kartell, Darius도 여기 속해 있다. 팝이나 록도 물론 좋지만 일렉트로닉이야말로 여름에 제격이라고 생각한다면 다블에 더해 FKJ 등도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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