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72] 🥦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는 마음에 관하여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유난히 길게 느껴졌던 올 여름이 어느덧 슬슬 저무는 것 같습니다. 햇볕은 여전히 뜨겁지만 바람이 한결 산뜻해졌죠. 밤 공기는 제법 서늘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에 이놈의 더위가 빨리 가기만을 바랐는데 막상 간다니까 왜인지 조금 서운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올 여름은 어땠나 되돌아 봅니다.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했고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었네요. 좋아하는 곳을 아주 오랜만에, 그것도 좋아하는 사람들과 찾기도 했습니다. 여름 휴가 때는 감지덕지한 공연을 흠뻑 즐기기도 했고요. 시간을 내어 부지런히 달리는 한편, 누가 깨워주길 바라며 는적거리기도 했습니다.

자, 이제 가을을 맞을 때입니다. 입추는 진작 지났고 공기도 달라졌으니 가을은 이미 진행 중이겠지요. 그럼에도 "이제 가을을 맞을 때"라고 굳이 말하는 것은 오늘을 살자고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입니다. 언젠가 우연히 보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문장도 다시 꺼내봅니다. '우울한 사람은 과거를 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를 살며 평안한 사람은 현재를 산다.' 몸도 마음도 평안한 하루를 보내시길 바라면서 제 요즘, 오늘, 현재를 함께하는 곡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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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us - Live Is Life

중, 고등학생 시절 라디오를 듣곤 했다. 챙겨 듣는 프로그램이 있는, 소위 '애청자'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고 시간 맞고 생각날 때 몇 가지 프로그램을 간간이 듣는 정도였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들은 것은 MBC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다. '배캠'을 통해 알게 된 곡도 많으니 오늘날 내 음악 취향이 만들어진 데엔 '배캠'도 한몫 했을 것이다.

얼마 전 '배캠' 대신 여름 특집 <청춘의 노래들>이라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일 DJ 5명이 음악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 마지막 날이었던 8월 23일 DJ는 언론인 손석희였다. 사실 손석희는 베테랑 라디오 진행자였고 음악 마니아이니, 누구보다 DJ에 어울리는 인물이었고, 그러므로 그의 방송↗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DJ 손석희'의 첫 곡은 오스트리아 밴드 오퍼스(Opus)의 <Live Is Life>였다. 노래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생동감에 걸맞게 이 곡은 라이브 음원으로 발표되었다. 리듬감 넘치는 반주와 바로 따라하기 쉬운 '난나 나나나' 멜로디 그리고 카랑카랑한 보컬까지, 이 곡은 활력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였는지 손석희는 곡을 이렇게 소개했다. "유난히 난폭한 올 여름을 견디고 있는 분들에게 위로와 응원이 되기를."

🥦 Jack White - That's How I'm Feeling

음악 뉴스레터를 3년 넘게 내고 있다고 하면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새로운 음악은 어디서 접하나요? 그러고 보니 이 주제로 숑🌻과 로이🍄와도 이야기 해본 적이 있었나 모르겠다. 내 경우엔 이렇다. 첫째, 떠먹여주는 곡을 들어본다. 둘째, 우연히 듣고 메모해둔 걸 들어본다. 앞의 두 가지가 딱히 없으면 최근 좋았던 음악과 관련된 걸 찾아본다. 이런 시간을 보통 일요일 오후에 갖는다.

그렇다면 누가 떠먹여주는가, 일단 유튜브 선생이 있고, 숑🌻과 로이🍄의 편지가 그렇다. '이즘' 같은 음악 커뮤니티도 있다. 그리고 존 메이어(John Mayer)도 '어미 새' 중 하나다. 작년부터였나, 존 메이어는 <Life with John Mayer>라는 방송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방송을 보고 듣는 것은 아니고 존 메이어가 고른 음악만 들어본다. 거기서 최근 접한 곡이 잭 화이트(Jack White)의 <That's How I'm Feeling>이다.

듣고 놀랐다. 곡이 너무 잘 빠졌는 걸! 고백하자면 내게 잭 화이트는 사실상 <Seven Nation Army> '원 히트 원더' 뮤지션이나 마찬가지였다. 개러지 록(Garage Rock), 블루스(Blues)가 당기면 다를 걸 듣지 잭 화이트 음악엔 어쩐지 손이 안 갔다고나 할까. 이번에 유쾌한 반전이 일어난 셈이다. 멜로디컬한 베이스에서 기타가 터져나오는 코러스로 넘어가는 대목이 압권이다. 내 안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것이, 이런 곡을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Rock will never die!! 🤘

🥦 Khalid - Heatstroke

처음 듣는 순간 '아 이건 무슨 노래다' 하는 곡을 만나곤 한다. 음악을 듣는 순간 특정되는 무언가가 떠오른다는 뜻이다. <Heatstroke>를 처음 듣고 이렇게 생각했다. 아, 이건 여름 노래다. 가볍게 찰랑거리는 기타 코드 중심의 반주에 적당히 나른한 보컬에서 왜인지 땀방울이 연상된다. <Heatstroke>는 분명 추위보다 더위에 어울리는 곡이다.

<Heatstroke>를 부른 미국 팝 가수 칼리드(Khalid)는 그동안 꽉 차있지 않아 여유로우면서 적당한 그루브의 음악을 선보여 왔다. 10대 시절 데뷔 앨범 [American Teen]으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세련되고 감각적인 사운드에 얹어지는 칼리드의 매끈한 미성일 것이다.

지난 8월 첫날 싱글로 발매된 <Heatstroke>도 그러한 음악적 특징에서 예외가 아니며, 이 곡이 수록된 칼리드의 세 번째 정규 앨범 [Sincere]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아는 맛이란 뜻이다. 익숙해서 편하고, 대신 새롭지는 않다. 계속 이러다 지루해질까 우려되기도 하지만 <Heatstroke>가 이번 여름 끝을 함께하기엔 부족함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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